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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사라진다⑥] 출산장려금 출혈 경쟁, 이대로 괜찮나요?
2020. 03. 06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지방이 위기’다. 최근 부쩍 더 많이 들려오는 얘기다. 청년 인구의 수도권 이탈,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되면서 ‘지방 소멸위기론’까지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노인만 남은 마을은 소멸 위기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마을, 나아가 지역의 붕괴는 지방자치 안정성을 흔들고, 나라의 근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엄중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합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미래를 담보하기 어렵다. <시사위크>에선 이 같은 시각 아래 현 위기 상황을 진단해보고 과제를 발굴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심각한 저출산 위기에 직면한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현금성 출산장려금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 위기를 겪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수, 즉 합계 출산율은 2년째 0명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나타났다. 작년 출생아수는 고작 30만3,100명에 그쳤다. 매년 줄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출생아수는 30만명대 아래로 추락이 예상된다. 

저출산 위기감은 지방 소도시로 갈수록 극명해진다. 청년 인구들의 수도권 이탈 현상으로 지방 소도시의 저출산율은 심각한 상황이다. 고령화 현상이 심각한 면 단위 마을의 경우, 수십 년 뒤엔 소멸위기를 걱정하고 있는 정도다. 이에 시·군 단위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출산장려금 경쟁적으로 확대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벤트성 현금 지원에 집중된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 “아이 낳으면 현금 드려요” 지자체 출산 장려금 경쟁 과열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본격적으로 저출산 대책에 나서고 있다. 출산 장려와 양육 환경 개선을 위해 5년마다 기본계획을 수립해 대응하고 있다. 출산 후 국가지원금도 확대돼 왔다. 현재 만 6세와 7세 미만을 대상으로 각각 지급되는 아동수당과 양육수당 등의 국가지원금으로 1인당 최대 1,740만원이 지원되고 있다. 

여기에 지자체에서도 추가적인 출산 장려금을 지원하고 있는 곳이 많다. 육아정책연구소 양미선 연구위원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지역 저출산 정책 현황과 발전 방향’ 포럼 자료에 따르면 전국 광역·기초지체 243곳 중 92%인 224곳은 출산 지원금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신 축하금, 출산장려금, 출산 지원금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현금성 지원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지방 시·군 단위에선 경쟁적으로 출산 지원금 확대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도자 민생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7~2019년 시·군·구 출산지원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중 첫째 아이 출산 시 출산지원금을 가장 많이 주는 곳은 작년 기준 경북 봉화군으로 700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2017년 지급액(420만원)과 비교하면 280만원이 늘어난 규모다.

이어 지난해 기준으로 △경북 울릉군(680만원) △경북 영덕군(530만원) △충남 금산군(500만원) △전남 광양시(500만원) △전남 영광군(500만원) △전남 진도군(500만원) △전남 고흥군(480만원) △경북 의성군(380만원) △경북 상주시(36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출산 자녀수에 따라 지원금은 대폭 커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북 봉화군의 경우, 둘째 1,000만원, 셋째 1,600만원, 넷째 1,900만원으로 확대된다. 충남 보령시와 전남 영광군 등의 일부 지자체는 다섯째 출생 시 3,000만원까지 지급하고 있다. 올해도 이 같은 현금성 확대하는 지자체는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같은 현금성 지원 확대는 지자체들의 절박한 상황이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다만 그 효용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원금 확대가 장기적으로 인구 유출을 막고 출산을 유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현금성 출산 장려금 지원 확대에서도 신생아 출생 저하 현상은 계속되고 있어서다. 

경북 봉화군은 출산장려금 지원금을 대폭 확대했으나 오히려 신생아 출생아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봉화군의 출생아수는 2016년 181명, 2017년 167명, 2018년 153명 순으로  최근 3년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 출산율 증가 효과 글쎄… 회의론 부상 

여기에 출산장려금을 받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이른바 ‘먹튀 논란’ 사례도 적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우승희 전남도의회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2017년 5년 간 전남 해남에서 출산장려금을 받은 주민 3,260명 중 243명이 타지로 전출했다. 이에 따라 이 중 211명에게는 지급중지 조치가 내려졌다.

전국 지자체별 출산장려금 지원 현황 /그래픽=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 제공

여기에 지자체 별로 지급액이 차이가 있다 보니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아울러 인근 지역 간의 과도한 출혈 경쟁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한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발표한 ‘지방자치단체의 저출산 대응실태 및 과제: 임신 및 출산 지원 안건을 중심으로’라는 보고서 서두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지자체의 출산율 대책은 출산율 뿐 아니라 인구 유출을 방지하고 유입을 유도하는 이중적인 목적을 지니는데, 근래 출산장려금 인상은 지자체 간 과도한 경쟁으로 예산의 소모적 지출을 유발하며,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인근 지역의 정책을 모방하거나 경쟁적으로 과시적인 정책을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생애주기별로 지원 혜택 다양화해야”

지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우승희 전남도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일시적인 시혜성 혜택과 경쟁적인 지원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과도한 경쟁을 억제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 균등한 지원 기준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지자체 스스로 출산장려금 집행이 효율적으로 집행되는지에 대한 검증과 연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아이들이 지역에 계속 머물러 살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며 “기본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일자리와 출산과 양육을 둘러싼 환경적 요건이 제대로 마련돼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생애주기별 지원 대책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미선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시사위크>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내 저출산 정책은 만 7세 미만의 영유아와 아동에게 집중돼 있는 실정”이라며 “생애주기별로 세밀하게 지원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방의 경우, 교육과 양육 인프라의 부족으로 자녀가 초등학교가 되면 지역을 이탈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런 인프라 부족을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지역 특성에 맞게 개발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