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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배우 배정남의 약속
2020. 01. 2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모델 출신 배우 배정남이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리틀빅픽처스
모델 출신 배우 배정남이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장담할 수 있는 건 새로운 모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다. 내가 진짜 약속한다.”

모델 출신 배우 배정남은 첫 스크린 주연작 개봉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아직은 서툴고 아쉬운 것 투성이지만, ‘성장’하고 ‘도전’하는 배우가 되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그리고 그의 눈빛은 유난히 반짝였다.

배정남은 2002년 모델로 데뷔했다. 신장 176.9cm로 모델 기준으로 매우 작은 키에 속하지만, 특유의 개성과 반항적인 이미지, 완벽한 패션 소화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영화 ‘시체가 돌아왔다’(2012)를 통해 배우에 도전한 그는 영화 ‘베를린’(2013), ‘마스터’(2016), ‘보안관’(2017) 등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2018) 등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예능까지 접수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정남은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로 스크린 주연 자리까지 꿰찬 데 이어 ‘오케이! 마담’(감독 이철하), ‘영웅’(감독 윤제균)까지 개봉을 앞두며 배우로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올해 첫 행보는 오늘(22일) 개봉한 ‘미스터 주: 사라진 VIP’다.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 분)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다. 극 중 배정남은 태주의 후배 요원이자 열정 과다 요원 만식을 연기했다. 의욕만큼은 최고로 앞서지만 어딘가 살짝 부족한 능력으로 엉뚱한 매력을 뽐내는 인물이다.

영화 속 배정남의 활약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겉잡을 수 없는 만식 캐릭터가 배정남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는 평가가 있지만, 그의 코믹 연기가 다소 과한 느낌을 준다는 의견도 있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 쏟은 배정남의 열정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망설였던 만식에 도전한 그는 망가지고 구르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열정을 불태웠다. 지칠 줄 모르는 연기 열정으로 매 신, 최선을 다해 모든 걸 쏟아부었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로 스크린 주연자리를 꿰찬 배정남. /리틀빅픽처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로 스크린 주연자리를 꿰찬 배정남. /리틀빅픽처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배정남은 첫 스크린 주연에 감격스러워하면서도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데뷔 후 처음으로 영화 포스터에 본인이 모습이 걸렸는데, 기분이 어떤가.
“좋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완성된 영화를 보니) 아쉬운 것도 많고, 행복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들더라. 책임감이 많이 생긴 것 같다. 부담감도 있다. 그런데 기분은 좋다. 신기하더라. 버스에 내 사진이 붙어있는 걸 처음 보니까 하하. 사람들이 사진 찍어서 보내주는데 이상하더라. 우짜다 이래 됐지.”

-완성된 영화를 처음 보고, ‘멘붕’이 왔다고.
“기술 시사를 통해 처음 봤는데, 기술 시사 자체가 처음이었다. 분위기가 삭막하더라. 따뜻하고 유쾌한 코미디 영화인데, 아무도 안 웃는 거다. 나중에 물어보니 기술 시사는 원래 이렇다더라. 그래도 웃긴 포인트가 있는데 너무 안 웃으니까 큰일 났다 싶었다. 그래도 일반 시사관에서는 분위기가 좋았다고 해서 금방 또 안심했다.”

-아쉬웠다는 건 본인의 연기에 대한 건가.
“연기를 할 때 너무 급했던 것 같다. 왜 저렇게 했을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걸, 지금 했으면 더 잘했을 텐데 싶었다. 부족한 부분이 보이니까 그게 좀 아쉬웠다.”

-코미디 연기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나.
“캐릭터가 너무 세서 걱정했다. 꼭 웃겨야 한다기보다 매 신 집중하려고 했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하나도 없었다. 더 하면 할 수 있었다. 분량도 많고 꼭 하고 싶었다.”

-만식 캐릭터 캐스팅이 힘들었다고 들었는데.
“(이성민 주연의 영화) ‘바람바람바람’ 시사회 때 형이 장난으로 ‘동물 영화가 있는데, 목소리 연기라도 하나 해라’라고 하더라. 그래서 좋다고 ‘하나 주이소, 목소리라도 할게’라고 했는데 그게 인연이 됐다. 내 모습 그대로 감독님과 (제작사) 대표님을 만났는데, 좋았는지 한 번 더 보자고 하더라. 만식과 비슷하다고 보신 것 같다. 내가 봐도 비슷한 부분이 있었고, 꼭 하고 싶었다.

