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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김은희 작가의 상상력, 세계를 홀리다
2020. 03. 2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김은희 작가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김은희 작가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으로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넷플릭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시즌2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공개돼 가장 한국적인 스토리로 세계적 인기를 얻은 데 이어, 1년 만에 돌아온 ‘킹덤’ 시즌2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다음 시즌을 향한 관심도 벌써부터 뜨겁다. 전 세계 시청자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김은희 작가다.

‘킹덤’ 시즌2(연출 김성훈 박인제, 극본 김은희)는 역병으로 뒤덮인 조선, 피의 근원을 찾아 다시 궁으로 돌아간 왕세자 창(주지훈 분)이 궁 안에 번진 또 다른 음모와 비밀을 파헤쳐 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지난 13일 전 세계 190여 국에 공개된 ‘킹덤’ 시즌2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스토리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 업그레이드된 스케일 등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며 ‘K-좀비’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시즌1에서 한국적 배경에 좀비라는 서구적 소재를 녹여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던 김은희 작가는 시즌2에서 한층 깊어진 세계관을 자랑한다. 핏줄, 혈통을 탐하는 인간들의 상반된 세계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현실과 마주하며 성장하고 나아가는 캐릭터들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개연성을 높였다.

또 역병이 퍼지는 과정과 생사초에 얽힌 비밀, 치료 방법 등을 신선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여기에 전 시즌의 ‘떡밥’(복선) 회수는 물론, 다음 시즌을 위한 새로운 ‘떡밥’까지 던지며 처음부터 끝까지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킹덤’ 시즌2로 돌아온 김은희 작가. /넷플릭스
‘킹덤’ 시즌2로 돌아온 김은희 작가. /넷플릭스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김은희 작가는 ‘킹덤’ 시즌2를 향해 쏟아지는 호평에 “가문의 영광”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또 시즌3 가능성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기사에는 ‘킹덤’ 시즌2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있습니다.)

-시즌1에 이어 1년 만에 결과물을 선보이게 됐는데, 외신에서도 호평 일색이다. ‘기생충’과 ‘왕좌의 게임’을 언급하며 극찬이 쏟아지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기생충’에 얹혀가는 느낌이다. (웃음) 두 작품 모두 좋아하는데, 그렇게까지 칭찬을 해주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왕좌의 게임’은 책까지 봤을 정도로 너무 좋아하는 작품이다. 가문의 영광이다.”

-정말 다양하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표현이 이상하지만, 원 없이 죽여 봤다.(웃음) 어느 정도는 암시가 있는 캐릭터였다. 물론 죄가 없이 죽임을 당한 생사역들도 있었지만, 주요인물 중에서는 당연히 죽음을 맞아야 할 것 같은 캐릭터가 죽었다. 그런데 그 죽음이 어떤 형식이고 어떤 모습이어야 가장 어울릴지가 가장 중요했고, 고민을 많이 했다.”

-시즌1과 시즌2 연출자가 달랐는데, 어땠나.
“아무리 같은 사람이 대본을 썼다고 하더라도 연출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될 수밖에 없다. 김성훈 감독은 워낙 친분이 있어서 성향에 대해 다 알았다면, 박인제 감독은 똑같은 텍스트도 이런 해석을 할 수 있구나 싶은 재미가 있었다. 김성훈 감독이 내향적이라면 박인제 감독은 외향적인 느낌이 있었다. 두 분 다 너무 좋았고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두 감독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장면이 있었다면.
“액션 장면에서 그런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김성훈 감독은 액션에서도 감정에 치중했다면, 박인제 감독은 조금 더 역동적인 액션과 볼거리에 특기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완성된 영상을 보면서 어땠나. 상상대로 구현됐나.
“대본은 일차원적일 수밖에 없다. 흰 종이에 검은 글씨일 뿐인데, 완성된 영상을 보면서 점점 현실화되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또 내가 쓰면서도 보고 싶었던 클라이맥스 장면들이 있지 않나. 배우들이 어떻게 연기를 하는지 보고 싶었던 신들이 있는데, 그런 장면들이 잘 구현된 것을 보면서 희열이 있었다.”

-계급 갈등이라는 테마와 호러 좀비라는 장르의 재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어려움 굉장히 많았다. 예를 들어 캐릭터에만 집중을 하면 좀비물로서의 재미나 긴장감이 사라지기 때문에 균형감을 맞추려고 노력을 했다. 후배 작가들에게도 얘기하는 부분인데 모니터를 계속한다. 내가 너무 빠져있거나 하나의 이야기로만 달리기 시작하면 다른 부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 회의를 계속하면서 혹시라도 내가 균형감을 잃지 않았는지 계속 체크하면서 집필했다.”

