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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가 뭐길래
[20대가 뭐길래①] ‘졸업 후 취업’ 공식 깨진다
2020. 03. 05 by 송가영 기자 songgy0116@sisaweek.com

20대는 밑도 끝도 없이 늘 ‘청춘’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20대들은 청춘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청춘을 무기삼아 강요해온 사회적 압박과 요구에서 벗어나겠다는 이들에게 던진 것은 ‘반항아’라는 시선뿐이다. 하지만 이런 시선은 20대들의 생각과 고민을 이해하지 못해서는 아닐까. 이번 연재는 이 같은 의문에서 출발했다. 20대를 향한 시선을 짚어보고 위로를 건넴과 동시에 이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고자 한다. [편집자주]

20대들은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반드시 성공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이와 함께 진로와 적성에 대한 고민으로 현재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고도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미래를 위한 치열한 고민도 멈추지 않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지난 2018년 우리나라 청년들의 공감을 업고 단숨에 흥행세를 탄 영화가 있다. 시험, 연애, 취업 등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로해준 한국영화 ‘리틀 포레스트’다.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혜원’은 대학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임용고시에 매달렸지만 좌절했다. 도시속에서 지친 삶에서 벗어나고자 향한 고향에서 혜원은 어릴 적 소꿉친구 ‘재하’와 ‘은숙’을 만났다.

지방대를 졸업한 후 서울에서 시작한 사회생활에서 회의감을 느낀 재하는 사직서를 내고 귀농을 선택했다. 은숙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은행에 충실하지만 도시 생활을 누구보다 갈망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혜원과 재하는 20대 청년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괜찮은 직장에 취업을 하고도 사회생활에 회의감을 느껴 사직서를 던지고 귀농생활에 만족해하던 재하의 모습, 대학을 졸업하고 할 수 있는 일이 임용시험밖에 없는 혜원의 모습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현실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그동안 주변의 압박과 경제적 안정을 이유로 자신의 진로나 적성, 미래 등을 진지하게 고려하지 못한 우리나라 20대들의 모습을 말이다.

◇ 20대 청년들 “직장 좋다고 반드시 성공적인건 아냐”

20대 절반 이상은 반드시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성공한 인생이거나 행복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달 3일부터 10일까지 성인남녀 5,915명에게 ‘성공적인 삶’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성공적인 삶을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변한 1990년대생은 3,237명 중 55.7%(1,803명), 2000년대생은 1,410명 중 60.9%(858명)이었다.

지난해 취업포탈 사람인이 직장인 1,455명을 대상으로 ‘현재의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는가’에 대한 질문에 “행복하지 않다”고 답한 20대는 57.1%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취업 후 피로를 호소하는 20대들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많은 20대 직장인들 중 상당수는 취업 후 ‘적성’ 고민을 겪다가 퇴사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벼룩시장구인구직이 지난해 퇴직한 성인남녀 1,1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대에서는 “업무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라는 답변이 31.4%로 가장 높았다. 

이러한 고민을 가진 20대 중에는 ‘대학교 재학 시 휴학을 할 수 있다면 진로를 깊게 고민하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해 대졸자 1,0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다시 휴학생이 된다면 가장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을 묻자 ‘진로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라는 답변이 18.8%로 가장 많았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일반적인 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만의 목표와 진로를 가지고 있는 20대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사회에서 바라보는 일반적인 직업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만의 목표와 진로를 가지고 있는 20대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네이버 영화 '리틀 포레스트' 스틸컷

◇ 진로‧적성 찾아 떠난다… “자신을 위해 사세요”

이에 취업을 포기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는 새로운 일을 찾거나 창업을 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온라인을 통한 음반‧악보사업에 뛰어든 E씨(28)는 “처음에는 전공(컴퓨터공학)을 살려 취업을 하려고 했지만 현재의 일과 관련된 활동을 하다 보니 적성에 맞다고 생각했다”며 “주변에 이 일을 하는 사람은 많이 없지만 진로상담센터, 창업동아리 등에서 적성에 맞는 진로를 찾게 됐다”고 말한다.

이어 “청년들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해주는 사업들이 꽤 많다. 이러한 부분들을 많이 이용하며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판이 좋은 직장에 취업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고, 또 사회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어 방향을 바꾼 이들도 있다. 미술을 전공한 O씨(26)는 “아르바이트나 직장의 수직적 업무분담에 적응도 쉽지 않았고 전공이나 적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좋아하는 일도 하면서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이들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이나 나이가 들어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을 본다”며 “이들에게 제대로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 길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안정적인 직업을 택했지만 심신이 지쳐 진로를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유학생 D씨(28)는 “경제적으로 안정되는 부분은 있었지만 점점 적성에 맞지 않았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안쓰러움과 부러움, 압박의 시선도 적잖이 부담스러웠다”며 “관심이 있던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주변의 요구가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유학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제적 여유만을 좇다 자신을 잃은 채로 30대를 맞이하고 싶지 않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 일로 고민하는 20대 청년들이 자신을 낭비하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0년에도 우리나라의 수많은 20대들은 여전히 취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사회적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오롯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고민하는 시간도 제대로 갖지 못한 채 말이다.

미래를 위한 이들의 고민은 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고 감히 평가해서도 안 된다. 고민하는 모습 자체와 선택한 길을 존중해주는 것, 영화 ‘리틀 포레스트’ 결말 속 혜원처럼 자신만의 속도를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최선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