다른 배우들이 별로 안 할 캐릭터 같은데, 나는 기존 이미지가 있어서 망가진다고 타격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열고 봐줄 것 같다. 예능을 통해서도 많이 망가졌고 그래서 부담감이 덜한 것 같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만식을 연기한 배정남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만식을 연기한 배정남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리틀빅픽처스

-어떤 점에서 만식과 비슷하다고 느꼈나.
“2% 부족한 거? 열심히는 하는데, 뭔가 아쉽고 해맑고 그런 거 있잖나. (만식은) 걱정보다 해맑은 캐릭터다. 띄워주면 좋아하고, 뭐라고 하면 울고 단순한 캐릭터다. 반전은 없더라. 그냥 그런 캐릭터였다. 다른 캐릭터도 해봤으니까, 이제 걸음마 떼는 나에게는 딱이었던 것 같다. (이)성민이 형이 ‘나는 그렇게 못한다, 너만 할 수 있는 거다’라고 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성민과 ‘보안관’ 이후 다시 재회했는데, 어땠나.
“제대로 맞춰보는 건 처음인데, 진짜 영광이고 많이 배웠다. 현장에서 조언도 많이 해줬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도 (이성민) 형이 다 생각하더라. 형님한테 정말 고맙고, 돈 주고도 사지 못할 공부를 했다. 행운이었다. 그냥 서 있는 역할만 하다가 대사도 많고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니까 이게 영화구나 싶더라. 많은 걸 느꼈다. 좋았다.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시사회에 다녀왔는데, (이성민이) 정말 대단하더라. 대한민국에서 코미디와 정극을 그렇게까지 다 잘하는 배우가 몇 명 없다. 완전히 다른 사람이더라. 평생 못 따라가겠지만, 조금씩 배우고 있다.”

-과거 많은 남성들의 우상이었는데, 지금은 친근하고 편안한 이미지로 거듭났다.
“지금이 훨씬 좋다. 그때는 멋있게만 보이고 싶었고 망가지는 걸 두려워했다. 신비주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공식 석상에서 말도 많이 안 했다. 그런데 나를 내려놓는 순간, 주위 사람들이 더 편해하고 친근감을 느끼더라.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와 주니 좋고, 멋진 것보다 동네 오빠, 형 같은 그런 느낌이 이제는 더 좋다.”

-내려놓게 된 계기가 있었나.
“‘보안관’ 팀을 만나면서였던 것 같다. 함께 촬영을 하고 홍보를 하는데, 형들이 ‘네 모습 그대로 해라’고 하더라. 형들은 내 본 모습을 아니까. 그게 계기가 됐고, 형들이 뒤에 있으니 마음껏 하라고 해서 많이 의지가 됐다. 그때 아니었으면 아예 내려놓지 못했을 거다.”

배정남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리틀빅픽처스
배정남이 연기를 향한 열정을 드러냈다. /리틀빅픽처스

-특정 이미지가 고정되면, 제안받는 캐릭터도 제한적일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한 걱정은 없나.
“다양한 캐릭터는 해보고 싶다. 찍은 영화들이 하나씩 개봉하면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에 내가 이미지를 바꾸면 보는 사람들도 낯설게 느낄 수 있다. 이번에 윤제균 감독님과 ‘영웅’을 찍었는데, 감독님이 ‘(이미지는) 천천히 바꾸면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이 참 좋았다.

또 김혜은 누나가 ‘네가 장르다, 네가 하고 싶은 거 해라’고 해줬다. 내가 잘 하는 것, 열심히 하고 급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데 너무 힘이 됐다. 그래서 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으려고 한다. 선택을 잘해서 가려고 한다. 지금 봐서는 사람들이 모르겠지만, 장담할 수 있는 건 새로운 모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거다. 내가 진짜 약속한다.”

-모델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가, 배우로 다시 시작하게 됐다. 연기의 어떤 점에 끌렸나.
“현장에 있으면 좋은 게 되게 많다. 우선 사람들과 함께 있고, 밥 먹고 얘기하고 그런 게 너무 좋다. 아직까지 좋은 팀만 만나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또 내가 평상시에 못하는 걸 하지 않나. 평소 모습과 비슷한 점도 있지만, 입어보지 못한 옷도 입어보고 안 해본 거 하는 게 재밌다.

어릴 때부터 모델을 해서 그런지 옷을 입으면 자세와 태도가 바뀌는 게 있는데, 역할에 따라 옷이 바뀌고 새로운 옷을 입는 것도 재밌더라. ‘보안관’ 때는 쫄바지에 쇠 목걸이를 차니 걸음걸이도 달라지고, ‘오케이! 마담’에서는 승무원 옷을 입고, ‘영웅’에서는 독립군 옷을 입는다. 모델도 옷 입는 것에 따라 표현을 하는 것이지 않나. 그런 경험이 영화를 하는 데 도움이 되더라. 폭넓은 옷을 입을 수 있고, 새로운 옷을 입을 수 있는 것도 연기의 재미다.”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오래 하고 싶다. 해보고 나니 더 욕심이 생긴다. 정말 재밌다는 걸 느꼈고, 천천히 계속하고 싶다. 찾아만 준다면 되는 데까지 해보고 싶다. 이제 열심히 보다 잘 해야 한다. 열심히 하는 걸 봐줄 때는 지났고, 이젠 잘 해야 한다.”

-설 극장가에 다양한 작품이 개봉하는데, ‘미스터 주: 사라진 VIP’만의 매력 포인트를 꼽자면.
“모든 연령층이 함께 볼 수 있다. 설날 편하게, 따뜻하게 웃으며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지금까지 없던 영화잖나. 동물들이 말을 한다.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맑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