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이 흥행 파워를 입증했다. /뉴시스
라미란이 흥행 파워를 입증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역대급 침체기에도 기어코 해내고야 말았다. 배우 라미란이 또 하나의 히트작을 추가했다. 영화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가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면서, 3연타석 흥행을 기록하게 됐다. ‘흥행퀸’ 라미란, 이젠 가히 대체 불가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정직한 후보’는 지난 16일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손익분기점을 돌파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현재까지 ‘히트맨’(감독 최원섭)과 ‘정직한 후보’뿐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가를 찾는 관객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2일 개봉한 ‘정직한 후보’는 2월 동시기 개봉작들 중 가장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거짓말을 하지 못하게 된 정치인’이라는 기발한 소재를 앞세운 탄탄한 스토리를 토대로, 배우들의 코믹 ‘케미’부터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 통쾌한 메시지까지 담아내며 관객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라미란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라미란이 아닌 주상숙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캐릭터, 그 자체로 분해 원톱 주연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망가짐도 불사하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극을 이끌며 ‘코미디 장인’의 명성을 제대로 입증해냈다. 주인공의 성별까지 바꾸며 라미란을 캐스팅하기 위해 공을 들인 장유정 감독의 믿음에 100% 화답한 라미란이다.

‘정직한 후보’에서 상숙 그 자체로 분한 라미란 스틸컷. /NEW
‘정직한 후보’에서 상숙 그 자체로 분한 라미란 스틸컷. /NEW

이로써 라미란은 3연타석 흥행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 1월 개봉한 ‘내안의 그놈’(감독 강효진)부터 지난해 5월 개봉한 ‘걸캅스’(감독 정다원), ‘정직한 후보’까지 자신이 주연으로 활약한 영화를 모두 흥행에 성공시키며 ‘흥행퀸’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라미란은 국내 영화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중년 ‘여’배우가 ‘원톱’주연으로, 그것도 ‘코믹’ ‘액션’ 장르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둬 눈길을 끈다. 그동안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르에 과감히 도전한 데 이어 흥행까지 이뤄낸 그의 행보는 앞으로 더 다양하고 많은 여성 중심 작품들의 등장을 기대하게 한다. 

라미란은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스크린에 데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영화 ‘죽이고 싶은’(2010) ‘소원’(2013) ‘히말라야’(2015) ‘덕혜옹주’(2016) ‘특별시민’(2017) ‘상류사회’(2018) 등을 통해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브라운관에서도 활약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와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2017), ‘부암동 복수자들’(2017), ‘우리가 만난 기적’(2018) 등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라미란이 연이어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정직한 후보’(왼쪽) ‘걸캅스’ 포스터. /NEW, CJ엔터테인먼트
라미란이 연이어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정직한 후보’(왼쪽) ‘걸캅스’ 포스터. /NEW, CJ엔터테인먼트

‘내안의 그놈’ ‘걸캅스’ ‘정직한 후보’로 흥행 파워까지 제대로 입증한 라미란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시민 덕희’(감독 박영주) 출연을 긍정 검토, 기분 좋은 흐름을 이어갈 예정이다. 보이스피싱을 당한 40대 주부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보이스피싱 조직 두목을 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시민 덕희’에서 라미란은 다시 한번 원톱 주연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전망이다. 

“주연이라고 해서 특별한 생각이나 다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더 힘들고, 중요하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해왔던 대로 내가 맡은 롤 안에서 연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흐름에 따라 굴곡도 생길 거다. 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다. 늘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

‘정직한 후보’ 인터뷰 당시 라미란이 주연배우로서 마음가짐의 변화가 있냐고 묻자 내놓은 대답이다. 라미란은 달라진 입지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충실히 해낼 뿐이었다. 드디어 열린 그의 전성시대가 유독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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