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커 운송기사들의 파업 사태로 인해 육계 농가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 네이버 지도
마니커 운송기사들의 파업 사태로 인해 육계 농가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 네이버 지도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운송기사들의 직접고용 요구에서 촉발된 마니커 파업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육계 농가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시작된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의 마니커 운송거부 사태가 20일째를 넘어섰다.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약 100여명은 마니커와 직계약을 요구하며 마니커 동두천 공장과 천안 공장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단순 운송거부가 아닌 공장 진출입을 차단해 원재료인 생닭의 입고와 가공제품 출하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화물연대를 위시한 운송기사 측은 직접고용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마니커 운송기사들은 중간 위탁 업체(무림FLS)와 계약을 맺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무림FLS에서 수수료 착취 의혹 등이 발생해 마니커가 향후 자신들을 직접 고용하겠다고 구두 약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마니커는 직접 고용은 사실상 힘들다고 보고 있다. 올해 이미 무림FLS와 계약이 됐을 뿐 아니라 닭을 운송하는데 필수 시설인 가금운반시설(어리장)을 무림FLS가 보유하고 있어 직접 계약을 수용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직간접적 피해도 커지고 있다. 동두천과 천안 공장이 멈추게 되면서 마니커는 약 7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마니커에 닭을 공급하는 250여 개의 육계농가의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생닭은 35일 안으로 출고를 못하면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안한욱 마니커 사육농가 협의회장은 “닭은 일정 무게 이상 자라면 수요처가 없어 상품성이 없다”며 “당장 출하해야 할 닭들이 농장에 적체되어 애꿎은 사료만 축내고 있는 현실에 농가들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육계협회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19 발생 여파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닭고기 산업 기반이 송두리째 없어질 위협해 처해 있는 마당에 닭고기 생산, 유통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에 빠져있다”면서 “전국 250여개 마니커 계약사육농가는 닭을 제때 출하 못해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장에서는 폭력 사태도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니커 등에 따르면 공장을 출입하는 차량에 돌을 던지고 기물을 파손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 안 회장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협상 당사자도 아닌 농가까지 찾아와 위협을 가하는 등 행패를 부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파업으로 존폐 위협을 받고 있는 마니커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며 “(파업) 참가자들은 운송거부와 불법행위를 중단하고 상생과 타협의 길을 찾는 대화를 다시 시작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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