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로 돌아온 배성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로 돌아온 배성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오랜 무명 생활 끝에 비로소 빛을 보게 된 배성우는 달라진 입지에도 초심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갈고닦으며, 단단한 사람이 되고자 깊은 고민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의 오늘보다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배성우는 연극 무대에서 데뷔한 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영화 ‘더 킹’ ‘안시성’ ‘꾼’ ‘변신’ 등 장르를 불문하고 개성 넘치는 연기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변신’(감독 김홍선)을 통해 첫 메인 롤을 훌륭히 해낸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에 이어 ‘출장수사’(감독 박철환) 등 주연 배우 타이틀에 이름을 올린 작품들이 연이어 개봉을 앞두고 있어 기대를 모은다.

올해 첫 행보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다. 인생 마지막 기회인 돈 가방을 차지하기 위해 최악의 한탕을 계획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범죄극으로, 신예 김용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평범한 가장 중만으로 분한 배정우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 평범한 가장 중만으로 분한 배성우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최근 개성 강한 캐릭터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는 감을 부르는 현실적 캐릭터로 돌아와 새로운 매력을 보여줄 예정이다.

극 중 배성우는 사업 실패 후 야간 사우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가장 중만으로 분해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팍팍한 삶 속에서 거액이 담긴 돈 가방을 발견하고 흔들리는 가장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해 영화 속 긴장감을 배가시킬 전망이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배성우는 중만에 대해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런 중만을 개성 강한 캐릭터들 사이에 잘 녹여내기 위해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또 작품 안에서 점점 해야 할 몫이 커지는 것에 대한 솔직한 생각도 전해 눈길을 끌었다. 

배성우가 김용훈 감독과의 호흡을 언급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배성우가 김용훈 감독과의 호흡을 언급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어떤 매력을 느꼈나.
“시나리오가 굉장히 재밌었는데, 내 역할은 선뜻 끌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원작 소설을 읽게 됐는데, 인물에 대한 심리 묘사가 많아 이해가 되더라. 중만이 영화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표현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김용훈 감독이 신인인데, 여유가 느껴졌다. 작품에 대한 이해도도 좋았고, 준비도 많이 돼 있더라. 대화를 나누는데, 중심이 잘 잡혀있더라. 함께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만이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평범한 캐릭터였다. 끌리지 않았던 이유인가. 
“다른 인물들은 개성이 강한데, 중만은 너무 없는 게 아닌가 싶었다. 또 처절한 사건도 없어서 이 인물이 어떤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반면 너무 튀지 않아서, 더 특별한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웠다.

자칫하면 캐릭터가 튀거나, 영화에서 해야 할 목표 달성이 되지 않을까 봐 김용훈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선을 찾아나갔다. 그러면서 시나리오보다 적극성을 띠게 됐고, 더 위트 있는 인물로 변형이 됐다. 중만은 본인의 개성을 제시하는 느낌보다, 관객들이 정서에 공감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영화의 전체 톤을 더 봐야 했다.”

-김용훈 감독은 어땠나.
“김용훈 감독과 촬영하면서 수다도 떨고 밥도 많이 먹었는데, 좋아하는 영화나 포인트들이 굉장히 비슷했다. 통하는 것들이 있어서 함께 작업하면서 재밌었다. 또 현장에서 여유가 있다 보니, 갇히지 않고 유연하게 잘 캐치해서 담아내더라.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해도 잘 받아들였다. 그런 부분에서 배우와 감독의 균형이 잘 맞지 않았나 싶다.”

매 작품,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배성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매 작품, 완벽한 캐릭터 소화력을 자랑하는 배성우.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중만이 평소 자신을 무시하던 사우나 지배인에게 ‘버릇이 없네’라고 쏘아붙이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애드리브였다고.
“중만 입장에서는 쫄깃한 장면이다. ‘버릇이 없네’는 윗사람이 아랫사람한테 하는 말이기도 하고, 굉장히 권위주의적인 단어 선택이지 않나. 중만은 지배인보다 나이는 많지만, (직급상) 아랫사람이고, 정서적으로 많은 게 쌓였다. 그런 상황에서 소심한 중만이 뜬금없지만, 그 대사를 하면 언발란스하면서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통쾌함이 있을 수 있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중만이) 더 불쌍해 보이기도 했던 신이었던 것 같다.” 

-기발한 애드리브의 비결은 뭔가.
“비결은 없다. 굳이 꼽자면, 대부분의 배우나 감독들이 평소 사람 관찰을 많이 하기도 하고, 세련된 표현을 찾으려고 늘 노력을 한다. 나도 그런 부분에서 관찰한 측면도 있지 않을까 싶다.”

-중만처럼, 실제로 돈이 든 가방을 발견한다면.
“만약 집 앞에 놔뒀으면 사유지니까 나한테 준 거 아니겠나.(웃음) 만약 중만의 상황이었다면 신고할 거다. 무섭다. 그런데 욕심은 났을 거다. 중만보다는 치밀하게 접근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하.”

-‘변신’에 이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차기작인 ‘출장수사’까지 주연 배우로 활약하며 점점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배성우의 생각이나 다짐이 궁금하다.
“사람 자체가 단단해져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내 스스로를 자양분으로 삼아 연기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 중심을 잘 잡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연기력도 계속 고민하고 키워야겠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가 매력이 있고 똑바로 서 있어야 한다는 고민을 더 많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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