아이 키우는 집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알 수 없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적절한 대처가 가능합니다. /프리픽(freepik)
아이 키우는 집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알 수 없습니다. 미리미리 준비해야 적절한 대처가 가능합니다. /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202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8년 세상에 태어난 저희 딸아이도 이제 한국나이로 3살이 됐네요. 언제 이렇게 컸는지 아기 시절이 까마득하기도, 시간이 쏜살같이 흐른 것 같기도 합니다.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연말연시, 다들 잘 보내셨나요? 안타깝게도 저희는 악몽 같은 연말을 보내고 말았습니다.

18개월을 넘어선 딸아이는 요즘 부쩍 자기주장이 강해지고 떼를 쓰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조금이라도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짜증이 나면 드러누워 한바탕 울음을 터뜨리곤 하죠. 특히 12월 들어 ‘쪽쪽이(공갈젖꼭지)’를 떼면서 딸아이의 떼는 2배, 아니 10배로 늘었습니다. 그렇게 일찍 잘 잠들던 아이였는데, ‘쪽쪽이’가 없으니 며칠 밤을 늦게까지 울다 지져 잠들고 내내 예민하더군요. 신생아 때 이후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다행(?)인 건, 주변의 비슷한 또래 아이들도 다 똑같더군요. 떼가 너무 심해 나름대로 원인과 대책을 조사해봤는데요, 정상적인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다만, 그에 대한 부모의 대처는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희 부부 또한 노력하고 공부 중인데 쉽지만은 않네요. 아마 많은 부모 분들이 공감하실 겁니다.

제가 이 정도로 ‘악몽’을 말한 건 아닙니다. 뜻밖의 사고가, 그것도 하루에 두 번이나 저희 딸아이에게 찾아왔습니다.

때는 지난해 연말 어느 날. 어린이집 방학 기간을 맞아 저희 가족은 한 중고서점을 찾았습니다. 제가 필요한 책과 함께 요즘 들어 부쩍 책읽기를 좋아하는 딸아이가 읽을 책을 사기 위해서였죠. 책이 가득한 서점에 도착하니 아이는 늘 그렇듯 무척 좋아했고, 한쪽에 마련된 어린이용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아이 책을 꺼내기 위해 눈을 돌린 사이, 쿵 하는 소리가 나더군요. 깜짝 놀라 돌아보니 어린이용 의자에 앉아있던 딸아이가 아래로 떨어져있었습니다. 유아용은 아니지만 어린이용 의자여서 그리 높진 않았는데요. 문제는 떨어지면서 철제로 된 책상다리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아이를 서둘러 안아보니 왼쪽 이마에 멍이 들고 순식간에 혹이 부어오르더군요.

그나마 아이는 이내 울음을 그치고 안정을 되찾았고, 구토를 하는 등의 이상행동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서둘러 소아과를 찾았습니다. 아이를 살펴보신 의사 선생님께서는 혹시 이상행동이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와 향후 비슷한 사고가 났을 때 응급처치법 등을 알려주셨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이후 혹이 조금씩 가라앉았고 이상행동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다친 아이에 대한 속상함과, 왜 잠시 눈을 뗐을까 하는 자책감을 안고 남은 하루는 최대한 아이가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애를 썼습니다. 좋아하는 놀이를 실컷 해주고, 저녁도 가장 좋아하는 메뉴로 대령했죠.

그렇게 하루가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밤 9시가 넘어 졸리기 시작한 아이는 떼를 쓰기 시작했고, 그러다 탁자 유리에 또 다시 이마를 부딪치고 말았습니다. 이번엔 오른쪽 이마였죠.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손쓸 틈도 없이 벌어진 사고였습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이마를 다친 딸입니다.
하루에 두 번이나 이마를 다친 딸입니다.

