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던 중 취재진을 보고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을 마시던 중 취재진을 보고 미소짓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이 손학규 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내홍 끝에 급속도로 추락하는 모습이다.

의원들의 줄탈당 및 셀프 제명 시도로 원외 정당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표류하는 당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재건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채이배 의원은 19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손 대표와 시대전환(청년 정치단체)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우리 당과 같이 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시한은) 이번주까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채 의원은 이같은 이유로 전날(18일) 바른미래당 의원 13명이 주도해 비례대표 의원 9명의 제명을 의결한, 이른바 ‘셀프 제명’ 의원총회에 불참했다.

채 의원은 “손 대표의 2선 후퇴는 당연한 전제다. 손 대표가 지금까지 미래세대에게 ‘당을 접수해라’, ‘전권을 주겠다’는 말씀을 해오셨지 않느냐"며 “그렇게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바른미래당은 시대전환 등 청년 정치단체와 꾸준히 물밑에서 접촉해왔다. 그러나 당 운영을 둘러싸고 양측의 입장이 맞아떨어지지 않으면서 통합 논의는 공회전을 거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조정훈 시대전환 공동대표는 통화에서 “독자 창당의 길로 가고 있다”며 “그쪽(바른미래당)에서 관심을 표현해오긴 했지만, 원칙적으로 스스로의 길을 가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공동대표는 “당이 미래세대, 미래정치를 위한 밀알이 무엇인지 말해주기 전까진 어떤 답변도 할 수 없고 저희 길을 걸어가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그는 ‘밀알의 의미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의 3당 통합에 희망을 걸고 손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당에 잔류한 의원도 있다.

최도자 의원은 전날(18일) 다른 비례대표 의원 8명과 묶여 제명은 됐지만, 의안과에 무소속 의원 등록 접수는 하지 않았다.

최 의원은 통화에서 “손 대표가 (대안신당·민주평화당과) 3당 통합에 조금이라도 긴장하고 경각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석대변인 직을 내려놓으려고 했던 최 의원은 “며칠만 더 기다려 달라”는 손 대표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직을 유지한 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도 참석했다.

최 의원은 “손 대표를 설득하려고 옆에 남아 있지, 아부할 일이 있어서 옆에 있겠느냐”며 “우리 당을 사랑하고, 우리 당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이미 대통합추진위원회가 구성됐으니 그분들이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한마디라도 거들고 손 대표께도 조언할 것”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노동조합운영위원회(운영위)도 움직였다. 3당 및 미래세대 통합이 진척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당이 파국으로 향하는 것에 손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운영위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타당과의 통합이든, 미래세대와의 통합이든 이번 주 내에 결단하라”며 “당 대표와 지도부는 악화된 상황을 지켜보기만 해야 하는 전국의 지지자와 당적을 부둥켜안고 노심초사 희망을 기다리는 30만 당원들을 생각하고 각성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운영위는 “지금은 1분 1초가 골든타임”이라며 "당 대표와 지도부가 당을 파국으로 이끄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우리 조합원들도 일터 보존을 위해 특단의 대응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바른미래당 내 청년조직도 재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만39세 이하 청년당원으로 구성된 당 산하 미래위원회는 바른정당 청년정치학교를 표방한 2달 단위 여성정치학교·미래정치학교를 기획 중이다. ‘마약 이불’ 등 마약 용어를 제품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는 회사에 용어 사용 자제를 요청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내훈 부대변인 겸 미래위원은 통화에서 “당이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바른미래당에 입당한 이유는 당에서 추구하는 중도, 실용정치에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아직 충분히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잠시 힘들어도 길게 보고 활동할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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