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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경제, 미래를 열다
충전소 여전히 부족… 지난해 목표치 절반도 못미쳐 천연가스 개질해 수소 생산시 CO₂발생… 수전해 상용화는 ‘아직’ 주민수용성 확보도 풀어야할 과제
[수소경제, 미래를 열다②] 수소경제 1년… 앞으로 넘어야할 산은
2020. 01. 29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인류의 역사는 늘 ‘에너지’의 발전과 함께했다. 142만년 전 시작된 불의 시대를 지나 화석연료의 시대에 들어선 인류는 산업혁명을 이룩했고 원자력이라는 고효율 에너지원를 통해 지금의 현대문명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에너지원은 자원 고갈과 환경오염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세계 각국에서는 기존 에너지원을 대체할 새로운 차세대 에너지원을 찾고 있다. 그 해답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수소’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1월 수소사회로의 도약을 선포했다. 이후 많은 성과도 있었으나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점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에 <시사위크>는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걸어온 수소경제의 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수소경제는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극복할 과제들은 남아있다./ 뉴시스
정부는 지난해 1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수소경제는 크게 활성화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극복할 과제들은 남아있다./ 뉴시스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해 1월 정부는 미래 신산업 성장,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 해결, 에너지 자립 등을 실현을 목표로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고 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그로부터 1년이 된 지금 수소경제사회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수소차 판매량은 급증했고 수소택시, 수소버스 등이 빠르게 보급되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미국 LA에서 개최된 ‘그래미 어워즈’에 방탄소년단(BTS)이 수소차를 타고 등장하며 대중적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수소경제사회를 구축하기엔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수소 충전소 부족, 궁극적 친환경 에너지를 위한 ‘수전해 수소’로서의 전환, 주민 수용성 확보 등의 문제들이다.

◇ 수소 충전소 인프라 부족 지난해 목표였던 86기 달성 실패

국내 수소경제를 이끄는 가장 큰 축 중 하나는 ‘수소 자동차’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소차 세계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 기준으로 수소차 판매량은 현대자동차 기준 3,666대로 세계 판매량(6,126대)의 60%에 육박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수소차 이용자가 급증하는 것에 반해 수소 충전소 숫자는 제자리걸음이다. 대다수 수소 자동차 이용자들은 충전소 부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까지 수소 충전소 310곳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목표로 계획했던 충전소 86기 구축도 실패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1월 기준 실제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는 34곳이다. 지난해 구축 목표치의 절반도 채 안되는 수준이다. 현재 추가로 건설 중인 20기의 수소 충전소를 더해도 54곳에 불과하다.

지난 26일 미국 LA에서 개최된 개최된 ‘그래미 어워즈’에 방탄소년단(BTS)이 수소차를 타고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수소차는 국민들에게 더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소차 이용자 수는 급증했으며 세계 수소차 판매 1위를 달성했다./ 현대자동차

그나마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들도 현재 고장 및 유지 보수로 문을 닫고 있어 이용자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실제로 상암과 양재 수소 충전소는 각각 유지보수와 고장 수리 문제로 문을 닫은 상태다. 

한 수소차 운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수소차를 충전하기 위해서 양재, 안성, 여주 등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며 “상암, 양재 충전소가 문을 닫은 상태라 국회 수소 충전소로 운전자들이 몰려, 기다리는데 1시간 이상 걸린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상암 충전소는 올해 2월 중 다시 개장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며 “양재 수소 충전소의 경우 정확하진 않지만 상암보다 늦은 올해 12월 다시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구축 계획이었던 86기의 수소 충전소 건설은 지자체 부지 선정 문제, 주민 반발 등의 이유로 차질이 생긴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수소 충전소 건설을 위한 추가 예산 확보, 주민 설득 등을 통해 충전 인프라 구축에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는 34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양재 수소 충전소, 상암 수소 충전소는 유지 보수 및 고장 수리 등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사진은 고장으로 인한 점검으로 문을 닫은 양재 수소 충전소 / 박설민 기자 

◇ 궁극적 친환경 에너지를 위한 ‘수전해 수소’… 아직 갈 길이 멀다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는 대표적으로 △부생 수소 △개질 수소 △수전해 수소 등 3가지 타입이다. 이 중 국내에서는 부생 수소, 개질 수소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부생 수소’란 공장 등 산업단지에서 발생해 버려지는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이하 H2KOREA)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서 사용되는 수소의 약 90%를 부생 수소로 공급 중이다. 

부생 수소에서 부족한 부분은 천연가스(CH₄)를 분해해 생산한 개질 수소로 충당한다. 화석연료를 개질해 생산한 개질 수소를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의미에서 ‘회색 수소’라고도 부른다.

