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사 다수, 비상경영체제 돌입… 경영진 임금 반납·전 직원 무급휴가
플라이강원, 항공편 감편 등 경영계획 전면 수정… 악재 지속 시 무급휴가도 검토
에어로케이·에어프레미아 상업운항 전, 직격타 피했지만… 코로나19 영향 불가피

국내 항공사들이 2분기 줄줄이 적자를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국내 항공사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무급휴직, 임금반납, 경영진 사직 등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음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 고사 직전에 놓였다. /뉴시스

시사위크=제갈민 기자  항공업계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로 인해 벼랑 끝에 섰다. 대부분의 항공사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직원들에게 무급휴직을 권고하고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신규로 항공면허를 발급 받은 3개 항공사는 정상 비행이 가능할지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국내 8개 항공사는 2월 중순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한·일 외교 갈등으로 불거진 보이콧 재팬으로 직격타를 입었다. 이후 지난해 말부터 업황이 회복세에 들어서는 듯 했으나, 지난해 12월 중순 중국 우한 지역에서 최초로 발병한 코로나19가 한국까지 확산돼 전국에 창궐하고 있어 여행객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했고, 동남아시아와 중동 국가 중 일부는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입국 시 14일간 격리 조치를 실시하고 있어 여행객 수요는 더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부분의 항공사는 일부 노선을 운휴 또는 감편하고 나섰다.

항공편 감편만으로는 현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은 경영진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임금을 최소 30% 또는 전액 반납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앞서 경영난에 허덕이던 이스타항공은 3월부터 6월까지 4개월 간 경영진 임금 30%를 반납하기로 결정했으나, 코로나19 여파에 직원들의 급여도 40% 수준만을 지급하게 됐다. 이스타항공은 이번에 지급하지 못한 급여분에 대해선 향후 수익 창출이 가능해질 때쯤 지급할 예정임을 밝혔다.

제주항공도 경영진 임금을 30% 이상 삭감하고, 기존 승무원 대상으로 진행됐던 무급휴가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진에어 역시 3월부터 최소 1주에서 최대 12개월까지 무급휴직을 신청받고 있다.

플라이강원이 오는 22일 첫 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플라이강원
플라이강원이 코로나19 사태에 국제선 운항 스케줄을 전면 조정했다. /플라이강원

이러한 상황에 지난해 항공면허를 신규로 발급받은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 3개 항공사의 움직임에도 관심이 쏠린다.

3개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중 가장 먼저 상업운항을 개시한 플라이강원은 기존 8개 항공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지만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플라이강원이 현재 상업운항을 하고 있는 노선은 양양∼제주, 양양∼타이베이(대만), 그리고 지난 21일 취항한 양양∼클라크필드(필리핀, 이하 클락)까지 총 3개다.

이 외 3월부터 추가로 늘려나갈 예정이었던 국제선 노선은 취항 일정을 잠정적으로 연기를 결정하거나 기존 취항 노선의 운항 일정을 조정했다. 당장은 취항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다.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인이 입국하면 14일간 강제로 격리 조치를 행하고 있어 운항을 하더라도 수요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양양에서 클락으로 향하는 항공편은 기존에 매일 오후 9시 5분 운항할 예정이었으며, 돌아오는 항공편 역시 매일 오전 1시 20분으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3월 운항편을 대폭 감편했다. 다음달 플라이강원의 양양∼클락 노선은 3월 4일, 8일, 20일, 24일 단 4일만 왕복 항공편을 운항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양양∼타이베이 노선은 3월 28일까지 운휴를 결정했다.

2월말에 있을 정기 운수권 배분 시 중국 지역의 운수권을 받게 되면 7월 운항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가을쯤에 운항을 할 수 있도록 취항을 연기했다. 2020년 일본 도쿄올림픽 이전에 취항을 계획한 일본 후쿠오카 노선도 기존 2월말에서 7월로 미뤘다.

플라이강원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항공편 감편, 취항연기를 결정함에 따라 향후 발생하게 될 잉여인력에 대해선 무급휴직을 실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는 직원들이 연차를 소진해 잉여인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경영을 하고 있으며, 급여는 문제없이 지급되고 있다.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사진 위로부터)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국토부 운항증명 진행 중이라 아직은 코로나19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하는 LCC 에어로케이와 인천국제공항을 거점으로 둔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국토교통부에 운항증명(AOC)을 신청, 수검 절차를 거치고 있는 상황이다. 2개사는 아직 상업운항을 실시하지 않아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권 내에 들지는 않았다.

에어로케이는 국토부의 운항증명이 완료된다면 상업운항 계획은 4월쯤 청주∼제주 노선을 취항할 예정이다. 국제선은 7∼8월쯤 대만·일본 노선을 계획하고 있다.

에어로케이 측은 “아직 상업운항 전이라 확답은 하기 힘들지만 기존에 세운 운항계획을 수정하지는 않았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 되거나 대유행으로 확산될 경우엔 운항을 조금 연기하는 방안에 대해 국토부와 협의를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프레미아는 올해 9월 첫 운항을 예정하고 있다. 국내선 취항은 없으며 바로 태국·베트남·싱가포르 등 아시아권 국제선 취항을 시작으로 내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산호세 등 미국 서부 노선으로 발을 넓힐 계획이다.

그러나 에어프레미아가 국제선 초기 취항지로 계획한 태국·베트남·싱가포르 3개 국가는 현재 한국인의 입국을 제한 또는 금지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최근 14일 이내에 대구와 경북 청도를 방문한 사람의 입국과 경유를 오는 27일 자정부터 금지하기로 했다. 베트남은 지난 25일부터 대구·경북 거주 한국인의 입국을 막고 있다. 또 최근 14일 간 이 지역을 경유한 사람도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태국은 검역 강화와 격리 조치를 내리는 등 입국 절차를 강화했다.

사실상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엔 신규 LCC 3사의 국제선 취항이 힘들어질 수 있다.

사정이 이쯤되다 보니 신생 LCC는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잦아들고 해외 국가들이 한국인 입국제한을 해제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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