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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이슈&팩트 (102)] “혹시 세균이?”… 찝찝한 공용 비누, 안전할까
2020. 03. 16 by 박설민 기자 ihatefree1@sisaweek.com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손 씻기의 생활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공중화장실 등 공용 비누의 경우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기 때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수도 있다는 찝찝함에 꺼려지곤 한다./ 시사위크DB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코로나19 확산이 우리 생활 모습을 크게 바꿔놓고 있다. 별 생각없이 방문하던 백화점, 마트조차 신경이 곤두선 채 다녀오거나 미세먼지가 창궐하던 날씨에도 마스크를 잘 쓰지 않던 사람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있다. 

다만 개인위생 관념은 크게 증가하는 긍정적인 면도 나타났다. 특히 그동안 소홀히 했을 수 있었던 ‘손 씻기’를 철저히 지키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그런데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뒤 손을 씻기 위해 설치된 비누를 사용하면서 찝찝함을 느낀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사람이 사용해 거품이 흥건한 비누를 보면 혹시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비누에 번식하거나, 이를 통해 전염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과연 공용으로 사용하는 비누는 세균과 바이러스에 오염돼 우리에게 감염을 유발할 수 있을까.

◇ 비누 위 세균 번식 가능… 다만 세정효과 문제 없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비누 위에 세균이 살아있을 수는 있다. 비누는 직접 세균을 죽이는 역할을 하지 않고 비누가 세균이 생존할 수 있는 유기물 역할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누를 통해 세균과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비누의 세정원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비누의 주 성분은 ‘계면활성제’다. 계면활성제로 이뤄진 비누 분자의 경우 한쪽은 물에 잘 녹는 ‘친수성’이며 반대편은 기름에 잘 녹는 ‘소수성’이다. 우리가 비누칠을 하게 되면 기름때에 비누 분자의 소수성 부분이 기름때에 달라붙게 된다. 이후 물로 씻어낼 때 비누 분자의 친수성 부분이 물에 녹아들어가면서 기름때가 제거된다. 

이때 거의 대부분 세균은 소수성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기름때와 함께 제거된다. 따라서 거품을 충분히 낸 후 깨끗이 씻어버린다면 세균이 붙어있는 비누라 할지라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의 김용관 연구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비누거품이 없는 고체 상태의 비누라면 세균이 번식할 수도 있다”며 “다만 비누거품을 낸 후 손을 씻는 과정에서 손에 있는 세균들이 함께 떨어져나가므로 최종적으론 세균을 깨끗이 제거할 수 있다”고 밝혔다.

비누가 기름때를 제거하는 원리. 기름때와 동일한 소수성인 세균도 비누로 세척할 시 계면활성제의 작용으로 떨어져나가게 된다./ LG케미토피아 블로그

◇ 비누, 바이러스의 ‘천적’… 외피 녹여 사멸시켜

바이러스의 경우는 세균과 다르게 비누에 번식조차 불가능하다. 바이러스를 비누가 직접적으로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의 내부를 보호하는 외피는 단백질과 지질(지방)으로 구성된다. 때문에 비누의 계면활성제는 바이러스의 외피와 결합해 분해할 수 있다. 계면활성제 때문에 외피가 망가진 바이러스는 결국 사멸된다. 이는 일반적인 에탄올과 이소프로판올로 구성된 손소독제의 원리와 유사하다. 

코로나바이러스 역시 일반적인 바이러스들과 마찬가지로 지질로 구성된 외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누가 강력한 살균 효과를 보일 수 있다. 카렌 플레밍 존스홉킨스대 생물물리학 박사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지방질 막으로 둘러싸인(enveloped) 바이러스로, 비누와 물이 이 지방을 녹이면 바이러스는 죽게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세포에 달라붙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은 지방층 ‘엔벨로프’에 달려있다. 그런데 비누는 이 엔벨로프 지방층을 파괴하기 때문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증폭을 막고 사멸하게 만든다./ Nature

실제로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 세포에 달라붙는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엔벨로프’라는 지방층에 달라붙어 있다. 이때 비누의 계면활성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엔벨로프를 녹여서 파괴한다. 이로 인해 바이러스는 더 이상 증폭하지 못하고 사멸하게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비누에 의해 바이러스의 외피가 파괴되거나 세균이 씻겨나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올바른 손 씻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올바르게 손을 씻지 않을 경우 육안으로는 손이 깨끗해진 것처럼 보일지라도 많은 병원성 미생물이 남아있을 수 있다”며 “최소 15초에서 30초 이상 손을 문지르며 구석구석 씻을 것을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시계나 타이머가 없을 경우엔 ‘생일축하노래’를 두 번 정도 부르면서 손을 씻는 것도 올바른 손 씻기의 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