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합당을 위한 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합당을 위한 수임기관 합동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호영 기자  바른미래당·대안신당·민주평화당 등 3당 통합체 민생당이 출범하자마자 ‘3당 사무처 통합’이라는 암초에 직면했다. 3당은 2월 초부터 약 20일간 논의 끝에 물리적 합당에 성공했으나, 사무처를 아우른 화학적 결합까지는 가시밭길이 예고된 모습이다.

3당은 각기 사무처의 직급·급여체계가 다른 것은 물론, 당직자 수만 100~110명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내부에서는 사무처를 통합할 때 직급·급여 재조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또 국회의원 의석 수(19석)에 비해 비대해진 사무처 당직자 수를 놓고 구조조정설까지 돌면서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따라서 3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민생당 사무총장을 어느 당 출신 인사가 거머쥐는지 주목하고 있다. 사무총장은 당의 조직·예산운용 등 사무를 총괄하는 요직이다. 일부 당직자들은 상대 당 출신 인사가 사무총장이 될 경우 받게 될 불이익에 불안해 하는 모양새다.

우선 바른미래당의 경우 직급체계가 간사-과장-차장 등으로 이어지는 반면, 대안신당과 평화당은 간사-차장으로 이어진다. 연차별 승진체계와 급여·채용 체계를 놓고 비교하면 셈법은 더 복잡해진다. 통합을 앞두고 일부 당에서 부랴부랴 승진을 단행하고 당직자를 신규 채용하거나, 사무처 급여를 일제히 인상했다는 설도 돌고 있다.

바른미래당 출신 민생당 관계자는 25일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우리 당이 예전 규모를 유지한 채 합당했다면 바른미래당 출신이 사무총장을 하고 부총장을 다른 당에게 넘기면 됐을 문제인데 아쉬운 일”이라면서 “지금 상황에선 김정화 대표나 사무총장도 현역이 아니라 타 당에 밀리는 부분이 있다. 대안신당에서 총장을 노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안신당과 평화당은 과거 민주당에서 당직자 생활을 오래했던 국장·부국장급이 특히 많은 것으로 안다”며 “안 그래도 당직자 수가 많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데 다른 당에서 사무총장을 맡으면 우리 당직자들이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바른미래당 사무처 당직자는 70여 명,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은 각각 12명, 15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민생당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대안신당은 당직자 12명 중 국장 4명·부국장 2명, 평화당은 15명 중 국장 5명·부국장 2명이라고 한다. 당직자 절반이 국장·부국장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다. 반면 간사는 아예 없거나(대안신당) 2명 수준(평화당)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당 공동대표는 김정화 전 바른미래당 대변인과 유성엽 전 대안신당 의원, 박주현 전 평화당 의원으로 구성됐다. 공동대표 3명 중 바른미래당 몫이 원외 인사인 반면, 대안신당·평화당 몫은 현역 의원이다.

따라서 김정화 대표가 내부 실권을 쥔 사무총장을 바른미래당 출신 의원으로 구성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한 민생당 관계자는 “김 대표가 비례대표에 사심이 없다면 타당한 이유를 들며 사무총장 직을 강하게 요구하겠지만, 본인 문제가 걸려 있어 유성엽·박주현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총장은 대안신당이 가져갈 것 같다”고 했다.

민생당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 출신 당직자 수가 의석에 비해 많다는 이유로 바른미래당 당직자 중심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안신당 출신 민생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무처 구조조정과 관련, “대안신당은 당직자를 줄일 이유가 없다. 의석 수로 비율을 나누면 바른미래당 당직자를 많이 줄여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3당이 화학적 결합을 하기 전에 바른미래당에서 희망퇴직을 통한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사무총장은 민감한 자리라서 우리 당을 포함해 각 당에서 총장 직을 얻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면서 “일단 직급·급여체계는 재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사무처가 사무총장이 바뀌고 유승민계가 나가면서 많이 흐트러졌다는 내부 이야기가 있었다”며 “최근 이뤄진 무분별한 승진, 급여인상 등을 재조정하자, 전체 당직자를 일렬로 세우고 경험과 경력을 감안해 재조정하자는 등의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바른미래당 출신 민생당 관계자는 “과거 우리 당이 싫다고 나간 계약직 당직자 중 지금 저쪽 당에서 차장을 달고 있는 분들도 있다”며 “우리 당 공채로 들어왔다가 과장 직급이 낮다고 나간 분들도 저곳에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결국 통합을 전제로 승진시켜 놓고 실무회의에서 ‘당직자 수를 5:5로 맞추자’ ‘급여를 똑같이 맞추자’고 저쪽 당에서 주장하는데 우리 노조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사무처 통합 과정에서 불거질 내홍을 우려해 총선 전까지 사무처를 3당이 개별 운영하고 총선 후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민생당 관계자는 “어차피 선거 때는 인력이 필요해 일단 사무처 통합을 미루는 방법도 있다”며 “선거 결과에 따라 각 당이 내부 조정을 마치고 통합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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