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과 이청용의 친정팀 FC서울이 아닌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며 이목이 집중됐다./뉴시스·FC서울
기성용과 이청용의 친정팀 FC서울이 아닌 다른 구단으로 이적하며 이목이 집중됐다./뉴시스·FC서울

시사위크=이수민 기자  올 초 K리그 팬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2010년대 한국 축구를 이끌며 ‘쌍용’이라는 애칭을 얻은 기성용과 이청용의 K리그 복귀 소식이었다.

쌍용의 복귀 소식에 모든 팬들이 설레임을 감추지 못했지만, 유독 FC서울 팬들의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었다. 기성용과 이청용이 모두 FC서울이 낳은 스타라는 이유에서다. 두 선수는 첫 프로 생활을 FC서울에서 시작했고, 서울에서의 활약으로 유럽으로 진출했다.

비슷한 사례인 박주영 또한 오랜 유럽 생활을 정리하고, 프로 생활을 시작한 FC서울로 돌아온 이력이 있는 만큼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고조됐다. 박주영은 FC서울 복귀 당시 “시작이 FC서울이었으니, 끝도 FC서울이다”라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구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고, 팬들 또한 ‘레전드’의 귀환을 환영했다.

하지만 FC서울은 국내 복귀를 밝힌 기성용과 이청용을 끝내 품지 못했다. 두 선수가 유럽으로 이적할 당시 체결한 계약으로 국내 복귀 시 우선협상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기성용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마요르카에 새 둥지를 텄고, 이청용은 같은 K리그 경쟁팀인 울산현대로 이적했다.

특히 구단 차원에서의 성의없는 태도가 이적 불발의 원인이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팬들의 질타를 샀다. 일부 팬들은 기성용의 이적 불발 소식이 전해지자 시즌권을 환불하고, 구단에 성명서를 보내는 등 직접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팬들의 실망감과 박탈감이 커진 이유는 비단 쌍용의 이적이 불발된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간 FC서울에서의 활약으로 해외로 이적한 선수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국내로 복귀할 때의 선택은 FC서울이 아니었다.

2003년부터 2015년까지 FC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며 주장까지 역임한 고명진이 대표적 예다. 고명진은 수년간 FC서울의 황금기를 이끈 레전드 선수다. 이후 고명진은 해외 도전에 나섰고, 카타르와 크로아티아를 거쳐 지난해 말 K리그로 복귀했다. 고명진을 품은 구단은 FC서울이 아닌, 울산현대였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FC서울의 주전급 선수로 활약한 윤일록도 마찬가지다. 윤일록은 2017년 K리그 도움 2위를 기록하는 등 FC서울의 핵심 자원이었다. 이후 그는 2018년 일본 J리그로 이적했고, 국내 복귀 시 FC서울로 돌아오지 않았다. 윤일록은 임대 이적으로 제주유나이티드에 둥지를 텄고, 이후 올해 1월 프랑스 리그앙 몽펠리에로 전격 이적했다.

FC서울은 박주영과 쌍용을 떠나보낸 2010년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후 2012년과 2016년에도 리그 정상에 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주영과 쌍용이 함께 뛴 시절, FC서울은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기성용은 유럽 생활 중 SNS를 통해 ‘언젠가는 FC서울에서 박주영, 이청용과 함께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꿈은 이제 불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레전드를 대하는 구단의 태도는 미지근했고, 구단을 바라보는 팬들의 상실감도 커졌다. FC서울이 진정 잃은 것은 기성용과 이청용이 아닌 바로 ‘팬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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