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큰돈 들어왔을 땐 아무도 믿으면 안 돼.”

사라진 애인 때문에 사채 빚에 시달리며 한탕을 꿈꾸는 태영(정우성 분)과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만(배성우 분), 과거를 지우고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남의 것을 탐하는 연희(전도연 분). 벼랑 끝에 몰린 그들 앞에 거액의 돈 가방이 나타나고, 마지막 기회라 믿으며 돈 가방을 쫓는 그들에게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한다.

고리대금업자 박사장(정만식 분), 빚 때문에 가정이 무너진 미란(신현빈 분), 불법체류자 진태(정가람 분), 가족의 생계가 먼저인 영선(진경 분), 기억을 잃은 순자(윤여정 분)까지… 절박한 상황 속 서로 속고 속이며 돈 가방을 쫓는 그들은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한탕을 계획한다.

전도연‧정우성 주연의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화려한 캐스팅 라인업과 촘촘한 스토리 라인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았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높은 기대치는 득이 될까, 실이 될까.  

한 탕을 꿈꾸는 사람들의 다양한 군상을 그러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위 왼쪽부터) 박지환과 정우성, (아래 왼쪽부터) 배성우‧정만식‧전도연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한탕을 꿈꾸는 사람들의 다양한 군상을 그러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위 왼쪽부터) 박지환과 정우성, (아래 왼쪽부터) 배성우‧정만식‧전도연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이다.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신예 김용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하나의 돈 가방을 두고 인생 마지막 기회 앞에서 서서히 짐승의 본능을 드러내는 캐릭터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 흥미를 자극한다. 이들은 절박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악의 선택을 하고 악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캐릭터의 감정을 극단적으로 그려내지 않으면서도, 설득력 있게 담아내 몰입을 높인다. 흔들리는 가장, 공무원, 그리고 가정이 무너진 주부 등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우리 모두를 대변한 점도 공감대를 형성한다. 

기존 범죄극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구성도 눈길을 끄는데, 이야기를 여섯 개의 장으로 나눈 챕터식 구성으로 신선한 재미를 전한다. 독특한 구성과 전개 과정에서 주어진 단서와 복선을 통해 스토리를 맞춰나가는 재미도 있다. 다만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지 않아, 흐름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웃음도 터져 나온다. 캐릭터들이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위트 있게 풀어내 웃음을 유발한다.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쫄깃한 전개 속 블랙 코미디적 요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특히 배우들의 기발한 애드리브로 완성된 몇몇 대사들이 잊히지 않는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 전도연(왼쪽)과 윤여정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낸 전도연(왼쪽)과 윤여정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전도연부터 정우성, 배성우 그리고 윤여정까지. 배우들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낸다. 그중에서도 전도연과 윤여정의 활약이 돋보인다. 엔딩 크레디트에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린 전도연은 영화 중반에서야 모습을 드러내는데, 첫 등장부터 강렬한 존재감으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사랑스러운 매력부터 섬뜩한 모습까지 기대, 그 이상을 보여주며 자신의 진가를 다시  한번 입증한다.

윤여정은 비교적 짧은 분량에도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기억을 놓아버린 채 과거에 갇혀 사는 노모 순자로 분한 그는 단단한 연기 내공을 고스란히 발휘해 극에 무게를 더한다. 특히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대사들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데, 담담하면서도 묵직한 연기로 마음을 흔든다. 러닝타임 108분, 오는 12일 개봉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연기됐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