이번엔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아이의 이마에선 붉은 피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겉으로 봐도 상처가 또렷했습니다. 놀란 저희는 우선 소아과 의사선생님께서 알려주셨던 것을 떠올려 가제수건으로 상처 부위를 꾹 눌러줬습니다. 그리곤 서둘러 병원에 갈 준비를 마친 뒤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응급실에 도착하니 우선 아이의 상태를 살펴주셨는데요. 돌아온 것은 뜻밖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친 부위가 얼굴인데다 아이다보니 성형외과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이 병원엔 현재 성형외과 당직의가 없다는 것이었죠. 그러면서 119를 통해 치료 가능한 응급실을 안내받을 수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성형외과 당직의가 있는 응급실로 가야하는지도 몰랐고, 이 정도 규모의 병원이라면 당연히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던 저희는 부랴부랴 119에 전화해 응급실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차로 약 10분 떨어진 곳에 있는 병원의 응급실로 향했죠.

그렇게 딸아이는 세 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새벽 2시가 넘어있었습니다. 그 병원에서의 시간은 굳이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의료진분들은 바쁜 와중에도 친절하셨고 아이를 위한 배려도 해주셨지만, 기본적으로 대기 시간이 상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이다보니 수면제를 투여해 잠을 재운 뒤 치료를 해야 하고, 치료 후에도 일정 시간 경과를 지켜봐야해 더 많은 시간이 걸렸고요.

무엇보다 연말 밤이라 그런지 응급실을 찾는 이들의 상당수는 만취한 환자였습니다. 아이를 데리고 있기엔 그야말로 최악의 환경이었죠. 인사불성인 그들을 상대하는 의료진이 경이롭기까지 했습니다.

다행히 딸아이는 언제 다쳤냐는 듯 이내 평소처럼 잘 먹고 잘 놀았습니다. 얼마 전엔 무사히 실밥도 뺐고, 한 번씩 병원을 찾아 흉터 등 경과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응급의료포털에서는 병원과 약국, 응급실에 대한 각종 정보와 응급처치법 등을 제공합니다. /응급의료포털 홈페이지
응급의료포털에서는 병원과 약국, 응급실에 대한 각종 정보와 응급처치법 등을 제공합니다. /응급의료포털 홈페이지

아이 키우는 집에서 이런 사고는 비일비재 할 겁니다. 저희보다 더 큰 사고로 응급실에 다녀온 분들도 많으시겠죠. 18개월이 넘도록 아이가 크게 아프거나 응급실에 간 일이 없어 참 감사하게 생각해왔는데, 결국은 저희에게도 이런 사고가 찾아왔네요. 많이 속상하고 힘든 시간이었습니다만, 또 그만큼 배우고 느낀 것도 많았습니다.

제 쓰린 경험을 토대로 아이 키우는 부모 분들께 몇 가지 유용한 정보들을 공유해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언제 어떤 사고가 벌어질지 알 수 없는 만큼 평소에 기본적인 대비는 해두는 게 바람직합니다. 막상 사고가 나면 당황해서 머리가 하얘지기 때문이죠. 민방위 4년차인 저도 아이의 부어오르는 혹과 흐르는 피 앞에선 당황부터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마 그날 낮에 소아과 의사선생님으로부터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 찢어진 이마를 빠르게 지혈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자주 발생하는 사고 및 부상 유형에 대해선 응급처치법을 꼭 익혀두시고, 주변에 어떤 병원이 있고 어떻게 갈지 등도 미리 확인해두시길 권해드립니다. 관련 정보는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포털(www.e-gen.or.kr/egen)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주요 응급처치법은 물론, 병원·약국·응급실 찾기와 실시간 병원 정보, 민간구급차 검색 등을 제공하는 사이트입니다. 모바일에서는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다운받으면 더욱 편리하게 이용 가능합니다.

또한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가장 먼저 119를 잊지 않으셔야 합니다. 앞서도 119 의료상담에 대해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응급실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먼저 119에 연락해 정확한 안내를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저희처럼 시간낭비 하는 일이 없으실 겁니다.

이제 머지않아 민족의 대명절 설입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등 명절을 지내다보면 뜻밖의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적지 않습니다. 문을 닫는 병원과 약국이 많은데다 낯선 곳에서 사고를 겪게 되면 더욱 당황하게 될 텐데요. 이번 설을 계기로 가정 내 응급체계를 점검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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