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남길이 스크린 공략에 나선다. /CJ엔터테인먼트
배우 김남길이 스크린 공략에 나선다. /CJ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욕심을 부릴 거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데 부리자고 생각했다.”

배우 김남길이 ‘흥행 욕심’에 대해 묻자 내놓은 대답이다. 지난해 SBS ‘열혈사제’로 연기대상을 수상하며 진가를 인정받았던 그는 시청자들의 사랑에 감사하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최선을 다하고, 인기나 흥행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김남길은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2003년 MBC 3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남길은 성실하게,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며 대중들의 신뢰를 얻었다. 그리고 지난해 데뷔 16년 만에 연기대상을 포함, 8관왕에 오르며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의 올해 첫 행보는 스크린 공략이다. 5일 개봉한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을 통해서다.

‘클로젯’은 이사한 새집에서 딸 이나(허율 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 딸을 찾아 나선 아빠 상원(하정우 분)에게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의문의 남자 경훈(김남길 분)이 찾아오며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김남길은 사건의 실마리를 알고 있는 미스터리한 퇴마사 경훈으로 분해 극과 극의 얼굴로 관객 앞에 선다. 특히 그가 연기한 경훈은 기존 영화에서 봐왔던 퇴마사와 사뭇 다르다.  진지함과 유머러스함을 오가는 폭넓은 연기로 속을 알 수 없는 경훈의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완성, 호평을 받고 있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김남길은 데뷔 후 처음으로 도전한 오컬트 장르에 대해 “관객들이 놀랄 때 희열이 있었다”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연기 철학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진지하고 진중한 자세를 보였다.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에서 퇴마사 경훈으로 분한 김남길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에서 퇴마사 경훈으로 분한 김남길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어땠나.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쉽고 짧다는 거다. 러닝타임 듣고 ‘좋다’ 했다. 아무리 좋은 영화도 보는 사람이 신체적 피로도가 쌓이다 보면 몰입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면에서 98분이 참 좋은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장점이자 단점일 수 있는데, 덜 무섭다는 거다. 정통 오컬트를 좋아하는 분들은 아쉽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호러 장르를 무서워하는 관객들은 생각보다 쉽게 관람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로젯’을 택한 이유는.
“평소 공포영화를 싫어해서 장르가 공포라는 것을 듣고 싫다고 했다. 그런데 일단 읽어보라고 해서 시나리오를 봤는데, 소재에 대한 신선함을 느꼈다. 또 오컬트 장르가 드물지 않나. 하정우 형이 ‘소재의 다양성을 갖고 만들면, 다음에도 이런 소재가 만들어질 수 있지 않겠냐’면서 ‘우리가 대의를 함께 하자’라며 입바른 소리로 설득을 했다.(웃음) 정우 형과 작품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데 함께 하면 재밌는 작품이 나올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

-무겁고 진지하게 진행되던 전개가 경훈의 등장과 함께 결이 바뀐다. 자칫하면 흐름이 깨질 수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고민 많이 했다. 사람이 한 상황에 대해 올해는 슬펐는데, 내년에는 무덤덤해질 수 있고 시간적으로 다른 감정을 느끼지 않나. 경훈도 그렇게 접근했다. 아픔이 있지만, 그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가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 안에서 좋은 일도 있고, 더 안 좋은 일도 있었을 텐데 과거에 대해 자유롭자고 설정했다. 일부러 가볍게 하기보다 상황에 맞춰서 유연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정통 장르보다는 복합적으로 다양한 재미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지 않나. 한 톤으로만 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고, 사람마다 여러 가지 모습들이 있으니 그런 부분을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톤을 잡았다. 자칫 잘못하면 전체 톤이나 관객의 몰입을 방해할 수 있을 거라는 우려가 있어서 최대한 절제하려고 했고, 크게 기복을 갖지 않으려고 했다.”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남길. /CJ엔터테인먼트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남길. /CJ엔터테인먼트

-경훈이 퇴마사였는데, 기존 영화에서 그려졌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영화 속 퇴마사는 종교적인 부분에 입각해서 그려진 게 많았다. 사제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고… 그런 인물들과 차별성을 많이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종교적 불편함을 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지 않나. 주술들도 한국적인 것과 다양한 것들을 조금씩 차용해서 섞어서 만들었고, 손동작은 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참고했다. 시각적 효과를 위해 팔에 문신을 하기도 했다.”

-오컬트는 처음인데, 장르의 매력을 느낀 점이 있나.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는데 사람들이 놀랄 때 희열이 있더라. 나도 놀라서 옆에 앉은 (김광빈) 감독에게 욕을 하기도 했지만… 관객들이 놀라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고, 또 그 외적으로 긴장감 있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게 다른 공포영화들과는 조금 다르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또 우리 영화는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지 않나. 사람을 통해 치유하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마무리를 짓는다. 공포 장르로서 긴장감을 갖고 가다 보니 영화 후반 드라마도 긴장감 있게 이어진 것 같다.”

-하정우와의 첫 호흡은 어땠나.
“작품을 하기 전에 친한 사람들이 작품을 하면서 더 친해지는 게 쉽지 않다. 틀어지거나 발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정우 형과는 좋았다. 정우 형은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잘 갖고 와서 연기를 하는 게 놀라웠다. 현실적인 ‘케미’가 잘 담긴 것 같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이렇게 코드가 잘 맞으면 더 재밌는 시너지가 날 수 있구나 생각이 들더라. 현장이 재밌다 보니 코미디를 하면 더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남길이 흥행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김남길이 흥행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CJ엔터테인먼트

-흥행에 대한 욕심은 없나.
“욕심이 있긴 한데, (과거와) 방향성이 다른 것 같다. 모든 배우가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길 원하지 않나.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니 내 마음대로 안 되더라. 기대보다 잘 된 것도 있고, 기대했는데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것에 영향 받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크게 욕심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할 때마다 마지막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을 못하게 될 때가 올 수도 있지 않나. 그렇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더라. ‘열혈사제’가 잘 돼서 기회들을 조금 더 얻은 거라고 생각한다. 욕심을 부릴 거면 방향을 바꿔서 작품을 더 잘 만드는데 포커스를 두자고 생각을 많이 했다.”

-앞으로는 어떤 작품들을 만나고 싶나.
“영화에서 필모그래피가 부족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 또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이 한 톤으로 가는 것보다 복합적인 장르라서, 특정 장르를 해봤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누아르나 코믹, 액션, 멜로 등 다 해보고 싶다. 장르 성향에 맞게 조금씩은 유연하게 대처하겠지만, 정통 장르를 많이 해보고 싶다.”

-올해 목표는. 
“올해도 잘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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