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10대 방법사 '백지소'(정지소 분)가 방법을 하는 장면 / tvN '방법' 방송화면
극중 10대 방법사 '백지소'(정지소 분)가 방법을 하는 장면 / tvN '방법' 방송화면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만 있으면 누구든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조선시대 숙종 때, 인현왕후를 죽음에 이르게 하기 위해 인형에 바늘을 찔러넣던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주술(呪術)’을 소재로 한 tvN 월화드라마 ‘방법’. 과연 ‘방법’ ‘방법사’는 드라마에만 있는 허구일까, 아님 실제 존재하는 말일까. <시사위크>가 알아봤다.

◇ 무속인이 말하는 ‘방법’과 ‘방법사’

지난 10일 첫 방송된 tvN 월화드라마 ‘방법’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 등으로 상대방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 백소진(정지소 분)과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 분)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방법’이란 ‘사용하는 법’의 의미가 아닌 ‘사람을 저주하는 주술’을 의미한다. 색다른 소재로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라는 평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2회 방송분에서 정지소의 주술에 최병모(김주환 역)가 사지가 꺾여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방송되며 사람을 저주하는 주술인 ‘방법’과 이를 행하는 ‘방법사’가 실제 존재하는 것인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문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용어가 낯설 뿐, 사실 ‘방법’은 그간 방영된 다양한 작품 속에서 여러가지 형태로 재연돼 왔다. 특히 퓨전 사극드라마에서 ‘방법’은 단골 소재로 쓰이곤 했다.  

2012년 최고 시청률 42%를 기록, 김수현과 한가인의 애틋한 궁중 로맨스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MBC ‘해를 품은 달’. 여기에도 ‘방법’이 숨어있다.

흑주술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도무녀 장씨' 역의 전미선 / MBC '해를 품은 달' 방송화면
흑주술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던 '도무녀 장씨' 역의 고(故) 전미선 / MBC '해를 품은 달' 방송화면

작품에서 조선 최고의 무당이자 국무(國巫)인 ‘도무녀 장씨’(전미선 분)가 세자빈 ‘연우’(김유정 분)의 숨을 끊기 위해 밤마다 행하는 ‘흑주술’이 바로 방법의 일종이다. 조현우 무속인은 “살(煞)을 날리고 걷고 하는 비방술(秘方術)들이 모두 방법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당시 도무녀 장씨가 선보인 흑주술은 패러디가 생겨날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긴 바 있다.  

이외에도 JTBC ‘마녀보감’(2016)에서 ‘홍주’(염정아 분)가 흑주술로 세자를 잉태하게 만들거나 ‘연희’(김새론 분)를 죽이게 만드는 장면, MBC ‘야경꾼일지’에서 ‘사담’(김성오 분)이 주술로 사람의 기를 빼앗아 미라 형태로 만드는 장면들 역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지만 방법에 해당된다. 다양한 주술행위가 담긴 영화 ‘곡성’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처럼 사람을 저주하는 주술 또는 주술사(드라마에서는 ‘방법사’라고 표현한다)는 실제 존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방법’은 무속인들 사이에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주술용어이긴 하다. 다만, 드라마에서 처럼 누군가를 해하기 위해 사용되진 않는다. 

"요즘에도 시골가면, 작은 동네만 가도 방법사들 하나씩 있잖아요"라고 말하는 무당 '진경' 역의 조민수 / tvN '방법' 방송화면

전국 무속인들의 협회 격인 대한경신연합회 이성재(국가무형문화제 제104호) 대표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점사를 통해 운명을 체크해서 크게 아플거라든지, 큰 사고가 나지 않게 액맞이를 한다든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든지 할 때 쓰는 걸 방법이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드라마에서 나오는 것처럼 상대를 사고나게 한다든지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대를 죽이는 비방술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당연히 ‘방법사’라는 명칭도 사용하지 않는다”면서 “무속엔 크게 전통과 비전통으로 나뉘는데, 비전통인 사람들이 잘못된 인식을 갖게 하는 것 같다. 특히 드라마의 경우, 흥미 위주로 하다보니 (사람을 저주하는 주술을 소재로 다루는 등) 그런 것 같은데, 자칫 사람들이 믿게 되면 사회가 혼란스럽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 ‘방법’ 무속자문가이자 엑소시스트로 활동 중인 조현우 무속인 역시 “‘방법’은 주술을 뜻하는 것으로, 다양한 방술(方術)들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라면서 “하지만 사람을 저주하는 것이 아닌, 좋은 데 사용되는 말이다. 지역에서 유명한 주술적인 형태, 예를 들면 전라도의 씻김굿 같은 것들이 다 방법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tvN ‘방법’이 주목받고 있는 데는 현대극 전면에 무속신앙와 주술을 녹여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빠른 전개와 토속신앙 고유의 강렬한 색깔을 고스란히 담아냈다는 점도 이 작품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한편 ‘방법’은 첫 방송 시청률 2.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최근 방송분 시청률(2월18일) 3.5%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정지소와 조민수의 치열한 기싸움이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들에게 강한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는 상황. ‘방법’의 추후 스토리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