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성민이 스크린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리틀빅픽처스
배우 이성민이 스크린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분명 같은 사람인데, 전혀 다른 얼굴이다.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더니, 묵직한 카리스마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낸다.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 소화하는 배우 이성민의 이야기다.

이성민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 22일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와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이 동시에 개봉해 관객과 만났고, 지난 15일 첫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머니게임’(연출 김상호, 극본 이영미)을 통해 안방극장에 컴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세 작품 모두 전혀 다른 캐릭터를 소화하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미스터 주: 사라진 VIP’와 ‘남산의 부장들’ 속 이성민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각 캐릭터에 딱 맞는 연기로 감탄을 자아낸다.

먼저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태주(이성민 분)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온갖 동물의 말이 들리면서 펼쳐지는 사건을 그린 코미디인 ‘미스터 주: 사라진 VIP’에서 이성민은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부터 따뜻한 감동까지 아우르는 연기로 극을 이끈다. 평소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개’배우 알리와의 환상의 호흡을 완성, 이목을 끈다.

한국 근현대사 중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으로 꼽히는 대통령 암살사건을 다룬 ‘남산의 부장들’ 속 박통으로 분한 이성민은 소름 끼치는 연기력으로 첫 등장부터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박통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할 뿐 아니라, 이성민만의 해석이 더해진 입체적인 캐릭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배우 이성민이 두 작품 동시 개봉을 앞두고 긴장된 마음을 내비쳤다. /리틀빅픽처스
배우 이성민이 두 작품 동시 개봉을 앞두고 긴장된 마음을 내비쳤다. /리틀빅픽처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이성민은 “세 번에 나눠 맞을 매를 한꺼번에 맞는 기분”이라며 긴장된 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두 작품 모두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 영화”라며 홍보도 잊지 않았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는 색다른 스타일의 영화였다.
“한국에서는 그렇다. 그래서 했다.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다. 미국영화에서는 이런 시도를 많이 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지 않나. 처음 해보는 거라서 해보고 싶었다. 강아지를 무서워했었는데, 크게 걱정은 안 했다. 다만 배우들과 함께 할 때보다 더 낯설기도 하고 긴장이  되는 작업이긴 했다. (완성된 영화는) 굉장히 재밌게, 즐겁게 봤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갈리고 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운 점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촬영은 빨리 끝났는데, CG 작업을 하면서 개봉이 늦어졌다. 또 동물이 말하는 것에 대한 CG 데이터가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이 영화를 하면서 작업한 결과물이 자산이 될 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더 욕심을 냈다고 들었다. 판다 탈도 재작업하는 과정이 있어서 (개봉 날짜가) 좀 늦어졌다. 그런 지점도 (다른 동물영화들에 비해) 신선도면에서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안타까움이 있다.”

-김태윤 감독은 어땠나.
“이 사람이 갖고 있는 따뜻함이 있더라. 사람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고 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배우도 그렇지만 동물들이 불편하지 않게 노력을 많이 했다. 폭염일 때 촬영했는데 감독의 주장으로 점심시간을 2시간으로 늘렸다. 영화를 보면서도 저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할 정도로 불편한 장면을 편집했더라. 실제로 고양이도 세 마리나 키운다.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다.”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에서 군견 알리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이성민. /리틀빅픽처스
영화 ‘미스터 주: 사라진 VIP’(감독 김태윤)에서 군견 알리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이성민. /리틀빅픽처스

-강아지와 연기한 것은 어땠나.
“‘강아지와 나란히 걷는다, 앞을 보면서 걸어간다’ 같은 단순한 것도 잘 안되더라. 강아지가 공을 좋아해서 공으로 유인, 옆을 바라보게 하는데 의외로 단순한 장면들이 쉽지 않았다. 함께 뛰는 장면에서도 강아지는 속도가 통제가 안 되니까 전속력을 다해 뛰어서 그 간격을 내가 맞춰야 하는 게 힘들었다.

또 강아지의 컨디션에 따라 현장에서 콘티가 자주 바뀌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강아지를 무서워했기 때문에, 강아지와 친해지는 게 중요했다. 처음에는 털 한 번 만지고 손을 닦고 그랬다. 그런데 계속 같이 시간을 보내고 원반던지기도 하고 소시지도 먹이고 하면서, 친해졌다. 강아지가 달려들어서 내 얼굴을 핥는 신이 있는데, 그때 다 내려놨다.(웃음)”

-파트너로 활약했던 ‘개’배우 알리와 정도 많이 들었겠다.
“헤어질 때 아쉽더라. 그런데 난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알리를 훈련해주시는 소장님이 알리가 날 싫어한다고 하더라. 내가 알리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액션도 크게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알리는 그게 연기인지 모르니 나를 무서워한다고 하더라. 그게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알리가 가족들이랑 모여 있을 때 편하게 있다가 누가 들어오면 일하는지 알고 바로 일어나는데, 내가 들어갔을 때는 편하게 있더라. 그때 마음이 풀렸다. 나를 무시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식구들과 있을 때도 나를 편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좋아졌다.”

