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n번방 사건 강력처벌 및 가해자 신상공개를 향한 열띤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 손담비 인스타그램 스토리
스타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n번방 사건 강력처벌 및 가해자 신상공개를 향한 열띤 목소리를 내비치고 있다. / 손담비 인스타그램 스토리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청소년을 포함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가학적인 음란물을 촬영, 메신저 앱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박사방 사건)에 대한 대중의 공분이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더욱이 ‘텔레그램 n번방’ 이용자 수가 26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추측이 제기됨에 따라 충격을 넘어 공포감까지 형성되는 분위기다. 이에 가해자에 대한 신상공개와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 스타들도 예외가 아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 배포 등) 혐의를 받고 있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 조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씨는 20대 모 대학 학보사 기자로, 대화방 회원들에게 20만~150만원의 입장료를 받고 다수의 대화방에서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당시 원 부장판사는 “아동과 청소년을 포함한 수십 명의 여성을 협박해 음란물을 제작‧유포해 막대한 이득을 취득했다”며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고통을 가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조장해 사안이 엄중하다”고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현재까지 밝혀진 피해 여성의 수는 74명이며, 이 중 미성년자 수는 16명에 달한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0일까지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여, 관련자 124명을 검거하고 18명을 구속했다. 하지만 ‘n번방‘이란 이름처럼,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성착취물을 공급한 대화방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없어졌기 때문에 더 많은 관련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성단체 연대체인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텔레그램에서 발견한 성착취물 공유방 60여 개의 참여자를 단순 취합한 숫자는 26만 명(중복 포함)에 달한다.

23일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막대한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인간이기를 포기한 걸로 보인다”면서 “1만 명 정도는 100만원 상당의 금액을 지불했다고 하는데, 굉장히 액수가 많지 않나. 수백억 가량의 이득을 놓고 양심의 가책을 놓은 걸로 보인다”고 이번 사건을 바라봤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이 동의 수 220만을 돌파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물이 동의 수 220만을 돌파했다.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이토록 많은 참여자들이 있다는 사실 때문에 모방범죄나 유사사건 재발의 우려성도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으로 인해 모든 남성들이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받고 있는 점, 가해자가 주위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여성들의 공포감 증가 등의 이유로 용의자 신상 공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게재, 23일 오후 2시 기준 227만3,730명의 네티즌들로부터 ‘동의’ 표를 얻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생겨난 이래 최다 동의수다.

이밖에도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가해자 n번방 박사, n번방 회원 모두 처벌해주세요’ 게시물이 게재돼 36만4,070명의 동의 표를 얻어 ‘답변 대기 중인 청원’ 목록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런 사태에 대해 스타들도 연예인이기 전에 한 국민이자 사람으로서 “n번방 관계자 전원을 강력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추세다. 22일 가수 돈스파이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녀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인간의 기본적인 도리를 지키지 않고 타인을 폭행 협박하고 남의 고통을 돈벌이로 삼는 인간 같지 않은 쓰레기가 누군지 모른 채 섞여 살길 바라지 않는다”며 “강력한 처벌과 정보공개로 앞으로는 더 이상 여성과 아동을 성노리개로 여기는 이런 파렴치한 사건을 꿈도 못 꾸도록 강력한 본보기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돈스파이크 / 돈스파이크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돈스파이크 / 돈스파이크 인스타그램

또한 배우 이다인은 “신상정보도 싹 다 공개해주세요. 인간이 아닌데 인권이 왜 있죠? 26만개의 어떻게 생긴 물건들인지 알아야 피할 것 아닙니까. 물론 무서워서 피하는게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거잖아요?”라고 말하는가 하면, 정려원과 손담비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그 방에 입장한 너희 모두 살인자다”라고 적힌 ‘n번방 강력처벌 촉구 시위 포스터’를 게재했다.

이밖에도 2AM 출신 가수 조권, 걸스데이 출신 혜리, 배우 하연수, 배우 문가영, 모델 이영진 등 수많은 셀럽 스타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강력처벌 촉구에 대한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

이수정 교수는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연예인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함께 공분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는 한편 “이런 범죄가 있는지 몰랐던 분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갔을 걸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이런 범죄에 대해 처벌이 미약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그는 “‘텔레그램 n번방’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박사’와 굉장히 흡사한 일을 한 ‘워치맨’이라는 사람이 과거 1년 반의 형량을 받은 바가 있다”면서 “‘아동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음란물 제작‧유포 혐의는 7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고 되어있지만 사실 엄벌에 처해진 사례는 드물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도 접촉 없이 단순히 음란물 제작 및 유포만 한 것이라면 이같은 형벌이 적용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주 중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할지 결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지금으로서는 (신상정보가 공개될 지) 확답이 불가하다”고 말했다. 전례가 없는 상황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지금까지 포토라인에 신상공개 된 대상자는 대부분 살인죄를 적용받았다”며 “개인적으로는 신상이라도 공개를 해야 한다고 본다. (가해자가) 워낙 두려워하는 인간이 아니라 경각심을 줘야한다고 본다. 하지만 음란물 불법 유포자가 (살인과 같은) 큰 인명 피해를 저지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신상공개가 가능할 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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