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지훈이 올해도 대세 행보를 이어간다. /넷플릭스
배우 주지훈이 올해도 대세 행보를 이어간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로서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과 고통, 번뇌가 있지만 아직은 신난다.”

배우 주지훈은 쉼 없는 행보에도 지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배우 인생 가장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부담보단 ‘감사’한 마음으로, 고민보단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었다. 주지훈이 매 작품, 성장해서 돌아오는 비결이다.

SBS 드라마 ‘하이에나’(연출 장태유, 극본 김루리)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주지훈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연출 김성훈 박인제, 극본 김은희)로 ‘대세’ 행보를 이어간다.

지난 13일 공개된 ‘킹덤’ 시즌2는 역병으로 뒤덮인 조선, 피의 근원을 찾아 다시 궁으로 돌아간 왕세자 창(주지훈 분)이 궁 안에 번진 또 다른 음모와 비밀을 파헤쳐 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탄탄한 스토리와 화려한 액션, 뛰어난 영상미 등 모든 면에서 시즌1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자랑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시즌1에 이어 왕세자 이창 역을 맡은 주지훈은 한층 깊어진 연기로 호평을 얻고 있다. 백성들을 지키기 위해 멈출 수 없는 싸움을 이어가는 이창의 성장기를 처절하게 그려내며 극을 이끈다. 또 상처가 가득하지만 의지에 가득 찬 캐릭터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는 감정 연기로 표현해 몰입도를 높이고, 강도 높은 액션까지 완벽 소화, 남다른 카리스마를 뽐낸다.

주지훈이 ‘킹덤’ 시즌2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주지훈이 ‘킹덤’ 시즌2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지난 19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주지훈은 ‘킹덤’ 시리즈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최근 선보이는 작품들이 연이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각오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기사에는 ‘킹덤’ 시즌2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시즌2에서 창의 성장과 변화가 그려지는데,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변화의 과정이 김은희 작가의 글에 되게 잘 쓰여있다. 배우들이 개입할 여지가 별로 없는 대본이다. 또 현장에 가면 제작진들이 워낙 훌륭하게 디테일하게 구현을 해주고, 좋은 동료들이 함께 연기를 해줘서 그 상황 상황에 집중하려고 했다.”

-김은희 작가에 대해 덧붙이자면.
“어려운 얘기를 쉽게 풀어가는 능력이 있으신 것 같다. 말이 쉽지 복잡한 얘기를 한 번에 모두를 이해시키게 쓰는 게 정말 대단한 것이지 않나. 또 인물을 활용하는 방식도 놀라웠다. 일부 캐릭터들이 일찍 죽는데, 그럼 기능을 상실하지 않나. 캐릭터들을 일찍 없애면 그 뒤가 자신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는 것들을 보면서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창의 감정을 깊이 있게 표현해야 하는 장면들이 많았는데, 감정선을 어떻게 이해했고 어떻게 준비했나.
“창에게 닥친 상황들 하나하나 너무 큰 감정이었다. 그런데 이 감정을 나오는 대로 다 터트리면 다음을 연결할 수 없다. 그렇다고 없애자니 말이 안 되고. 순간순간 그 감정들과 미묘한 결을 잡아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보기엔 재밌겠지만, 사실 하는 사람은 죽을 맛이다. 하하. 잘 표현됐길 바라고, 잘 표현했는지는 시간이 지나서 대중들의 평가를 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생사역들이 몰려올 때 화면으로만 봐도 끔찍한데, 실제 현장에서 지켜보는 배우 입장에서는 어떤 기분이 드나.
“저희끼리 그런 말을 했다. ‘이걸 어떻게 이겨, 말도 안 돼.’ 이번 시즌에서는 유독 위에서 풀샷으로 거대한 무리를 바라보는 장면이 많았는데, 한눈에 바라보니까 정말 어마어마하더라. 실제로 액션도 해야 하지 않나. 액션 합도 너무 많고, 한 테이크만 가도 정말 구역질이 나왔다.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날씨도 그렇고, 정말 어려웠고 되게 공포스러웠다.”