-동물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배우들도 화려하더라. 직접 섭외한 배우도 있나.
“감히 못했다. 주위 사람들한테 부탁하기 조심스러웠다. 배우들에게도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기 때문에 못한다고 한 배우들도 많고, 캐스팅이 힘들었다. 그래서 해준 분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최고갑은 이순재 선생님이다. 알리 목소리 연기를 신하균이 해준다고 했을 때도 정말 좋았다. 녹음할 때마다 현장에 갔다. 판다 목소리를 연기한 유인나도 너무 사랑스러웠다. 동물들의 목소리가 입혀진 영화를 보니 배우들의 앙상블이 너무 좋더라. 정말 고마웠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이성민 캐릭터 포스터. /쇼박스
영화 ‘남산의 부장들’(감독 우민호) 이성민 캐릭터 포스터. /쇼박스

-‘남산의 부장들’도 같은 날 개봉해서 긴장이 더 되겠다.
“다른 작품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할 순 있는데, 같은 날 개봉하는 경우는 정말 없다. 거기에 드라마 ‘머니게임’까지 방송되고 있다. 모든 걸 내려놨다. 관객들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너무 남발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하지만 같은 시기에 촬영한 건 아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 시기가 그렇게 된 거다. 세 번에 나눠 맞을 매를 한 번에 맞는 기분으로 지내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 박통 역은 어떻게 하게 됐나.
“우민호 감독과 ‘마약왕’ 촬영 때 박통 역을 했으면 좋겠다고 제안을 받았다. 워낙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고, 그런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으니 좋다고 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박통을 연기했던 배우들은 외적으로 싱크로율이 높지 않나.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분장의 도움을 받기로 했고, 걸음걸이나 제스처, 말투 같은 것을 자료를 보면서 비슷하게 연구했다. 의상도 마침 그 당시 박통의 옷을 만들었던 분이 지금도 계셔서 그분에게 의상을 제작했다.”

-‘공작’에서도 실존 인물을 연기했는데, 박통은 유난히 힘들었다고.
“리명운은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지만 본 적도 없고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 인물이라 상상으로 만든 캐릭터다. 그러나 ‘남산의 부장들’ 박통은 너무 잘 알려진 사람이기 때문에 부담이 컸다. 관객의 몰입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얼마나 비슷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숙제였다.

그런데 워낙 자료도 많으니까 캐릭터를 만들어나갈 때 도움이 많이 됐다. 어떤 사람의 목소리나 걸음걸이 등을 모사하는 연기는 처음 해봤는데, 가끔 맞아떨어질 때 희열이 느껴지더라. 특히 영화에서 김규평(이병헌 분)을 두고 곽실장(이희준 분)과 헬기를 타러 갈 때 코트에 손을 넣고 걸어가는 모습은 내가 봐도 비슷하게 괜찮게 했더라. 계산했던 것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았다. 다만 살을 조금 더 뺐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은 있다.”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이성민. /리틀빅픽처스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이성민. /리틀빅픽처스

-‘보안관’ ‘미스터 주: 사라진 VIP’처럼 밝은 작품을 할 때와 ‘공작’ ‘남산의 부장들’같은 묵직한 작품을 할 때 배우가 느끼는 차이도 크겠다.
“‘보안관’이나 ‘미스터 주: 사라진VIP’ 같은 작품을 할 때 연기하긴 더 편하다. 뭔가 안정된 상태로 들어가서 그 안에서 앙상블을 찾아내는 매력적인 작업이다. 반면 ‘공작’이나 ‘남산의 부장들’ 같은 경우는 예민하게 접근해야 하기도 하고, 그래서 부대낄 때가 많다. 또 캐릭터가 내 원래 성격과 맞지 않아서 내적인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런 고민들이 편하지는 않다.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병헌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멜로까지 하지 않나.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병헌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현장에서 어땠나. 
“늘 이병헌이라는 배우를 존경해왔다. 그가 보여주는 변화들을 보면 배우로서의 모범답안 같은 연기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참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을 했다. 함께 작업을 하고 완성된 영화를 보는데 절제된 연기를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는지 부럽더라.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티는 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 가끔씩 보여주는 작은 동작이 굉장히 크게 느껴지는 걸 보면서 참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장르를 다양하게 소화하는 배우들이 드물잖나. 감탄했다.”

-‘미스터 주: 사라진 VIP’와 ‘남산의 부장들’을 기대하는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 영화 모두 가족 영화이다. 연세 있는 분들과는 ‘남산의 부장들’을 보면 좋을 것 같고, 어린아이들과 볼 때는 ‘미스터 주: 사라진 VIP’를 택하시면 된다. 하하. 나도 설에 조카들이 오면 ‘미스터 주: 사라진 VIP’를 보라고 할 예정이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이번에 잘 되면, 다음에 한 번 더 나아진 기술력으로 동물들과 어드벤처를 떠나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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