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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행복권 톺아보기
[2020 시사위크 특별기획] Ⅰ.어린이 교통안전
[어린이 행복권 톺아보기②] 운전자 처벌이 전부는 아니다
2020. 01. 17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자,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어린이가 행복하지 않은 사회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린이 삶의 만족도가 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어린이 행복권 신장은 우리 사회 화두에서 늘 벗어나 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어린이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나 인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우리는 어린이들을 잘 키우고 있다는 깊은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시사위크>는 2020년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 놓여있는 어린이 문제들을 톺아보며 어린이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민식이법’은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 강화 내용은 물론, 안전 인프라 확충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 강화 내용은 물론, 안전 인프라 확충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 중 가장 뜨거웠던 것은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일방적이고, 또 너무 과중하다는 반발이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법안의 내용은 스쿨존 교통사고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의 가중처벌에 처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아무리 규정속도를 지키며 조심스럽게 운전해도 어린이가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가 날 경우 무조건 최소 5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되고, 사망할 경우 무조건 징역 3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어린이 보호자의 책임이나 각종 스쿨존 사고 유발 요인에 대한 대책 없이 오로지 운전자에게만 모든 것을 전가시킨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른 측면이 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 및 상해를 모두, 무조건 가중처벌하는 것이 아니다. 속도제한과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해야할 의무를 위반한 가운데 해당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에만 적용된다. 물론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해야할 의무’에 대한 시각 차이가 발생할 여지는 있지만, 사고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가중처벌이 적용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논란이 운전자 처벌에만 집중되면서 등한시되는 부분도 있다. ‘민식이법’은 앞서 살펴본 운전자 가중처벌 내용만 담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도로교통법」 제12조(어린이 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2개 항을 추가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그 내용은 △지방경찰청장, 경찰서장 또는 시장 등은 제3항(속도제한 준수 및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행)을 위반하는 행위 등의 단속을 위하여 어린이 보호구역의 도로 중에서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곳에 우선적으로 무인 교통단속용 장비를 설치하여야 한다 △시장 등은 어린이 보호구역에 어린이의 안전을 위하여 다음 각 호에 따른 시설 또는 장비를 우선적으로 설치하거나 관할 도로관리청에 해당 시설 또는 장비의 설치를 요청해야 한다 등이다. 두 번째 항목의 ‘시설 또는 장비’는 신호등, 안전표지, 과속방지시설 등 각종 안전 관련 인프라를 의미한다.

즉, ‘민식이법’은 단순히 운전자들에게만 안전운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해 각종 안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여기엔 어린이들이 갑자기 도로에 뛰어드는 것을 막는 울타리도 포함된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일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7일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실제 정부 및 각 지자체는 ‘민식이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스쿨존 안전 인프라 확충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일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관계부처 합동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해당 대책 발표와 함께 어린이 보호구역 제도의 정책 기조를 ’어린이 보호 최우선‘으로 전환하고, 운전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어린이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스쿨존 중 교통사고 우려가 큰 곳을 우선으로 무인교통단속장비 1,500대와 신호등 2,200개가 설치된다. 또한 오는 2022년까지 전국의 모든 스쿨존에 무인교통단속장비와 신호등 설치를 완료할 방침이며, 도로 여건 상 설치가 어려운 경우엔 과속방지턱 등 안전시설을 확충한다.

아울러 통학로의 보행환경을 안전하게 재정비하고, 새로운 안전시설들도 적극 발굴·적용할 예정이다. 학교 담장을 안쪽으로 이동시켜 안전한 통학로를 조성하는 방법이 제시되고 있으며, 앞서 좋은 효과가 입증된 옐로카펫, 노란신호등 같은 안전설비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입장이 나뉘면서 발생했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벌이는 논쟁 속에 정작 ‘어린이 안전’이란 해당 법의 가장 기본적인 취지는 가려지고 말았다.

‘민식이법’은 단순히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방법만으로 스쿨존 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의 법이 아니다. 애초에 스쿨존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어린이 뿐인 것도 아니다. 안전하지 않은 스쿨존 환경 속에 의도치 않게 사고를 내게 된 가해 운전자도 결국은 ‘위험한 스쿨존’의 피해자다. ‘민식이법’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스쿨존 안전 인프라 확충은 어린이와 운전자 모두를 사고 위험으로부터 지켜줄 발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