-홀로 싸우는 수많은 생사역과 싸우는 장면도 있었고, 격한 액션 장면이 많았는데 대역은 없었나. 어떻게 촬영했나.
“지붕 위에서 창이 홀로 싸우는 장면은 사실 원테이크로 찍었다. 그래서 대역을 아예 쓸 수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해야 했다. 안전장치를 다 하고 전문가들과 함께 했지만, 그럼에 불구하고 체력문제라든가 하체도 풀리고 넘어지고 겁이 나더라. 그런데 나는 두 눈을 뜨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는데, 생사역 배우들은 실제로 렌즈를 끼면 눈앞이 뿌예지고, 손을 안 쓰니까 균형잡기도 힘들었을 거다. 그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저수지 액션신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인원이 다 합을 맞춰서 하는데 정말 너무 힘이 들더라. 그런데 고생한 만큼 잘 표현이 되고 관객들이 좋아하는 걸 보니 뿌듯하다. 그런 맛에 하는 거다.”

‘킹덤’ 시즌2에서 이창으로 분한 주지훈 스틸컷. /넷플릭스
‘킹덤’ 시즌2에서 이창으로 분한 주지훈 스틸컷. /넷플릭스

-창이 지금 이 시대에도 필요한 참된 리더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창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봤나.
“나는 창을 오히려 역설적으로 힘없는 우리와 똑같다고 생각했다. 시즌1에서는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무섭고 살고 싶어서 어쩔 수 없이 도망 다닌 것이고, 시즌2에서는 조금 더 나아가서 이 상황을 타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겠다고 결심을 먹는데 그 과정에서 창이 느끼는 것들이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도 학교 졸업하고 군대에 가고 취직하고, 매번 두렵잖나.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올라갈 때 얼마나 무서웠나. 그 안에서 크고 작은 다툼도 있고, 좋은 일도 있고 나쁜 일도 있다. ‘킹덤’이 워낙 극성이 강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런 부분을 걷어내고 봤을 때 결국은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이창의 선택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있기도 하고.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의 철학과 이상을 이루려면 어느 정도 희생과 인내가 있어야 하지 않나. 창도 인내와 희생을 했고, 나의 사람들과 국민들을 위해서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지 권력을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래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또 생사초에 대한 비밀이 다 밝혀지지 않아서 직접 찾으러 다녀야 했다. 좋았다.”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 어린 시각이 담겼는데, 이런 주제의식에 대한 생각을 하기도 했나.
“그런 것에 대한 주제의식은 인류가 생기고 항상 있는 거니까… 안타깝다. 중요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 그 간극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계시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고, 실제적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아픔이지 않나. 공감대가 높으니까 책이든 영화든 많이 다뤄지는 거겠지. 아프지만 어떤 방식이로든 들여다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킹덤’이 세계적인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넷플릭스라는 시스템 도움이 제일 컸던 것 같고, 타이밍도 있었던 것 같다. 오리엔탈 문화라고 하면 일본이나 중국 쪽으로 해외에서 많이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자신 있는 우리의 것을 했더니, 외국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다. 갓도 유행하고, 한복도 좋은 반응을 얻고, 풍경도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거기에 익숙한 좀비, 생사역이 결합되면서 나오는 시너지가 좋은 효과를 낸 게 아닌가 싶다.” 

-갓이나 한복 등 의상도 주목을 받았는데, 주지훈의 남다른 패션 소화력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은데. 
“아이고.(웃음) 갓 끈이 턱 모양을 되게 잘 살려준다. 그래서 야식 먹는 부담을 덜어줬다. 의상팀이 정말 세계 최고의 팀이었다. 내가 잘 어울린 게 아니라 나에게 잘 어울리게 만들어준 거다. 대단한 사람들이고, 최고다. 감사할 뿐이다.”

