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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악몽㉕] 바이러스처럼 변이하는 ‘불법촬영물 시장’
2020. 02. 05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바이러스는 새로운 숙주를 찾아 끊임없이 변이하며 이동하며 큰 피해를 입힌다. 불법촬영물 유포자와 구매자도 바이러스처럼 불법촬영물을 공유·유포할 곳을 찾아 인터넷상을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이들 역시 바이러스처럼 큰 피해를 입히는 존재들이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난 2018년 11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회장이 직원 폭행·강요, 음란물 유통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그동안 양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웹하드 ‘위디스크’, ‘파일노리’ 등에 헤비 업로더를 시켜 불법촬영물(몰카) 영상을 유포해 큰 수익을 얻으며 이른 바 ‘몰카 제국의 황제’로 불려왔다.

양 회장의 체포를 시작으로 경찰 등 관계 당국은 대대적인 웹하드 카르텔 근절을 위한 집중 단속을 진행했다. 이후 인터넷의 수많은 웹하드에서 몰카 영상 등의 불법촬영물 대부분을 삭제하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범죄자들의 왜곡된 성적 욕망은 여전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자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제 그들은 웹하드라는 숙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불법촬영물을 공유·유포할 곳을 찾아 인터넷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다. 마치 진화를 거듭하며 변이하는 바이러스들처럼.

불법촬영물이 올라오고 있는 불법 성인 사이트./ 해당 사이트 캡처

◇ 해외 서버를 둔 불법 공유 사이트... 차단돼도 도메인 변경 및 VPN우회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을 피해 몰카 유포자들이 택한 정착지는 ‘해외 서버’를 둔 웹사이트다. 지금도 수많은 불법 성인 사이트들은 포털 검색을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 기자가 이들 사이트에 들어가 ‘몰카’를 검색하자 수많은 영상을 찾을 수 있었다. 모두 경찰 등 관계 당국의 눈을 피해 올라온 불법촬영물들이었다. 

문제는 이런 사이트들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데다 수시로 도메인 주소와 VPN(가상 사설망)을 우회하기 때문에 적발하는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디지털 장의사 업체 이지컴즈 박형진 대표는 “도메인이 차단돼도 계속해서 변경하고 몰카 등의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고 있다”며 “서버만 해외에 있을 뿐 한국 사람이 운영하고 국내에서 촬영된 불법촬영물이 끝없이 올라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이트에 올라온 몰카 영상들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으며 피해자 신상 캐기와 성희롱 게시물 및 댓글로 2차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불법 성인 사이트들은 수시로 도메인 주소와 VPN(가상 사설망)을 우회하기 때문에 단속에 애를 먹고 있다./ 해당 메신저 캡처

◇ 텔레그램·단톡방 등에서도 불법촬영물 공유... 전문가들 ‘업로더’를 잡아야

텔레그램, 단톡방 등을 이용한 불법촬영물 공유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n번방’ 사건은 메신저를 이용한 불법 촬영물 공유에 대한 위험성을 단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이른바 ‘n번방 사건’은 지난해 2월, 13세부터 18세까지의 미성년자 70여명에게 성 착취 영상을 찍도록 협박하고 해당 영상을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판매한 사건이다. 

n번방에서는 가해자들이 실제로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가한 동영상도 판매되고 있었다. 운영자는 피해자들에 “지인들에게 알린다”며 협박한 것으로 알려져 전 국민적 공분을 샀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제작자 4명과 구매자 32명 등을 검거한 상태다.

문제는 제2, 제3의 n번방들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으며 적발된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공유하던 메신저방을 ‘폭파’하고 사라져 버린다. 운영자는 ‘복사방’ ‘대피소’ 등의 주소를 미리 공지해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단톡방에 참여한 이들에게 알려준다. 이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불법촬영물 공유를 다시 시작한다. 때문에 운영자와 남은 일당들을 모두 잡지 못하면 완전한 퇴치가 불가능한 구조다.

포털사이트 블로그에서 불법촬영물 공유 메신저 방을 홍보하고 있는 모습./ 블로그 캡처

실제로 n번방의 제작자, 운영자 등은 붙잡혔으나 이 사건이 알려지기 전부터 유사한 방법으로 불법촬영물을 판매한 일명 ‘박사’라는 자는 아직까지 붙잡히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 다시 범죄를 저지를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디지털 장의사 업체 이지컴즈 박형진 대표는 “삭제 요청을 통해서만 불법촬영물을 근절시키는 것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업로더를 적발해 더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전했다.

경찰도 텔레그램, 단톡방 등의 불법 촬영물 메신저 공유에 대한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확한 수사 방법을 알려드릴 순 없지만 기술적 추적, 메신저 잠입, 내부 고발 등의 제보를 통해 불법 촬영물 공유 메신저 방을 추적하고 있다”며 “조만간 수사 진행상황 및 검거 현황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