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이 실적 악화에도 2년만에 배당에 나서 이목이 쏠린다./우진
우진이 실적 악화에도 2년만에 배당에 나서 이목이 쏠린다./우진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원전용 정밀 계측기기 생산기업 우진이 2년만에 배당에 나선다. 특히 우진이 수년째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이어오고 있고,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40%에 육박하는 상황인 만큼 이번 배당에 이목이 쏠린다.

우진은 이사회를 통해 보통주 1주당 100원, 총 20억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고 지난 21일 공시했다. 지난 2017년 배당 이후 2년만에 배당으로, 당시 배당금 38억원 대비 47% 가량 감소한 배당금이다.

우진은 창업주 이성범 회장이 1980년 설립한 원전용 정밀 계측기기 생산업체로, 2010년 증시에 상장했다. 우진은 상장 후 이듬해 22억원의 배당을 시작으로 꾸준한 배당을 이어왔지만, 2017년 1주당 220원, 총 38억원의 배당을 마지막으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당시엔 악화된 실적으로 인해 배당을 진행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우진은 2016년 3억원의 순손실을 거둔 후 이듬해 순손실 156억원으로 크게 불었다. 매출 또한 1,000억원대에서 9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우진은 영업손실 11억원과 순손실 72억원을 기록한 2018년에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영업손실은 20억원으로 전년 대비 두배 가량 늘었고, 순손실은 139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늘었다. 통상 배당이나 상여 등에 쓰이는 이익잉여금 또한 지난해 3분기 기준 275억원으로 2018년 말 대비 19% 줄었다.

우진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창업주인 이성범 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40%에 달한다. 최대주주는 이성범 회장의 장남 이재원 이사회 의장으로 지분 17.22%를 들고 있다. 이외에 이상범 회장의 차남 이재상 대표이사가 15.32%를 보유 중이고, 등기임원과 미등기임원, 종속회사임원을 제외한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38.74%에 달한다. 올해 전체 배당금 22억원 중 8억원 가량이 오너일가에게 돌아가는 셈이다.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과 지난해 이익잉여금이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배당을 진행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오너일가 지분을 제외한 60% 가량이 소액주주로 파악되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로 해석하는 시선도 있지만, 악화된 실적에도 배당을 실시하는 데는 40% 가까운 지분을 보유한 오너일가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상범 회장과 장남 이재원 의장, 차남 이재상 대표이사 등은 모두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우진 관계자는 “2년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것은 당시 회사의 실적이 꺾이기 시작한 상황과 탈원전 등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이재원 이사회 의장으로의 지분 증여가 이뤄져 증여세가 필요한 상황에도 배당을 하지 않은 것은 어려워진 회사를 먼저 생각한 데 따른 결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8년 이성범 회장은 장남인 이재원 이사회 의장에게 지분 34만7,200주를 증여했다. 지분율로는 2% 가량이며 당시 이재원 의장의 지분율은 17.96%에서 19.96%로 늘었다.

우진 관계자는 “소액주주가 60%가 넘는 만큼 주주가치 제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지난해 순손실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현금 흐름 등이 다소 개선된 것과 향후 원전 사업의 분위기를 고려해 배당을 실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