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을 멈추지 않는 배우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배우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하정우가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봉한 영화 ‘백두산’(감독 이해준‧김병서)을 흥행으로 이끈 그는 ‘클로젯’으로 미스터리 장르에 도전, 전작과는 또 다른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그다.

2003년 데뷔 이래 30여 편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다채로운 장르를 소화해 온 하정우는 트리플 천만배우이자 최연소 1억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배우가 없을 정도로 연기력은 물론, 흥행성까지 갖추며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의 ‘롱런’ 비결은 매 작품 새로운 변신을 선보인다는 것이다. 충무로 대표 ‘소배우’로 꼽히지만, 스크린 속 하정우의 얼굴이 질리지 않는 이유다. ‘클로젯’도 하정우의 새로운 얼굴을 만날 수 있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 이나(허율 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 상원(하정우 분)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 분)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하정우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혼자서 어린 딸을 키우게 된 상원을 연기했다. 데뷔 후 첫 미스터리 장르이자, 부성애 연기에 도전한 그는 갑작스레 사라진 딸의 흔적을 찾아 나선 아버지의 절망스러운 심정과 미스터리한 존재를 마주하게 된 두려움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극을 이끈다.

‘클로젯’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린 하정우는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나 작품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배우 하정우가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으로 돌아왔다. /CJ엔터테인먼트
배우 하정우가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으로 돌아왔다. /CJ엔터테인먼트

-완성된 영화를 본 소감은.
“계획했던 대로 잘 구현된 것 같다. 특히 사운드가 기대 이상이었다. (영화 홍보를 할 때) 오컬트라고 하면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아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다.”

-평소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이 작품을 택한 이유는.
“악동 심리인 거 같다. 하하. 나는 당하고 싶지 않지만, 남을 놀라게 하고 싶은 것? 그래서 (사람들이) 뭘 싫어하는지 나는 정확히 알고 있다. 벽장을 열었는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 손톱을 긁는 듯한 소리, 신경을 건드리는 사운드. 음악 선율도 기분 나쁘더라. 김광빈 감독이 호러 영화 마니아다. 이 장르에 특화된 사람이었다. 작품을 더 재밌게, 잘 만들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후반 작업도 정말 잘 해냈더라.”

-김광빈 감독과 시나리오 회의를 많이 했다고. 어떤 아이디어를 냈나.
“특정 아이디어를 뽑아서 냈다기보다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진화해나갔다. 어떤 부분이 딱 바뀌었다고 얘기하긴 어렵다. ‘클로젯’뿐 아니라 모든 시나리오가 그렇다. 초고와 촬영 본의 차이가 크다. 더 날카로워지기도 하고 더 보편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한 부분들도 생기고,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기도 한다. 그런 일반적인 과정을 거쳤다.”

-부성애 연기도 소화해야 했는데, 상원의 초반과 후반 감정이 달라서 표현하는 게 쉽지 않았겠다.
“인물(상원) 자체가 딸을 대하는 데 있어서 어색한 사람이다. 출장도 많았고, 기러기 아빠처럼 살아온 사람이라 딸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사과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다. 그런 와중에 아내가 사고로 죽고 딸을 맡아야 한다는 사실이 큰 스트레스였을 거다. 관계에 대한 힌트는 김광빈 감독과 그의 아버지, 또 어렸을 때의 나와 나의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해 감독과 서로 얘기하면서 얻었다. 더 나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상원의 여정이라고 생각했다. 영화 말미에도 모든 걸 깨닫고, 진짜 아빠가 됐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아역 배우들과의 작업은 어땠나.
“현장에 아역 배우들을 케어해주는 분이 따로 계셨다.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거다. 그래서 그 채널은 한 명으로 고정시켜놓고, 그 외에 어떤 누구도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했다. 아이들만 전담으로 디렉팅하고 가르치는 분이 함께 했다. 현장 자체가 공기도 안 좋고 위험했기 때문에 항상 최고의 상태로 유지하려고 했고, 아이들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잘 케어하려고 했다. 연기적으로 봤을 때 이나를 연기한 허율도 그렇고, 명진 역을 맡은 김시아도 그렇고 정말 잘 했다. 어른스럽다는 말이 칭찬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촬영을 함에 있어서 무리 없이 진행됐고 정말 똑똑하고 센스 있었다.” 

하정우가 올해 계획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하정우가 올해 계획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중반까지 공포를 유발하다가 경훈의 등장과 함께 코믹적인 부분이 추가된다. (코믹 요소를) 더 강화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고, 아예 없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는데.
“항상 찍을 때는 베스트라고 생각을 하는데, 결과물을 만나게 되면 아쉬움이 남는다. 매번 드는 생각인 것 같다. (시나리오에) 코믹 부분은 아예 없었는데, 경훈 캐릭터를 유연하게 키우면서 촬영했다. 관객들에게 쉼표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진지한 것도 계속 보면 무겁잖나. 그런 부분들을 중화시키면서 그다음에 등장하는 장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사용했다.”

-반면 상원은 최근 하정우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 가장 진지하고 웃음기를 쫙 뺀 인물이었다. 상원과 같은 캐릭터를 택한 이유가 있다면.
“캐릭터보다 장르를 먼저 생각했다. 그동안 해왔던 작품보다 조금 더 움직임이 가볍고 조금 더 건조한 뭔가가 없을까 막연하게 생각하다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 결과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백두산’고 ‘클로젯’은 결이 완전히 다르고, 캐릭터도 상반된 인물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균형이 맞춰진다고 생각했다. 나도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기획되는 작품들은 그렇지 않다. 저예산으로 기획을 하고 제작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여러 가지 퍼즐들이 잘 맞춰져서 ‘클로젯’이라는 작품이 기획되고 제작됐다.”

-올해 계획은.
“올해만 2개의 촬영이 있다. 그 작품을 어떻게 준비하고 촬영해나갈지 고민이 된다. 그 이후에는 또 어떤 작품을 선택할지, 세 번째 연출을 할지. 매 순간 고민하고 있다. 제작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 단순히 제작자에서 내 이름을 뺀다고 해도 내가 책임져야 할 범위가 넓어졌다는 생각이 들더라. 물론 배우가 1번이고, 배우로 살아가는 비중이 90% 이상이라 그 삶을 해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순수하게 배우로 작업을 하는 것이 목표다. 내게 닥친 일을 감당하면서 버텨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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