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년 만에 주연으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한 안효섭 /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5년 만에 주연으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한 안효섭 /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미친 성장’의 정석이란 이런 게 아닐까. 데뷔 3년 만에 주연 자리를 꿰차고, 5년 차엔 ‘국민 드라마’를 통해 주연으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심상치 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배우 안효섭. ‘대세 배우’란 타이틀이 아깝지가 않다.

2015년 tvN ‘바흐를 꿈꾸며 언제나 칸타레 2'로 데뷔한 안효섭은 MBC ’한번 더 해피엔딩‘(2016), MBC ’가화만사성‘(2016), SBS ’딴따라‘(2016), KBS2TV ’아버지가 이상해‘(2017)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차츰차츰 인지도를 쌓아나갔다. 특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 안효섭은 유소년 축구코치 박철수 역으로 출연, 훈훈한 비주얼을 자랑하며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안효섭이 조연에서 주연으로 성장하기까지 걸린 시간, 단 3년이다.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8)를 통해 양세종(공우진 역) 조카 유찬 역으로 풋풋함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었고, tvN ‘어비스’(2019)를 통해선 서브 주연이 아닌 메인 주연으로 활약하며 자신의 입지를 넓혀나갔다.

그리고 2020년 안효섭이 해냈다. 10%만 넘어도 흥행이라고 평가받는 요즘, 시청률 30%에 육박하는 흥행 기록을 세운 것. ‘국민 드라마’라 불러도 손색없는 SBS ‘낭만닥터 김사부2’를 통해서다.

지난 2월 25일 종영한 ‘낭만닥터 김사부2’는 시즌1과 동일하게 김사부(한석규 분)와 돌담병원 식구들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시즌1’ 애청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탄생한 ‘낭만닥터 김사부2’는 한석규, 진경(오명심 역), 임원희(장기태 역) 등 원년 멤버들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신동욱(배문정 역), 김주현(박민국 역), 소주연(윤아름 역) 등 새로운 인물들을 합류시키며 낭만닥터 김사부의 골수팬과 새로운 시청자들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낭만닥터 김사부2’ 최고시청률 27.1%(닐슨코리아 기준)다.

무엇보다도 안효섭(서우진 역)과 이성경(차은재 역)의 합류는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앞서 유연석(강동주 역)과 서현진(윤서정 역)이 ‘시즌1’에서 워낙 안정적인 활약을 보였기에 새로 합류한 안효섭과 이성경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지우고 드라마에 흡수될 수 있을지 시청자들의 우려감과 기대감이 쏠렸던 바. 특히 안효섭은 전시즌 유연석과 매우 흡사한 캐릭터 설정으로 비교에서 더욱이 자유로울 수 없었다.

서우진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안효섭 / SBS '낭만닥터 김사부2' 방송화면
서우진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든 안효섭 / SBS '낭만닥터 김사부2' 방송화면

하지만 우려와 달리 안효섭은 외과 펠로우 2년차 서우진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시청자들은 극중 그의 성장에 공감하고 호응하며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16회 마지막 장면이 방영될 때엔 유연석은 없고 오로지 안효섭만 남았다. 풋풋함 가득했던 안효섭의 완벽한 성장이다.

이토록 폭풍 성장을 일궈낼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일까. 4일 <시사위크>가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안효섭을 만나고 왔다.

