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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행복권 톺아보기
[2020 시사위크 특별기획] Ⅱ. 놀 권리
[어린이 행복권 톺아보기④] 성인 근로시간보다 더 많이 공부하는 아이들
2020. 03. 02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어린이는 우리의 미래이자, 우리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어린이가 행복하지 않은 사회는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린이 삶의 만족도가 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그럼에도 어린이 행복권 신장은 우리 사회 화두에서 늘 벗어나 있다.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어린이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나 인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어쩌면, 우리는 어린이들을 잘 키우고 있다는 깊은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시사위크>는 2020년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에 놓여있는 어린이 문제들을 톺아보며 어린이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그려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하교시간에 맞춰 줄지어 대기 중인 학원차량들. /뉴시스
하교시간에 맞춰 줄지어 대기 중인 학원차량들. /뉴시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주 52시간 근무제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온 과도한 근로시간 및 그에 따른 삶의 질 문제 해결을 위해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이에 따른 사회적 변화가 상당한 가운데, 업계 특성 및 기업규모에 따라 어려움을 겪는 곳 또한 적지 않아 갑론을박이 뜨겁다.

이처럼 주 52시간 근무제는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각함에도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근로시간보다 아동의 평균 학습시간이 더 길다는 씁쓸한 사실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의 주당 학습시간은 40~60시간으로, 주당 40시간 수준인 성인의 평균 근로시간을 웃돌고 있다.

학교에서 정규수업을 마친 아이들 대부분은 곧장 학원으로 향한다. 하교시간에 맞춰 학교 근처에 줄지어 서있는 노란색 학원차 행렬은 아주 익숙한 풍경이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5월 발표한 ‘2019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82.5% 사교육을 받고 있고, 평균 주당 6.5시간을 사교육에 할애하고 있다. 학교 정규수업을 마친 뒤, 하루 3시간 이상을 사교육과 자습 등 학습시간으로 보내는 초등학교 고학년생의 비율도 41.4%에 달한다.

우리나라 아이들의 평균 학습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여가 및 놀이시간은 가장 적고 행복도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 아이들의 평균 학습시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여가 및 놀이시간은 가장 적고 행복도 역시 가장 낮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뉴시스

덕분일까. 우리 아동들의 학업성취도는 OECD 최상위 수준을 자랑한다. 눈부신 경제발전 속에 아동들의 건강상태도 가장 좋은 수준에 이르렀고, 물질적 결핍은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들이 결코 반갑지만은 않다. 공부 잘하고, 건강하고, 부족한 것 없이 크고 있는 것 같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씁쓸한 대목이 더 많다.

우리 아동들은 심각한 관계적 결핍을 겪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8 아동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물질적 결핍에 속하는 가정 내 인터넷 활용 결핍은 2.6% 수준이지만 관계적 결핍에 해당하는 친구초대 기회 및 정기적인 여가활동은 각각 15.2%, 26.0%에 달한다. 청소년기의 평균 친구 수가 2013년 7.8명에서 2018년 5.4명으로 줄어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구 뿐 아니라 부모와 보내는 시간도 하루 평균 48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학습시간은 넘쳐나지만 신체활동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 30분 이상 운동하는 아동은 전체의 36.9%에 그친다. 애초에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여가시간이 많지 않다. 평일 여가시간이 3시간 미만인 초등학생 비율이 전체의 54.6%나 된다. 그나마 있는 여가시간도 홀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세상에 빠져드는 경우가 더 많다. 청소년 3명 중 1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에 속해있다. 동시에 아동 비만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중이다.

이처럼 ‘친구들과 함께 마음껏 뛰어놀 나이’라는 표현은 이제 옛말이 된지 오래다. 친구도, 뛰어놀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그 결과는 자명하다. ‘2018 청소년 건강행태 조사’에 따르면 스트레스 인지율은 40.4%, 우울감 경험률은 27.1%에 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동 삶 만족도가 OECD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지난해 조사를 통해 집계된 우리나라 아동의 삶 만족도는 6.57점이었다. 5년 전에 비해 소폭 상승하긴 했으나 여전히 OECD 최하위 수준이고 평균과도 거리가 멀다.

우리 사회는 지금, 행복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지 않다. 수많은 조사결과와 숫자, 멀리 둘러볼 것도 없는 주위의 풍경들이 이미 오래전부터 “그렇지 않다”고 외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많은 사회문제에 비해 해결은 더디기만 하다. 당사자로서 사회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을 촉구하고, 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작 이들의 대변하고 옹호해야할 부모, 그리고 우리 사회 어른들은 아이들을 불행으로 밀어 넣고 있는 주범이다.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이 행복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자란 어른이 다시 행복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더 행복해지기 원한다면, 지금 당장 아이들부터 행복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