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타이어업계 3사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왼쪽부터 전대진 금호타이어 사장, 강호찬 넥센타이어 부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국내 타이어업계 3사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왼쪽부터 전대진 금호타이어 사장, 강호찬 넥센타이어 부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국내 타이어업계 3사가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각사의 분위기 또한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화창한 하늘을 마주한 반면,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 앞엔 먹구름이 잔뜩 드리웠다.

◇ 금호타이-흑자전환, 넥센타이어-2조 매출

국내 타이어업계 3사는 지난 13일 한국타이어를 시작으로 24일 넥센타이어까지 모두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가장 긍정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넥센타이어다. 넥센타이어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2조223억원의 연결 기준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7년 1조9,647억원, 2018년 1조9,839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좀처럼 2조원의 벽을 깨지 못하던 넥센타이어가 마침내 고지를 정복한 것이다.

또한 넥센타이어는 2,073억원의 영업이익과 1,1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각각 전년 대비 13.7%, 14.4% 증가한 수치다.

넥센타이어는 이 같은 실적의 배경에 대해 “환율 상승으로 외화환산이익이 증가하고 외화환산손실은 감소했으며, 매출액 증가 및 매출원가 개선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금호타이어는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암흑기의 출구를 찾았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은 매출액 2조3,691억원, 영업이익 373억원, 당기순손실 490억원이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7.4% 감소했고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면치 못했으나, 영업이익은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타이어는 뚜렷한 하락세를 이어갔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연결 기준 6조8,964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며 3사 중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42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감소했고, 당기순이익도 4,123억원으로 22.3% 줄어들었다.

한국타이어는 2016년 1조1,03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2017년 7,934억원, 2018년 7,026억원에 이어 지난해 5,000억원대로 영업이익 하락세가 뚜렷하다. 2016년과 비교하면 3년 사이에 영업이익의 절반이 사라졌다.

한국타이어는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심리 둔화와 글로벌 자동차 수요 부진 장기화 등으로 타이어 시장의 판매 경쟁이 심화됐고, 주요 지역 판매 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지난해 전격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사장은 지난해 전격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뉴시스

◇ 3년 새 반토막 난 영업이익… 조현범은 ‘구속 신세’

엇갈린 것은 실적만이 아니다. 각사의 분위기는 더욱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고 있다.

실적 하락세를 면치 못한 한국타이어는 현재 비상상황이다. 3세 경영의 한 축을 맡고 있던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지난해 11월 전격 구속됐다.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다. 또한 조현범 사장의 형인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도 횡령 혐의로 나란히 법정에 세워졌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던 3세 경영 승계에 중대 변수를 마주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실적 하락세가 뚜렷한 가운데 풀어야할 난제가 상당하다.

반면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나선 모습이다. 금호타이어는 전대진 사장이 지난 7일 자사주 1만주를 매입한 데 이어 주요 임원진들이 줄줄이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 책임경영에 대한 강한 의지의 표명이자, 실적개선을 향한 자신감으로 풀이된다.

2016년 공동대표에 오르고, 지난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2세 시대를 본격화한 바 있는 강호찬 넥센타이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인사를 통해 신설된 유럽지역 대표를 겸하게 됐다. 넥센타이어가 마침내 ‘유럽 시대’를 열어젖힌 가운데, 본인이 직접 진두지휘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3사의 실적 추이 및 경영진 상황을 고려하면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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