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속에 강원랜드가 카지노 영업장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강원랜드
코로나19 사태 속에 강원랜드가 카지노 영업장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강원랜드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랜드가 마스크 사재기 논란에 휩싸였다. 일반 국민들은 마스크 1개 구입하기도 어려운데, 지나치게 많은 마스크를 구입한 뒤 쌓아두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억울하다며 항변하고 있다.

◇ 강원랜드 향한 마스크 사재기 지적

논란이 불거진 것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기업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미래통합당 의원이 공공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스크 구매 내역을 공개하면서다. 김규환 의원 측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21개 공공기관이 구입한 마스크는 38만8,000여개다.

이 중 가장 많은 마스크를 구입한 곳은 14만9,000여개의 마스크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난 강원랜드였다. 자료를 제출한 공기업 중 2번째로 많은 한국남부발전(6만5,000여개)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두 곳을 포함해 8개의 공공기관이 1만개 이상의 마스크를 구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공공기관들이 ‘마스크 대란’을 외면한 채 과도하게 마스크를 구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강원랜드를 향해서는 마스크를 사재기했다는 지적까지 고개를 들었다. 강원랜드가 지난달 23일부터 전면 휴장에 돌입했다는 점과 맞물려 마스크를 쌓아두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마스크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마스크 5부제 등의 대책을 내놓은 상황이다. /뉴시스

◇ 강원랜드의 마스크 구입, 74%는 2월 초 이전

강원랜드는 정말 마스크를 사재기한 것일까.

우선, 강원랜드의 마스크 구입 내역 및 시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강원랜드가 지난 1월부터 지난 9일까지 구입한 마스크는 총 16만305개다. 1월 말 1만1,360개를 시작으로, 2월 초에는 한 번에 10만8,000개의 마스크를 구입했다. 이후 △2월 21일 1,000개 △28일 1만개 △3월 6일 1만5,845개 △7일 1만4,100개의 마스크를 추가 구입했다.

즉, 강원랜드가 구입한 16만여개의 마스크 중 12만여개는 1월 27일부터 2월 3일 사이에 구입이 이뤄졌다.

당시엔 코로나19 사태 및 마스크 대란이 지금처럼 아주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2월 3일 기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5명이었다. 마스크가 조기 품절되거나 아예 구매 취소되는 일이 증가하고, 특히 매점매석으로 폭리를 취하는 악덕업자들이 등장하긴 했지만 ‘마스크 대란’이 지금과 같이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부터다. 이후 신천지의 집단감염 및 대구·경북 지역의 지역 내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확진자가 폭증했다. ‘마스크 대란’이 전국적으로 거세진 것도 이때를 기점으로 한다.

이는 강원랜드의 마스크 구매 단가를 통해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구입한 전체 마스크 중 74%의 구입이 이뤄진 1월 말~2월 초, 구매 단가는 개당 700~900원대였다. 반면 이달 들어 구입한 마스크의 단가는 2,200원으로 2~3배 증가했다.

수천 명의 불특정다수가 실내공간에 머무는 카지노는 감염병에 취약하다. /강원랜드

◇ 카지노 등 다중이용시설 마스크 ‘필수’… 휴장 전 대부분 소진

강원랜드는 카지노를 비롯해 호텔, 콘도, 스키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운영하는 곳이다. 특히 카지노의 경우 밀폐된 내부공간에 하루 평균 8,000여명의 불특정 고객이 머물고, 1,500여명의 직원이 이들을 응대한다.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구조로,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마스크의 필요성이 상당히 높다.

강원랜드 근무 인원은 총 7,000여명이다. 강원랜드 직원이 3,700여명, 협력업체 직원이 1,500여명, 그리고 계절직 아르바이트 직원이 1,700여명이다. 이들에게 하루 1개씩 마스크를 지급할 경우 열흘 동안 7만개, 20일 동안 14만여개가 소모된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에 따라 강원랜드가 휴장에 돌입한 것은 지난달 23일부터다. 이전까지는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며 정상 운영했다.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12만여개의 마스크를 구입한 이후에도 20일 이상 정상 영업을 했던 것이다. 강원랜드가 이때 구입한 마스크 규모는 필요한 마스크 규모와 산술적으로 일치한다.

강원랜드가 공개한 마스크 사용 내역에 따르면 직원들이 6만5,000여개, 협력업체 직원들이 3만2,000여개, 계절직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2만8,000여개의 마스크를 사용했다. 총 12만6,480개다. 이 역시 강원랜드가 1월 말~2월 초에 구입한 마스크 규모와 같다. 강원랜드는 여기에 더해 고객들에게 2,300개의 마스크를 지급했고, 지역방역센터에 7,000개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일 기준 강원랜드가 보유 중인 남은 마스크는 2만4,000여개다. 이는 영업 재개 시 1주일, 휴장 연장 시 2주일 동안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개장시 당장 필요한 마스크를 남겨놓은 수준이다. 강원랜드는 현재 오는 16일까지 휴장 방침을 밝힌 상태이며, 연장 여부는 오는 13일 결정할 예정이다.

이렇듯 마스크를 대량 구입한 시점과 마스크의 필요성, 그리고 소모 규모를 고려했을 때 강원랜드가 마스크를 사재기 했다는 지적은 다소 과도하다. 오히려 감염병에 취약한 강원랜드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을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던 것인데, 이제와서 사재기라는 지적을 받으니 답답하고 억울하다”며 “휴장 이후에도 사무직 등 70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 중이며, 이들에게는 정부 지침에 맞춰 적정 수의 마스크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와 마스크 대란으로 많은 이들이 지치고 예민해진 상태다. 하지만 이것이 무분별한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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