- ‘낭만닥터 김사부2’ 종영에 소감이 유독 남다를 것 같다. 어떤가.
“일단 너무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낭만닥터 김사부2’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장과정을 시청자분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시청자분들이 보내주신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아주 안녕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낭만닥터는 끝났지만 저의 낭만은 계속될테니, 시청자분들도 자신만의 낭만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 첫 메디컬 드라마라 더욱 준비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서우진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처음 ‘서우진’이라는 캐릭터를 받았을 때 사람으로서의 우진과 의사로서의 우진으로 나눠서 연구를 했었다. 첫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동반자살 등 작가님이 주신 정보를 토대로 우진이 가지고 있는 삶의 큰 틀을 파악하려고 했다. 누구한테도 존중받지 못하고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그의 불우한 인생들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면서 그려봤다. 지금의 우진이가 왜 이런 말투를 쓰고 사람을 대하는 지에 대한 스스로에게 설명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 후 의사 우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의사다운 모습, 의사가 평소 사용하는 말투를 유튜브로 많이 공부했다. 예를 들어 긴급한 상황에 환자가 들어왔을 때 ‘어레스트(심장마비)’를 급박하게 외치는 것을 생각했는데 오히려 실제 의사분들은 침착하고 노련하시더라. 그런 현실적인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또 선배님들, 감독님 다 같이 병원 답사를 다녀왔다. 실제 수술하는 수술실도 들어가보고, 기본적인 의사분들의 일상생활, 어떤 동기로 일을 하고 있는 건지, 소확행은 있는지 등에 대해 많이 물어봤다. 기본적인 봉합하는(suture)것을 비롯해 심폐소생술(CPR), 인투베이션(Intubation) 등 기본적이고 반복적으로 나오는 기술들은 배워왔다. 다행히 봉합할 때 사용하는 실이나 실을 잡는 기구(니들 홀더)를 주셔서 집에서 생고기 잘라서 꿰매고 먹고 하면서 몸과 마음의 양식을 쌓았다.” 

첫 메디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안효섭 /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첫 메디컬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소화해낸 안효섭 /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수술 장면은 본인이 다 소화한건가.
“대역도 있었다. 아무래도 의사분들은 12년이 걸리는 걸 두 달 만에 다 준비하긴 힘이 들지 않나. 천재의사로서 보여줄 수 있는 손놀림은 전문의 선생님께 맡겼다. 저는 기본적인 타이(tie, 묶는 것) 같은 것만 능숙하게 해서 어떤 장면들에서만 (수술하는 걸) 보여줬다.”

- 드라마 촬영하면서 8kg 정도 체중을 감량한 걸로 알고 있다. 체중 감량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펠로우 2년차는 기본적으로 최소 12년을 공부해야한다. 우진 역할과 실제 나이차가 있기 때문에 외적으로도 의사답고 싶었다. 너무 어려보이고 싶지 않아 몸을 불렸었다. 의사 가운을 입었을 때 어느 정도의 무게감이나 진중함을 원했다. 하지만 막상 촬영을 해보니 성경 씨도 그렇고 다들 너무 작고 말랐더라. 내가 너무 괴물 같아보여서 무의식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 또 밥보다 잠이 더 중요했어서 자연스럽게 빠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 촬영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촬영하면서 힘든 점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이 힘들었다. 아무래도 기존 ‘낭만닥터 김사부1’이 있었고, 저 또한 애청자로서 선배님들(유연석, 서현진)이 훌륭히 해내시는 모습을 봤기에 ‘내가 이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하는 부담감과 고민들이 많았다. 같은 제작진, 감독님, 작가님이었고, 다만 특정 인물만 바뀐 상황이라 ‘비교대상이 될 수밖에 없겠다’는 걱정이 많았다. 제가 알기론 시청자분들도 걱정이 있었고, 저 또한 그 걱정에 공감을 했다. 부담감을 가지고 일을 하려다보니 몸이 많이 상하더라. 심적으로도 힘들고, 연결돼서 밥도 잘 못 먹었다. 이렇게 촬영하면 저뿐 아니라 팀한테도 해롭겠다, 폐를 끼치겠다 싶었다. 그래서 부담감을 ‘많은 분들이 기다려주고 계신다, 잘해봐야지’ 식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승화시켜 잘 이겨냈던 것 같다. 감독님, 주변 배우 동료들, 선배님들 다 같이 한 마음으로 진심으로 믿어주고 자신감을 많이 불어넣어주셔서 그게 감동적이었다. 그래서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 ‘낭만닥터 김사부2’를 보신 시청자들의 연기 칭찬이 상당히 많았다. 연기가 늘었다는 시청자들 반응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솔직히 인정을 못했다. 처음 그런 반응을 보고 ‘뭘 보시고 그런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촬영할 때도 그렇고 방송이 나올 때도 만족스럽지 않은 상태에서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조금 의아했다. 그래서 그냥 의아하게 받아드리고 거부하지만 말고, 시청자분들의 반응을 받아드린 다음에 내 자신을 그렇게 만들자는 생각을 했다. 이 댓글에 걸맞는 연기를 보여주자는 생각이 들어 칭찬이라기 보단 오히려 자극제가 많이 됐다.”