‘킹덤’ 시즌2가 호평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킹덤’ 시즌2가 호평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극적으로 완성도는 높았지만, 좀비물로서의 장르적 재미는 반감됐다는 평가도 있는데.
“당연히 개인적인 호불호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본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련데 백 명 중 백 명 모두 좋아하는 건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는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을 한다. 너무 떨려서 (완성된 작품을) 한번 밖에 보지 못했는데, 다시 한 번 보면서 그렇게 느낄 수 있겠구나 싶은 부분들을 보완하면서 발전해 나가고 싶다.”

-시즌1에서 배두나(서비 역)와 김혜준(중전 역)의 연기력 논란이 있었는데, 시즌2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다. 시즌2에서 두 캐릭터를 조금 더 구체화한다거나, 특히 더 신경 쓴 부분이 있나.
“두 캐릭터 모두 정해진 길로 간 거다. 다만 서사가 진행되면서 캐릭터들도 발전할 수밖에 없다. 시즌1에서 중전은 조학주(류승룡 분)에게 완전히 눌리는 어리고 꼭두각시 같은 느낌이었는데 시즌2에서는 탈피한다. 서비도 창을 쫓아다니는 서브 캐릭터 정도의 느낌이었다가 역병이 발전하면서 생사초의 비밀을 밝혀낼 수밖에 없는 역할이라서 시즌2에서 더 빛을 발한 게 아닌가 싶다.”

-중전과 서비, 여성 캐릭터를 통해 특별히 전하고 싶은 얘기도 있었나. 
“남성, 여성을 구분하진 않았다. 다만 조선이 신분사회이기 때문에 여성 캐릭터에 조금 더 신경을 쓴 건 있다. 워낙 유교적인 사회라서 여성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었지 않겠나. 중전도 악역이고 못된 캐릭터이긴 하지만 짠했다. 조학주의 피를 받아서 야망도 있고 했을 텐데 이것 밖에 안 된다는 한계를 깨닫고 늙은 왕의 계비로 들어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시즌3에서 전지현의 등장이 예고되면서 여성 서사가 더 강화될 거라는 기대도 있는데.
“시즌3는 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려면 가장 하층에 있는 계급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여자가 훨씬 더 많은 착취를 당했던 시대였다. 여성을 꼭 주인공으로 하겠다는 아니지만, 그 시대의 한에 대해 여성 캐릭터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다. 그래서 여성 캐릭터의 서사가 더 부각이 될 것 같다.”

-창의 선택도 인상 깊었다. 창을 어떤 인물로 그려내고 싶었나.
“창은 글로 정치를 배운 아이였다. 궐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글로만 정치를 배웠는데, 실제 현실과 마주하면서 부딪히게 되는 캐릭터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백성들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왕권을 가져야만 힘을 가진다고 생각하는 평면적인 캐릭터였을 거다. 창이 나라를 위해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과연 왕족의 피를 갖고 있는 자만이 왕이 되는 게 정답인가 생각했다. 타고나면 좋은 성군이 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고, 그 이야기가 시즌3에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김은희 작가가 시즌3 가능성을 언급했다. /넷플릭스
김은희 작가가 시즌3 가능성을 언급했다. /넷플릭스

-제작발표회에서 ‘킹덤’ 시리즈를 시즌10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 머릿속엔 대략 어느 정도 구상돼 있나.
“시즌4까지는 구상은 하고 있다. 구체적인 것은 아니다. 참 신기한 작업인 게 쓰다 보면 캐릭터들이 알아서 막 굴러가는 경우가 있다. 이 캐릭터가 이런 선택을 하면 훨씬 더 재밌겠구나 생각이 든다. 16부작 드라마를 쓸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하고 끝내서 아쉬운 경우가 있는데, 시즌제 드라마에서는 이런 아쉬움을 상쇄시킬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지현의 등장과 함께 창의 로맨스도 기대가 되더라. 가능성이 있나.
“정말 쓰고 싶다. 그런데 사랑 분자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하하. 나는 창과 서비가 7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지 혼자 상상하고 그랬다. 큰 포부이기도 한데, 한 번쯤은 로맨스를 그려보고 싶다. 시즌3에서 그 꿈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란다. 로맨틱 코미디는 없을 것 같다. 치정 멜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웃음)”

-시즌3에서 더 깊게 풀어내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
“전지현의 캐릭터도 당연히 중요하겠지만, 한에 맞는 하층민들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김성규가 연기한 영신에 대한 비하인드가 많이 풀리지 못했다. 영신과 서비가 어린 시절 얼마나 비참하게 살았고 힘들었는지에 대해 풀어보고 싶다.”

-시즌3의 진행 상황이 궁금하고, 시즌3를 기다리는 시청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직 논의 중인 단계이다. 넷플릭스에서 시리즈가 공개되고 약 한 달 후에 반응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는데, 아마 이번에도 한 달 정도 후면 시즌2에 대한 반응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지 않을까 싶다. 그때 시즌3에 대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시즌3가 제작된다면, 생사초의 가장 큰 비밀이 드러나게 되지 않을까 싶다. 더 재밌고 큰 스케일의 이야기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