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이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가운데, 구조조정과 탈원전의 관련성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두산중공업 홈페이지
두산중공업이 명예퇴직을 실시하는 가운데, 구조조정과 탈원전의 관련성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두산중공업 홈페이지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6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그 원인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이 구조조정을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반면, 원전의 영향은 적고 글로벌 발전시장 추이 및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 실패가 원인이라는 정부 등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두산중공업은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 2014년 이후 5년 만에 명예퇴직 실시하는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18일이다. 이날 일부 매체가 두산중공업의 명예퇴직 시행을 보도하자, 두산중공업은 공식적인 입장자료를 내고 이에 대해 설명했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기술직 및 사무직 2,600여명이다. 명예퇴직 시 법정 퇴직금 외에 최대 24개월 치 임금을 지급하고, 20년차 이상일 경우 위로금 5,000만원이 추가 지급된다. 또한 최대 4년간 자녀 학자금, 경조사비, 건강검진 등의 복지혜택도 제공된다.

두산중공업은 “사업 및 재무 현황에 맞춰 조직을 재편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글로벌 발전시장의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져 어려움을 겪어왔다는 설명이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사업다각화, 신기술 개발, 재무구조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고, 특히 임원 감축, 유급순환휴직, 계열사 전출, 부서 전환 배치 등 강도 높은 고정비 절감에 나섰지만 인력 구조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처럼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 소식이 알려지자 상당수 언론들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수주잔고가 줄고, 원전 공장 가동률이 뚝 떨어져 결국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는 것이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만 4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최근 만 4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두산중공업

◇ “탈원전 여파” VS “탈원전과 무관”

그러자 정부는 이례적으로 상세한 반박 설명자료를 냈고, 몇몇 언론들도 이에 기반해 다른 분석을 내놓았다. 두산중공업의 경영 악화와 탈원전 정책은 큰 관련이 없으며, 글로벌 발전시장 침체 및 적절한 대응 실패가 원인이라는 것이 골자다.

우선 정부는 2017년 에너지전환 정책 시행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금액에 큰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이 금액이 곧 두산중공업의 국내 원전 매출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또 일각에선 두산중공업 전체 사업에서 국내 원전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30% 수준으로 크지 않다는 점을 조명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의 실적 하락세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해 탈원전 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한참 전인 2014년부터 시작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정부는 글로벌 발전시장의 변화 흐름과 관련 업계의 동향을 강조하며 두산중공업의 경영 악화 원인을 다른데서 찾았다.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발전이 감소하고 있고,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글로벌 업체들이 나란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저유가로 중동발 발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는 두산중공업이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채 원자력 및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인 결과 경영 위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기존 계획·투자에 큰 변화… 타격 왜 없겠나”
 
이처럼 갑론을박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명확하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사안이란 반응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사업 특성상 글로벌 발전시장 침체도 중요한 원인이지만, 국내적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 주도로 2년 마다 한 번씩 향후 15년에 대한 전력계획수급을 짜고 회사는 이에 맞춰 준비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계획이 갑자기 변경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향후 계획에 따라 기술을 개발하고 설비 및 인력도 확충하는 등 여러 준비를 하는데 여기엔 상당한 비용이 든다”며 “그런데 그 계획이 변경되면서 예상했던 약 10조원 가량의 국내 수주는 사라졌고 기존에 했던 투자는 매몰됐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만이 원인은 아니지만, 탈원전 정책 역시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발전시장 침체로 어려움은 있었겠지만, 탈원전 정책이 아니었다면 상황이 덜 심각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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