천연가스를 개질해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을 화학식으로 나타내면 CH₄+H₂O→H₂+CO₂이다. 수소와 함께 이산화탄소(CO₂)가 배출되는 것이다. 수소 개질기의 경우 별도의 이산화탄소 포집 기술이 없기 때문에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으로 배출시킨다. 

이 때문에 개질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가 맞는가에 대한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수소 자체는 친환경 에너지원이지만 생산 과정에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가 생산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수소 업계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회색 수소는 우리나라 수소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이라며 “수소경제가 활성화돼 충전소, 연료전지 등 인프라가 충분히 확보된 이후부터는 완전한 친환경 수소인 수전해 수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원인 ‘녹색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 과정 모식도./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실제로 정부는 단기적으로 회색 수소를 이용해 수소경제를 활성화한 뒤 2022년 이후 수전해기술을 통해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원인 ‘녹색 수소’로 공급 방향을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전해 기술이란 전기화학반응으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말한다. 수전해 기술을 통해 물을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만 생산돼 오염물질이 전혀 없다. 

수전해 기술의 경우 비용적 부담이 크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분해에 필수적인 촉매에 비싼 ‘백금’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연구진들이 대체 촉매를 개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촉매의 상용화까진 시일이 걸리겠지만 상용화될 시 수전해 수소 생산 가격이 현저히 감소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의 보급이 부족한 것도 수전해 수소 생산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수전해 기술의 경제적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재생 에너지를 이용한 ‘P2G’시스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2G 시스템이란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대량 생산된 전기 중 남은 잉여전력을 이용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한 뒤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기술을 말한다. 현재 노르웨이 등 대부분의 해외 수전해 기술 선진국에서는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P2G’시스템을 이용한다. 완벽한 친환경 에너지 체계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 연구개발이 활발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활성화 단계부터 지형적 한계가 뚜렷하다. 풍력, 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를 대량으로 생산하기엔 부족한 일광, 불규칙한 풍향, 좁은 국토 등의 문제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산업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P2G시스템을 이용한 수소 저장 목표는 정확히 말씀드리긴 어렵다”며 “다만 정부는 앞서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계획을 통해 재생에너지 비중을 20%까지 차츰 늘려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 대량 생산된 전기 중 남은 잉여전력을 이용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한 뒤 저장하는 에너지 저장기술인 'P2G'시스템 모식도./ 지필로스

◇ 충전소, 발전소 등 건설 위해 주민들 설득과 안전 확보

국내 수소경제를 활성화하는데 주민 수용성 역시 넘어야할 큰 산 중 하나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생소할 수 있는 수소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수소자체도 매우 큰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연료지만 동시에 관리 소홀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난해 강릉 테크노파크 수소 폭발 사고, 노르웨이 수소 충전소 폭발 사고 등이 연이어 발생하자 국민적 불안감은 극도로 높아졌다. 이 때문에 수소 관련 시설이 건설된 예정이던 부지 근처 주민들은 건설을 거세게 반대했다.

지난해 5월 강릉 테크노파크에서 발생한 수소탱크 폭발 사고는 수소 에너지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뉴시스

지금도 주민 반발은 계속되고 있어 수소 충전소, 연료전지 발전소 등의 건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경남 양산은 지난 8월 수소연료전지발전소를 건설하려 했으나 주민 반대로 아직까지 건설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남양산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주민 수용성 보장과 수소연료전지 발전소의 안전 및 환경에 대한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발전소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양산시 한 주민은 “우리나라가 수소경제 강국으로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이 먼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수소 충전소나 연료전지발전소는 안전한 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연료전지의 경우 세계적으로 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없다. 연료전지는 미국의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설치되는 등 보안과 안전이 필수적인 곳에서도 사용 중이다. 수소 충전소 역시 강릉 테크노파크 폭발 사고를 교훈삼아 수소 환기 시설 설비 강화, 누출 감지기·차단기 설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경남 함양군에 추진 예정이었던 수소연료전지발전소 건립 관련 사업신청서가 철회됐다./ 뉴시스

아울러 수소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법안도 마련됐다. 지난 13일 세계 최초의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산업부는 이번 법안 통과에 대해 수소연료사용시설에 대한 안전확보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평이다.

수소 업계 관계자는 “강릉테크노파크 사고로 인한 국민들이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며 “한국가스안전공사, 산업부 등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의 철저한 조사로 재발 방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설명회와 홍보, 철저한 시설 관리 등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우리나라가 수소경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비행기’가 처음 발명됐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드러냈다. 이후 비행기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현재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수소도 신기술로서 기대와 불안을 한몸에 받고 있다. 앞으로 수소가 비행기처럼 지금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확고히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