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식품이 2016년 인수한 미국 두부 브랜드 '나소야'의 이름으로 현지에 판매하고 있는 수출용 김치. / 풀무원식품
풀무원식품이 2016년 인수한 미국 두부 브랜드 '나소야'의 이름으로 현지에 판매하고 있는 수출용 김치. / 풀무원식품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한국산 김치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상황을 매듭지을 키를 쥐고 있는 풀무원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업계에서 아전인수식 해석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 ‘미국 석권’ 풀무원의 아전인수

‘풀무원 한국산 김치, 미국 점유율 1위.’ 지난해 연말 풀무원식품이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담긴 그래프의 제목이다. 풀무원식품은 “미국 주류 시장 진출 1년 만에 시장점유율 1위에 올랐다”며 한 눈에 보기 좋은 그래프까지 별도로 작성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수많은 언론에서 풀무원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기사를 작성했다. 그래프 제목 그대로 ‘풀무원, 미국에서 1위’라는 제목과 함께 말이다.

풀무원식품이 던진 파장은 컸다. 동종 업계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기세를 펴지 못했던 ‘찬마루’ 브랜드로 김치사업을 해왔던 풀무원이 이억만리 떨어진 타지에서 선두업체를 제치고 현지인들의 입맛을 단박에 사로잡았다는 걸 수긍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쏟아졌다. 국내 김치 업체들에게 일본 다음으로 큰 미국은 해마다 수출액이 늘고 있어 일부 업체에서는 현지 공장 착공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풀무원식품이 미국 김치 시장 점유율 1위를 한 건 사실에 부합한 걸로 보인다. 단 조건이 따른다. ‘일부 대형마트 중에서’라는 전제가 붙어야 한다. 풀무원식품이 제시한 점유율 ‘40.4%’는 미국의 유명 조사기관인 닐슨의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닐슨은 미국 전역에 깔린 유통 채널을 조사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월마트 등 일부 대형마트로 한정해 집계했다. 월마트는 대상, CJ 등 국내 업체들의 입점이 이뤄지지 않은 곳이다. 애당초 풀무원식품에 유리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 조사가 이뤄졌던 셈이다.

풀무원식품의 김치가 월마트에 입점할 수 있었던 건 미국 두부 1위 브랜드 ‘나소야’를 인수한 덕분이다. 2016년 나소야를 품은 풀무원식품은 2018년 중순 무렵부터 미국 현지에 풀무원이 아닌 나소야로 김치를 수출했다. 월마트 등에 이미 진열돼 있는 나소야에 김치 품목을 추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관련 통계를 보면 풀무원식품의 주장이 다분히 부풀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연간 국내에서 미국에 수출되는 총액의 40% 가량을 대상(종가집)이 차지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480만달러(약 178억원)에 해당하는 한국산 김치가 미국으로 수출됐다. 이 중 586만달러(71억달러) 분량의 대상 김치가 미국에 팔렸다. 다음으로 농협과, CJ, 아워홈 등에서 30%의 비중을 맡는다. 풀무원식품은 미국 현지에 생산 시설을 갖추지 않고 지난해 5월 준공한 전북 익산 글로벌 김치공장을 수출 기지로 삼고 있다. 선두 업체를 제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MS(시장점유율)란 제품 판매액과 판매량에 근거해 도출 되는 것이지 어디 곳에 입점이 됐느냐를 따지지는 않는다”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고자 한다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김치 수출은 사업 초기 단계라 관련 자료가 갖춰져 있지 않았다”면서 “미국 전체 시장을 살펴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부재한 상황에서 닐슨의 통계를 바탕으로 자사 김치가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1위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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