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유의 일종인 ‘벙커유’를 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선박들이 온실가스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친환경 선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그 중 '수소 선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선급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중유의 일종인 ‘벙커유’를 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선박들은 이산화탄소(CO₂)와 황산화물(SOx) 등 대기오염물질을 발생시키면서 환경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기준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323억톤 가운데 해상 벙커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2.1%로 약 6억8,000만톤 수준이다. 환경학자들은 이대로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에 규제를 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오는 2050년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0%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는 선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40%, 2050년까지 50%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선박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에 대한 환경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이 같은 IMO의 규제 강화와 함께 해양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기존의 벙커유 사용 선박을 대체할 친환경 선박기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 중 미래 친환경 에너지의 핵심 중 하나로 불리는 ‘수소’에너지를 이용한 선박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09년 ‘Zemship(Zero emission ship)’프로젝트를 통해 승객 100명을 수송할 수 있는 수소 선박을 건조해 운항하고 있다./ Proton Motor

◇ ‘연료전지’로 달리는 친환경 수소 선박… 해외 선진국들 기술 확보 ‘분주’

수소 선박은 내부에 장착된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해 움직이는 선박을 말한다. 선박 내부에 설치된 연료전지로 공급된 수소가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물과 열을 발생시킨다. 이때 발생한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선박의 동력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수소 선박에는 엔진의 출력을 수시로 변경하는 선박 특성상 주로 ‘고분자 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가 사용된다. PEMFC는 다른 연료전지와 비교하면 전기 부하의 변동에 따른 출력 조정이 유리해 안정적이다.

수소 선박은 미세먼지를 포함해 범지구적 환경오염 개선을 위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한국선급 노길태 책임연구원이 지난 2015년에 발표한 ‘선박용 연료전지 기술개발 현황’자료에 따르면 수소연료전지 선박은 주요 대기오염물질인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의 발생이 거의 없으며 이산화탄소 배출은 일반 가스터빈 대비 50% 절감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수소 선박은 수소 자동차와 수소연료전지발전소에 이어 글로벌 수소경제의 큰 축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수소 선박 기술 확보를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09년 ‘Zemship(Zero emission ship)’프로젝트를 통해 승객 100명을 수송할 수 있는 수소 선박을 건조해 운항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세계 최초의 상용 연료전지 페리선(여객선의 일종)인 ‘워터고라운드’호를 올해 중순 쯤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국가연구기관 ‘산디아 에너지’가 수행하는 ‘SF-Breeze 프로젝트’를 통해  고속 수소연료전지추진 여객선 연구개발 중이다.

아울러 네덜란드의 선박제조회사 Sinot은 지난 2019년 모나코 요트쇼에서 세계 최초의 수소동력 요트 ‘아쿠아’를 공개하기도 했다. 노르웨이도 오는 2021년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대형 하이브리드 페리선를 운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네덜란드 선박제조회사 Sinot의 수소연료전지 슈퍼요트 '아쿠아'의 모습./ designboom

◇ 뒤쳐진 국내 수소 선박 분야… “정부 지원과 업계의 노력 필요”

수소 선박 분야에서 후발주자에 위치한 우리나라도 선진국들을 따라잡기 위해 발걸음이 빨리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부는 지난 2018년 ‘수소선박 지원방안’을 통해 오는 2023년까지 수소연료 선박 R&D 플랫폼 구축, 2035년까지 대형 수소 선박 건조 등의 목표를 세우고 추진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흡한 부분이 많은 실정이다.

특히 선박용 수소와 관련된 안전기준이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2018년 발표한 ‘수소선박 안전기준개발사업’에 따르면 선박용 수소 충전 및 공정제어 안전기준은 전무했다. 선박용 수소 이송 및 적하역 안전기준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수소는 폭발 범위가 매우 넓고 반응성이 높아 밀폐된 공간에서 수소가 누출될 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따라서 수소 선박 산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선박용 수소에 관한 안전기준이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수소 선박의 연료저장기술 확보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소형 수소 선박은 고압 압축방식으로, 대형 선박은 액화 저장방식으로 수소를 저장해 사용한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소 선박용 연료저장용기도 단순한 실린더 탱크 개발에 국한된 상태다. 특히 수소연료 추진선박을 위한 액화수소 수급 기술 연구사례는 미비하며 관련 안전 기준 또한 없다. 수소 선박용 수소 저장용기에 대한 별다른 안전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수소업계 관계자는 “수소 선박 기술 확보와 안전기준 마련에 대한 업계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도 강화돼야할 것”이라며 “체계적인 지원 방안과 시스템 마련을 통해 세계 수소 선박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2000년대부터 수소 선박 연구를 본격화 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정부의 R&D 추진 등을 중심으로 기술선도국들에 대한 경쟁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소 선박 분야의 미흡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 선박 검사기관 한국선급(KR)은 2022년까지 수백kW급 선박용 연료전지시스템에 대한 안전성 검사 및 승인 체계를 구축해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2025년까지 수소운송 및 MW급 선박용 연료전지시스템에 대한 기반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정기 한국선급 회장은 “한국선급은 최근 연구본부를 신설하고 수소선박 기술에 대한 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며 “수소 선박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으로 우리나라가 조선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