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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너도나도 ‘리메이크’… 드라마 리메이크 열풍의 ‘득과 실’
2020. 03. 03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사진 좌측부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등 2020년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대거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 JTBC 제공
(사진 좌측부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등 2020년 리메이크 드라마들이 대거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 JTBC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2020년에도 안방극장 속 리메이크 열풍은 계속된다. 그간 웹툰을 리메이크한 사례가 보편적이었다면 올해는 소설, 해외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 작품들을 리메이크해 시청자들 저격에 나선 상황. 너도 나도 리메이크작 삼매경이다.

올해 JTBC는 방송사들 중 가장 활발한 리메이크작 행보를 보인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JTBC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이태원 클라쓰’는 물론 방영 예정인 ‘부부의 세계’ ‘허쉬(가제)’ 등 2020년 드라마 편성표에 다양한 리메이크작 명단을 올렸다.

원작의 종류도 다양하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동명 소설을 리메이크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힐링 로맨스를 그려내 호응을 얻고 있고, ‘이태원 클라쓰’는 동명 웹툰을 리메이크해 15%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 화제작 ’닥터 포스터‘를, ’허쉬‘는 소설 ’침묵 주의보‘를 각각 리메이크하며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리메이크를 향한 열정을 드러내는 것은 단순 JTBC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MBC는 웹소설 플랫폼 서비스 회사인 (주)문피아와 업무협약을 맺고 2020년부터 원작 드라마 제작에 나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2012년 설립된 (주) 문피아는 4만여 명의 작가가 활동 중인 국내 최고 웹소설 플랫폼으로, ‘전지적 독자시점’ 등의 인기 웹소설을 연재 중이다.

이밖에도 tvN ‘메모리스트’, KBS2TV ‘계약우정’ 등 여럿 리메이크작들이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웹툰 리메이크작 tvN 새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가 오는 11일 첫 방송된다. / tvN '메모리스트' 공식 홈페이지
웹툰 리메이크작 tvN 새 수목드라마 '메모리스트'가 오는 11일 첫 방송된다. / tvN '메모리스트' 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시장에서 리메이크 열풍이 부는 이유는 뭘까. 3일 JTBC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안정되고 인기 있는 원작을 활용해 만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효과가 있다”며 “원작이 있다는 것이 부담감이기도 하지만 기대감이기도 하다. 원작팬이 확보되어있다는 것은 대중성 측면에서 검증을 받은 셈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예전에 다른 작품에서 본 듯한 틀에 박힌 이야기 전개 방식은 TV 드라마에 시청자들의 발길을 뜸하게 만든 큰 이유 중 하나다. 반면 리메이크작들은 웹툰, 웹소설, 해외 드라마 등 다양한 플랫폼에 녹아있는 신선한 소재를 살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확실한 메리트를 지닌다. 또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돌리는 것에 있어 한 차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은 방송사들에게 큰 메리트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다만 원작의 흥행성만을 믿기엔 상당한 위험부담이 따르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수많은 리메이크작들이 방영됐음에도 tvN ‘김비서가 왜 그럴까’(2018) ‘왕이 된 남자’(2019)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은 손에 꼽는다.

이와 관련 한 제작사 관계자는 “(리메이크작이) 원작 팬들의 관심을 드라마로도 이끌 수 있는 장점이 있기는 하나 그 부분 때문에 원작 팬들의 원성을 살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는 단순히 원작 스토리 라인을 그대로 이끄는 것이 아닌, 캐릭터 추가, 결론의 변화 등 변화 발전된 모습을 보여하기 때문에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답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리스크가 적다고 (리메이크에) 접근하지만 위험요소들을 인지하고 있어야한다”며 “외국 드라마의 리메이크 경우 국내 문화적 정서에 맞는지 살펴야한다. (웹툰의 드라마화, 소설의 드라마화 등) 장르와 장르를 이동하면서도 장르에 잘 맞는지를 생각해야한다. JTBC ‘이태원 클라쓰’는 원작 웹툰 작가가 대본을 집필해 리스크를 줄인 사례라 볼 수 있다. 다른 장르에 대한 위험 요인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리메이크에 임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리메이크작의 교과서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JTBC '이태원 클라쓰' / JTBC '이태원 클라쓰' 방송화면
리메이크작의 교과서라는 평가를 얻고 있는 JTBC '이태원 클라쓰' / JTBC '이태원 클라쓰' 방송화면

리메이크 열풍이 지닌 문제점은 흥행 여부만이 아니다. 김성수 평론가는 리메이크작의 성행이 드라마 작가들의 입지를 빼앗고, 나아가 원작 콘텐츠 생산의 부진을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성수 평론가는 “자기 장르에 알맞은 우수한 원작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려면 특화되어 있는 작가가 필요하다”며 “다른 장르의 작가들이 드라마 대본을 쓰다보면 드라마 작가 밥상을 빼앗게 된다. 그리고 이는 새로운 창작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영화 ‘기생충’은 그 자체가 원작 시나리오기 때문에 더 큰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리메이크작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원작 콘텐츠를 만드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고 김성수 평론가는 말한다.  김 평론가는 “원작 콘텐츠를 위한 드라마 투자가 필요하다”며 “드라마 작가 공모가 다양하게 이뤄지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싼 값에 드라마 작가를 얻기 위한 꼼수다. 이미 만들어진 것만 뽑아서 제작하는 것이 아닌,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적극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