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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4관왕’… 봉준호의 ‘기생충’, 신드롬은 끝나지 않았다
2020. 02. 1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AP뉴시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을 전하고 있다. /AP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은 한국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었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시상식으로 비판을 받아온 아카데미에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최고의 영예를 안으며 ‘오스카의 벽’을 깼다. 한국영화 탄생 101년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다.

영화 ‘기생충’은 10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감독상과 최고상인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4관왕을 휩쓸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무려 네 개의 트로피까지 거머쥐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첫 수상은 각본상이었다. ‘기생충’은 ‘나이브스 아웃’ ‘결혼이야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1917’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각본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는 무대에 올라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세계를 흔든 ‘기생충’. /CJ엔터테인먼트
세계를 흔든 ‘기생충’. /CJ엔터테인먼트

먼저 봉준호 감독은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아카데미 첫 수상”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한진원 작가는 “할리우드가 있다면 한국엔 충무로가 있다”며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와 스토리텔러들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졌던 국제극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도 이변 없이 ‘기생충’에게 돌아갔다. 다시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해당 부문의 상) 이름이 바뀌고 처음 받게 돼서 의미가 깊다”며 “상의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지지하는 방향에 박수를 보낸다”고 경의를 표했다.

또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와 대사를 멋지게 옮긴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전하면서 송강호를 포함, 배우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배우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감독상 역시 봉준호 감독이 받았다. 아카데미에서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것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다. 리안 감독은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2006), ‘라이프 오브 파이’(2013)로 두 차례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러나 두 영화 모두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로, ‘기생충’은 순수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봉준호 감독은 ‘1917’ 샘 멘데스 감독, ‘아이리시 맨’ 마틴 스코세이지 등 쟁쟁한 감독을 제치고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믿을 수 없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으로 시상대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봉 감독은 “국제영화상을 받고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어 “어릴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고 책에서 읽었다.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이었다. 그의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했는데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라며 마틴 스코세이지의 명언을 인용, 이목을 끌었다. 카메라가 마틴 스코세이지를 비추자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봉 감독은 함께 후보에 오른 다른 감독들에게 존경을 표하면서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오등분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재치 있는 입담을 과시해 큰 웃음을 안겼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AP뉴시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을 수상했다. /AP뉴시스

‘기생충’의 수상 행진은 끝이 아니었다. 최고의 영예인 작품상까지 거머쥐며 시상식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92년 아카데미 역사상 한국영화 최초이자, 아시아 영화 최초, 그리고 외국어영화 최초의 작품상 수상이다.

‘기생충’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져서 너무 기쁘다”며 “굉장히 의미 있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여진 기분”이라면서 영화 속 송강호(기택 역)의 대사를 인용하며 감격의 소감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기생충’은 지난해 5월 열린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골든글로브 트로피까지 품에 안아 화제를 모았다.

또 미국의 4대 영화 조합상으로 손꼽히는 제작자조합상(PGA)·감독조합상(DGA)·배우조합상(SAG)·작가조합상(WGA) 중 배우조합상의 앙상블상, 작가조합상의 각본상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 2일 열린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까지 연이어 수상 낭보를 전했다.

그리고 이날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상으로 꼽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4관왕 영예를 안으며 또다시 새로운 역사를 썼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를 흔든 ‘기생충’의 신드롬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