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Extinction)’. 지구상에 존재하던 어떤 종이 모종의 이유로 세계에서 사라져 개체가 확인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사실 지구의 입장에서 멸종은 항상 일어나는 작은 사건일 뿐이다. 지구의 생명역사가 시작된 38억년 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생명체 대부분이 사라지는 ‘대멸종의 시대’가 존재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멸종의 원인이 기존의 ‘자연현상’에 의한 것이 아닌, 인간이 직접적 원인이 된 멸종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오염, 불법 포획부터 지구온난화까지 우리 스스로 자초한 결과물들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이제 지구는 우리에게 묻는다. “너희 스스로 자초한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있는가.” [편집자 주]

생명이 넘치는 행성인 지구는 놀랍게도 수십억년간 5차례의 대멸종을 겪었다. 생명을 위기를 극복하고 길을 찾아 번성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인간에 의해 6번째 대멸종이 다가올지도 모른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지구상에서 발생한 5번의 대멸종은 모두 지구 혹은 우주에서 발생한 ‘자연적인 원인’으로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4억5,000만년 전 발생한 제1차 대멸종과 3억7,000만년 전 발생했던 제2차대멸종은 소행성 폭발, 화산재 등으로 태양빛이 차단돼 발생한 빙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 

지구상에서 발생한 가장 큰 대멸종인 ‘제3차 대멸종’은 약 2억5,000만년 전에 일어났다. 당시 대륙판의 이동이라는 큰 지질학적 변화가 일어났다. 이로 인해 지금의 시베리아에서 대규모 화산 폭발이 발생했고, 이로 인한 기온변화로 지구상 생명체의 95%가 사라졌다. 

약 2억년 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제4차 대멸종 역시 화산활동에 의한 기후변화로 일어났다. 이로 인해 약 80%의 파충류가 멸종했다. 대중들에게 공룡의 멸종으로 잘 알려진 제5차 대멸종은 6,500만년전 운석충돌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 인해 지구상의 80%가 넘는 생명체들이 멸종 당했다.

지금은 화석이나 모형, 영화 등으로 밖에 만날 수 없는 공룡 역시 지구의 대멸종에서 사라진 종이다. 공룡은 한때 인간과 맞먹을만큼 번성해 지구를 지배했다./ 픽사베이

과학자들은 2,200년께 ‘여섯 번째 대멸종(제6차 대멸종)’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달리, 대멸종의 원인으로 ‘인간’을 꼽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간에 의한 환경파괴로 지구상 생명체의 멸종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여섯 번째 대멸종의 대상은 어쩌면 인간 스스로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2018년 미국과학원회보(PNAS)가 발표한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인류가 농경을 시작한 1만1,000년 이후 지금까지 포유류의 83%, 해양포유류 80%, 식물 50%, 어류 15%가 멸종했으며 전체 종의 40%가 멸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 “인류가 농경시대를 지나 산업혁명을 거치며 고도의 산업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다량의 이산화탄소(CO₂)가 발생했다”며 “환경파괴,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생물종의 멸종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했다.

인간은 농경시대를 거쳐 산업화를 이룬 후 고도의 문명을 건설했다. 이로 인해 인간의 삶은 윤택해졌지만 환경파괴, 지구 온난화 등으로 수많은 종의 멸종을 가져왔다./ 픽사베이

◇ 과학자들 “지구온난화가 ‘제6차 대멸종’의 주요원인이 될 것” 

인간에 의한 멸종 원인은 △불법 남획 △채집 △다량의 플라스틱과 같은 환경오염물질 배출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인간에 의해 가속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는 앞으로 있을 제 6차 대멸종의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세계기상기구(WMO)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5년 동안 지구의 평균온도가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이산화탄소(CO₂) 농도 역시 가장 높게 나타나 지구 온난화가 빠르게 가속화되고 있다고 알렸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국립환경정보센터 자료에 의하면 2019년 1월 기온은 20세기 평균 기온인 12℃보다 1.14℃증가한 13.14℃를 기록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1도 상승했다"며 "지금처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이번 세기말에는 기온이 3∼5도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불행하게도 우리는 기록적인 수준의 온실가스 영향으로 2020년과 다가올 수십 년 동안 매우 극단적인 날씨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북극곰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다./ 픽사베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현재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서식지가 사라진 북극곰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또한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는 남극의 빙하도 기온변화로 인해 대량으로 손실, 2100년에는 황제펭귄 역시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9월 호주 남동부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지구온난화에 의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기상학자들은 당시 산불의 주된 원인이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인도양 쌍극’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인도양 쌍극’은 인도양 동쪽과 서쪽의 해수면 온도차가 심해져 인도양 동쪽은 폭염과 가뭄을, 서쪽의 동아프리카 지역은 폭우가 내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로 인해 인도양 동쪽에 자리 잡은 호주에는 48.9℃에 육박하는 폭염과 건조한 기온이 형성돼 산불이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인도양 서쪽에서 폭우가 내리게 돼 호주엔 비가 내리지 않아 피해가 더 커졌다. 

뉴사우스웨일스 주, 빅토리아 주 등 호주 남동부에 큰 피해를 입힌 이 산불은 올해 2월 진화가 마무리 됐다. 이번 산불로 최소 33명이 사망하고 숲 1,860만 헥타르, 약 18만6,000㎢가 소실됐다. 또한 10억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이 죽었다. 특히 호주의 대표 종인 코알라를 포함해 113종의 동물들은 서식지의 30%이상을 잃고 ‘멸종위기종’에 지정될 위기에 놓였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이번 산불로 배출된 4억톤 가량의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분석한다. 또한 이로 인해 제2,제3의 호주산불과 같은 재앙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생물종이 멸종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호주 남동부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산불 역시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에 의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코알라 등 113종의 호주 토착 생물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뉴시스

◇ 멸종이 불러올 예측할 수 없는 재앙

인간에 의해 발생하는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등으로 수많은 생물종들이 멸종되거나 멸종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멸종이 앞으로 우리에게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각각의 종(種)은 생태계 내에서 다른 종들과 밀접한 연관을 지니고 있다. 이때 한 종이 멸종할 경우 어떤 파장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다. 우리와 별다른 관계가 없거나 해로운 해충 등과 같은 종들이 멸종할 경우조차 미래에 인간과 다른 생물들에게 커다란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북경의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이 발생한다는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인간이 생태계 시스템을 망가뜨릴 때 어떤 재앙이 일어나는지는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1955년 중국에서 곡식을 쪼아먹는 참새를 ‘해로운 새’로 지목하고 몰살시킨 ‘타마작운동’이 대표적이다. 타마작운동 이후 천적인 참새가 사라진 해충들이 급증하면서 중국 전 대륙에 엄청난 기근을 가져올 것을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또한 1960년 나일강에 건설돼 이집트에 큰 경제 부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던 아스완 댐이 말라리아, 해충 등으로 이집트 농업에 큰 타격을 입혀 이집트 경제 위기를 불러올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다양한 현상들이 던지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인간이 동식물 멸종에 큰 빚을 졌고, 이것이 결국 인류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음을 방증한다. 지금이라도 지구가 보내는 경고를 새겨 들어야 하는 이유이자,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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