한층 깊어진 연기를 선보인 주지훈. /넷플릭스
한층 깊어진 연기를 선보인 주지훈. /넷플릭스

-엔딩에서 전지현이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는데, 다음 시즌 호흡 가능성에 대한 기대도 했을 것 같다.
“너무 멋있더라. 집에서 보다가 엄청 소름 끼쳤다. 찍기도 잘 찍은 거 같고, 그렇게 훌륭하고 좋은 배우가 돌아보는 거 한 컷만으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을 보고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3가 제작된다면 얼마나 재밌는 이야기가 김은희 작가의 머릿속에서 펼쳐질까 상상하니 되게 즐겁더라.”

-허준호(안현대감 역)는 어땠나.
“후배가 선배님에 대해 말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지만, 평생을 바쳐오셨고, 얼굴에 페이소스가 존재 자체로 있으신 분이다. 개인적으로도 도움을 많이 받았고, 안현의 마지막 등장신은 정말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엄청난 카타르시스와 전율이 몰려왔다. 와 정말 대단하시더라.”

-창의 인상 깊은 장면들도 꽤 많았는데.
“내가 내 입으로 어떻게 말하나.(웃음) 이번에는 음악 감독의 활약이 엄청났던 것 같다. 음악이 주는 힘이 대단하지 않나. 애틋하고 슬픈 장면을 더 익사이팅하게 만들어줬더라. 이미 배우들이 연기를 한 장면인데 음악으로 새로운 재미를 더해줘서 나도 똑같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보면서 ‘이런 음악이 나온다고?’ 하면서 되게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또 창이 결심을 하고 수로로 단체로 몰려나오는데, 그 장면도 음악이랑 어우러져서 너무 멋있고 좋더라. 신선했다.”

-시즌3가 제작된다면, 함께할 건가.
“글쎄다.(웃음) 농담이다. 당연하다. ‘킹덤’ 저희끼리 너무 사랑한다. 시즌3가 제작된다면, 스케줄 잘 맞추고 잘 준비해서 흔쾌히 참여하지 않을까 싶다.” 

열일 행보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주지훈. /넷플릭스
열일 행보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주지훈. /넷플릭스

-최근 몇 년 동안 선보인 작품들이 다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만족감도 있겠지만, 높아지는 대중의 기대나 관심에 대한 부담은 없나.
“배우가 작품을 만들어서 대중과 소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많이 봐주시고 사랑해 주신다면 더할 나위 없는 거다. 만족감은 당연히 좋은데, 부담은 없다. 아직 부담을 느낄 만한 수준이 아닌 것 같다. 새로운 도전을 할 때 부담보다 신난다. 물론 배우로서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다는 욕심과 고통과 번뇌가 있지만, 아직은 신난다.”

-매 작품,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떤 노력 기울이고 있나.
“받은 거 보다 일을 조금 더 한다. 하하. 굳이 배우가 참여하지 않아도 되는 회의에 가는 걸 되게 좋아한다. 그렇다고 이래라저래라 하진 않는다.(웃음) 함께 하면서 자연스럽게 채화하고, 감독님과 작가님과 얘기를 많이 나눈다. 기본적으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노는 걸 되게 좋아한다. 그게 삶에 굉장히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회의 끝나면 식사를 하면서 농담도 하고 즐기고 웃고 떠들지만 결국엔 작품 얘기가 나온다. 그렇게 서로 주고받고 하다 보니 현장에서 내 이해도가 더 높아지더라.

감독님이나 촬영감독님들이 어떤 앵글로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들이 있지 않나. 물론 현장에서 콘티를 받아보긴 하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보고 있으면 더 원론적으로 알게 된다. 또 내가 안 그래 보이지만 굉장히 낯을 가리기 때문에, 현장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로 많이 참여하려고 하고 있다. 이 방식이 옳다는 건 아니고, 나에게 잘 맞는다. 그래서 하는 거다. 다행히 아직까지 귀찮아하는 분들은 없었다. 하하.”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정말 진심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즐겁게 살고 싶다. 작다면 작고 크다면 큰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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