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누군가는 몰래 촬영하고, 누군가는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다. 온라인 공간으로 퍼지는 젠더 폭력. 우리는 이것을 ‘디지털 성범죄’라고 부른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성범죄는 생각보다 자주, 많이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두려움. 무엇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디지털 성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현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편집자주]

몰카범들은 항상 죽을 죄를 지었으며 다신 이러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실제로 몰카범들의 재범률은 75%에 달한다./ 픽사베이
몰카범들은 항상 죽을 죄를 지었으며 다신 이러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실제로 몰카는 강한 중독성때문에 재범률이 75%에 달한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대부분의 불법촬영 범죄자 '몰카범'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피해자를 붙잡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죽을 죄를 지었다”고 선처를 호소한다. 과연 그들의 반성은 진심일까. 은 정말로 반성을 하고 있을까. 

◇ 몰카 재범률 75%… 성범죄 유형 중 가장 높아

법무부가 성범죄자 7만5,000여명을 분석해 작성한 ‘2020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상태다. 

성범죄 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412건에 불과했던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는 2018년 2,388건으로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9.0%, 20대가 27.0%를 차지하며 전체 66%에 해당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의 확대·보급으로 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몰카 범죄의 경우 재범률은 매우 높다는 것이다. 2018년 기준 카메라 이용 촬영 범죄는 12.4%로 전체 성범죄 중 12.4%로 ‘강제추행이 44.1%, 강간’ 등 강력 성범죄가 30.5%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동일 재범비율은 75.0%로 가장 높았다. 불법 촬영 범죄자 10명 중 7명 이상이 다시 한 번 범죄를 저지르는 셈이다.

실제로 2015년 성폭력특례법 위반으로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은 의사 A씨는 2012년에도 같은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의 처벌을 받은 재범이다. A씨는 산부인과 진료실, 서울 명동의 여자화장실, 수도권 지하철역·정류장 등에서 여성의 신체와 치마 속 등을 137회 불법촬영한 바 있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는 도박과 유사한 형태를 띈다고 말한다. 스릴과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중독 시 위험성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심리학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는 도박과 유사한 형태를 띈다고 말한다. 스릴과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중독 시 위험성을 알면서도 끊지 못하기 때문이다./ 픽사베이

◇ 도박과 유사한 몰카… 더 큰 자극의 욕망이 중독성 불러

이 같이 몰카 범죄자들이 지속적으로 몰카를 촬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몰카 촬영도 도박처럼 ‘중독성’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몰카 촬영 과정은 도박에서 느끼는 쾌감과 비슷한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몰카 범죄자들이 법률적 조언을 얻고자 방문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글들을 살펴보면 재범 이유로 ‘스릴’과 ‘짜릿함’ 등이 많았다. 한 글쓴이는 “초범인 점을 가만해 벌금형을 받고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으나 자신도 모르게 몰카 충동이 튀어나왔다”며 “지하철에서 다시 몰카 촬영을 하자 예전에 느꼈던 짜릿한 만족감이 돌아왔다”고 밝혔다.

손석한 연세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사람은 자기가 쾌감을 느끼는 행위에 대해 더 자극적으로 빠지려는 성향이 있다”며 “몰카 범죄자와 같은 성도착자들 역시 몰카 행위를 통해 더 큰 쾌감, 자극을 느끼려는 심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엔 한두 번 하던 몰카 범죄 행위에 중독되면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패가망신까지 내몰리게 되는 도박과 메카니즘이 유사하다”고 덧붙였다.

◇ 법무부, 신상등록제도 시행… 심리치료와 강한 처벌도 필요

법무부는 몰카 범죄 뿐만 아니라 성범죄의 재범을 막기 위한 대응책으로 ‘신상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신상등록제도란 지난 2000년 7월 처음으로 ‘성범죄자 신상공개제도’가 도입된 이후 성범죄자의 정보를 등록해 공개하고 고지하는 성범죄자 관리제도를 말한다. 

최근 5년간 신상이 신규 등록된 대상자는 연평균 1만2,755명으로 누적 대상자는 2019년말 기준 8만2,647명이다. 법무부는 올해 10만명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몰카 범죄자들에 대한 정신과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경과 전문의는 “알코올 중독, 약물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보다 몰카, 도박과 같은 행위 중독이 오히려 고치기 어렵고 그 중 몰카와 같은 성범죄 중독이 가장 어렵다”며 “이들은 치료가 요구되는 관음증과 같은 변태성욕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저 자신이 약간의 일탈 행위를 저지르는 것으로 착각한다”고 밝혔다.

몰카범들은 적발 이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지옥’과 같은 고통이다”라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잡히지 않았다면 이렇게 후회할지 의문이다./ 픽사베이

다만 단순히 소송, 경찰 조사 등에 필요한 진단서를 받기 위해 억지로 치료를 받는 범죄자들도 있어 강력한 처벌도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오진승 정신과 전문의는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통해 “처음엔 성도착증을 치료하고 싶다고 왔으나 이야기를 좀 하다보면 진단서를 요구한다”며 “결국은 누구의 조언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경찰 조사, 법적 소송 등에 이용하기 위해 진단서를 받으러 온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오진승 전문의는 “자신이 성도착증을 치료받기 위해선 범죄를 저지르기 전 진작에 왔어야 되는데 이제 뭐가 법적으로 걸리니까 온 것”이라며 “성도착장애는 정신과 질환 안에 카테고리로 있긴 하지만 처벌과 징계 등 시스템을 통해 재발 방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금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지옥’과 같은 고통이다”라는 글이 몰카 범죄자들이 법적 조언을 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지옥’과 같은 고통은 피해자들 아닐까. 이들이 진심으로 반성한다면 다음 번 몰카 재범률 통계는 감소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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