- ‘대선배’ 한석규 배우와 호흡을 맞춘 소감은 어땠나.
“정말 최고의 선배님이다. 먼저 선배로서는 매 신마다 조언을 다 해주신다. 선배님이 겪어왔던 시행착오들, 실수했던 모습들이 제 연기하는 것에서 보여지면 알려주시고 자기 경험을 토대로 현실적인 도움을 많이 주셨다. 가르쳤다는 것보단 정말 조언을 주셨다. 그래서 이 배움의 습득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인간으로서의 한석규 선배님은 정말 다정한 아버지 같다. 웃으실 때 후광이 정말 보이더라. 선배님이 안 웃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불평불만 할 법한 상황에서도 절대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좋은 에너지만 뿜으셨다. 되게 멋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연기할 때만큼은 배우려고 하고 안주하지 않고 항상 고민하신다. 선배님을 보면서 연기하는 자세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후배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선배님이셨다.”

화제를 모았던 16회 안효섭과 이성경의 키스신 / SBS '낭만닥터 김사부2' 방송화면
화제를 모았던 16회 안효섭과 이성경의 키스신 / SBS '낭만닥터 김사부2' 방송화면

- 이성경 배우와 호흡 맞춘 소감도 궁금하다.
“일단 에너지가 넘친다. 그 흥은 ‘이거 아니면 뭐했을까’ 싶을 정도로 타고난 연예인 느낌도 든다. 그 에너지 덕분에 지칠만한 상황에서도 힘이 많이 됐다. 되게 열심히 하고 배려심도 많고, 생각보다 어른스러운 면도 있었다. 편하게 잘 소통하면서 촬영했다.”

- 마지막 회, 이성경과의 진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이 장면의 기억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감독님이 (촬영 전에) 와인을 한 컵씩 주셨다. 긴장감을 풀라는 의미에서 간단하게 한 잔 먹고 했는데, 키스하기 전에 대사가 있다. 대사를 할 때쯤 (술기운이) 다 깼다.(웃음) 낭만적인 분위기 잡는 용도로만 쓰였던 기억이 있다.”

- 데뷔 이후 영화 도전은 아직 없다. 스크린 도전 의사가 있나.
“영화는 데뷔 때부터 하고 싶었다. 영화는 응축적인 작업이지 않나. 2시간 스크린 타임을 위해 몇 개월 동안 작업을 하는, 그런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작품을 하면 더 깊은 고심과 집중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큰 화면으로 (관객들이) 저를 보시면 어떨지도 궁금하다. 영화는 꼭 해보고 싶고, 새로운 도전이 될 것 같다.”

- ‘20대 청년’으로서 요즘 어떤 고민을 하나. (안효섭은 1995년생으로, 올해 26살이다.)
“세상을 좀 더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겼다. 세상이 포괄적이긴 한데... 저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보니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더라. 쉽게 말하면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해서도 모르고, 기본적인 상식도 잘 모른다. 그리고 데뷔 때부터 쭉 달려왔기 때문에 제가 뭘 하고 싶은지 생각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요즘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많이 하려고 한다. 이 세상이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꿰뚫고 싶다. 이를 알면 알수록 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 지에 대한 방향성이 제시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20대 청년으로서의 고민을 털어놓은 안효섭 /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20대 청년으로서의 고민을 털어놓은 안효섭 /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위와 같은 맥락에서 대학교 전공을 국제비지니스로 선택했나.
“제가 관심 있는 분야기도 했고, 연기는 따로 배울 수 있지만 공부는 그럴 수 없지 않나. 또 부모님이 대학을 못가면 캐나다로 돌아가라는 협박 아닌 협박도 있었다. 하하.”

- 마지막으로 ‘낭만닥터 김사부2’를 찍기까지 계속되는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만의 성장 동력이 있나.
“배우려는 자세인 것 같다. 배우려고 하면 부족함이 보이더라. 알면 알수록, 시야가 넓어질수록 보이는 게 많아지고 그럴수록 부족함과 해야 할 과제들이 눈에 딱 보이더라. 그래서인지 안주하지 않는 마음,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마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한석규 선배님이 해주신 말 중에 공감가는 말이 있었다. ‘잘할수록 재밌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너무 와 닿았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인데, 저도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럴려면 끊임없이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한다. 저도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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