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2-24 04:48
마침내 끝이 보이는 ‘불사조’ 사외이사들
마침내 끝이 보이는 ‘불사조’ 사외이사들
  • 권정두 기자
  • 승인 2020.01.23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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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면서 그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장수 사외이사들이 줄줄이 물러나게 될 전망이다.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면서 그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장수 사외이사들이 줄줄이 물러나게 될 전망이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사외이사의 임기를 최대 6년, 계열사 포함 최대 9년으로 제한하면서 수백 개의 기업들이 사외이사 교체라는 당면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이를 두고 지나친 강행이란 지적과 각종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켰던 ‘불사조 사외이사’들 역시 끝내 마지막을 맞게 된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국무회의를 통해 법무부가 마련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여기엔 사외이사의 임기를 6년(계열사 포함 시 9년)으로 제한하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그동안 꾸준히 문제로 지적돼왔던 사외이사의 장기 재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감시·견제하고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는 한 기업에서 오래 재직할 경우 유착관계가 형성돼 독립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당장 수백 개의 기업들이 수백 명의 사외이사를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가운데, 졸속 강행이란 지적과 각종 의혹 제기가 고개를 들기도 했다. 당초 1년의 유예기간을 갖고 진행하려던 시행령 개정을 무리하게 강행했으며, 그 배경에 ‘친여인사 자리 만들기’ 목적이 숨어있단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법 개정으로 얻는 사회 전체적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으며 의견 수렴 및 검토를 충분히 거쳤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교체해야 하는 사외이사 규모 역시 평소 사외이사 신규 선임 규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 제도 도입과 함께 그 자리 지켜온 사외이사들

이처럼 정부가 사외이사 제도 개선과 관련해 강력한 조치를 실행에 옮기면서 각종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와 함께 그동안 싸늘한 시선을 외면한 채 꿋꿋이 자리를 지켜왔던 ‘불사조 사외이사’들도 마침내 마지막을 맞게 될 전망이다.

그중엔 국내 1호 사외이사도 있다. 의약용 캡슐 제조업체인 서흥은 우리나라에 사외이사 제도가 도입된 직후인 1998년 2월 국내 첫 사외이사를 선임한 바 있다. 주인공은 이병길 사외이사다. 그는 이후 20년 넘게 자리를 지켰고,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재차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사외이사로 첫 선임됐을 당시 62세였던 그의 나이도 어느덧 80대에 접어든 상황이다.

다만, 이병길 사외이사의 수명은 향후 2년간 더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직기간이 6년을 넘겼더라도 임기가 남아있는 경우엔 만료 시점까지 재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선임된 이병길 사외이사의 임기는 2022년 3월까지다.

한창제지의 목근수 사외이사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목근수 사외이사 역시 1998년 처음 선임돼 20년 넘게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경농의 허근도 사외이사도 같은 해부터 쭉 재직 중이다. 만호제강의 이장조 사외이사는 1999년 8월 선임돼 현재까지 재직하고 있으며, 체시스의 손원조 사외이사도 1998년 9월 선임돼 지금껏 임기를 연장해오고 있다. 고려제강은 아예 사외이사 3명 모두 장수 사외이사 지적을 받는다. 조현우 사외이사는 1999년에 처음 선임돼 재직기간이 20년을 넘겼고, 조무현 사외이사와 홍종설 사외이사는 각각 2008년과 2010년 처음 선임됐다.

국민연금의 연이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수명을 연장해왔던 하나투어의 변정우 사외이사와 한 장석 사외이사도 끝이 다가오고 있다. 이들 역시 2022년까지 임기가 남아있긴 하지만, 그 이후엔 더 이상 하나투어 사외이사로 재직할 수 없다.

대한유화는 2006년 처음 선임된 김기영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이 10년을 훌쩍 넘겼다. 그런데 각종 보고서에 재직기간을 ‘5년 이상’이라고만 명시하고 있다. 장수 사외이사의 재직기간을 은폐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는 모습이다.

이밖에도 재직기간이 10년은 물론 20년에 육박하는 사외이사는 여전히 곳곳에서 포착된다. 유명무실한 사외이사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면서 적잖은 수의 ‘장수 사외이사’들이 사라졌으나, 여전히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 또한 많은 것이다. 게다가 이들 중엔 장기 재직기간 뿐 아니라 최대주주 및 경영진과 학연 등으로 얽혀있거나,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한 경우도 상당수다.

졸속 강행이란 지적도 있지만, 이 같은 ‘불사조 사외이사’들의 실태를 보면 시행령 개정에 따른 효과가 상당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이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임기가 1~2년 남아있어 수명이 더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된 시행령에 따르면, 재직기간이 6년을 넘겼더라도 기존 임기까지는 재직이 가능하다.

법무부는 “사외이사가 장기 재직하는 경우 이사회에서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령상 사외이사의 결격사유가 다소 미흡해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우려가 있었다”며 “주주총회 시즌 전 개정이 완료됨에 따라 제도개선 효과가 시장에 즉각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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