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농구 전주 KCC는 지난해 11월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이대성(사진 오른쪽)과 라건아를 영입한 바 있다. 하지만 리그가 조기 종료되며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뉴시스
남자 프로농구 전주 KCC는 지난해 11월 대형 트레이드를 통해 이대성(사진 오른쪽)과 라건아를 영입한 바 있다. 하지만 리그가 조기 종료되며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남자 프로농구 KBL의 ‘역대급 트레이드’가 뜻밖의 코로나19 사태로 ‘역대급 스토리’를 남기게 됐다. 두 팀의 희비 또한 극명하게 엇갈리는 모양새다.

올 시즌 프로농구를 뜨겁게 달군 사건은 울산 현대모비스와 전주 KCC가 만들어냈다. 모비스의 특급스타인 라건아와 이대성이 KCC로 향했고, KCC의 리온 윌리엄스와 박지훈, 김국찬, 김세창 등 4명이 모비스 유니폼을 입은 것이다.

트레이드를 대하는 두 팀의 자세는 뚜렷했고, 명확하게 달랐다. 모비스는 현재가 아닌 미래를 내다봤고, KCC는 현재를 택했다.

늘 그렇듯 이번 초대형 트레이드도 뜨거운 관심을 집중시켰고, 다양한 손익계산이 뒤따랐다. 그런데 이번 트레이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사건이 더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리그가 조기 종료된 것이다. 각자 미래와 현재를 바라봤던 트레이드였기에 리그 조기 종료라는 초유의 사태는 손익계산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모비스의 선택은 짜릿한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자격을 얻는 이대성은 사실상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은 선수였다. 라건아 또한 다음 시즌까지 계약된 상태였다. 모비스는 이들을 내주는 대신 젊은 선수들을 데려와 미래를 준비했는데, 결과적으로 이번 시즌이 흐지부지 끝나며 절묘한 선택이 됐다.

모비스는 트레이드 이후에도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변화는 뚜렷하게 나타났다. 라건아와 이대성에게 집중됐던 득점이 많은 선수에게 분산됐고, 많이 뛰는 농구로 달라졌다. 또한 좋은 활약을 보인 김국찬이 양동근의 후계자로 급부상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반면 KCC는 아쉬움이 크다. 가뜩이나 트레이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마지막 희망도 허무하게 꺼져버렸다. 10경기를 남겨둔 채 4위에 올라있던 KCC는 리그 우승은 아니어도 3위는 충분히 노려볼 수 있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반전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도 남아있었다.

KCC가 야심차게 데려온 이대성은 이제 FA자격을 얻는다. 이대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연봉을 자진 삭감하며 FA시장에서 ‘몸값 키우기’를 노린 바 있다. 연봉 상위 30위 선수의 경우 FA 영입 시 보상선수를 내줘야 하지만, 30위권 밖은 보상선수 문제에서 자유롭다. 후자의 경우, 해당 선수의 연봉은 상대적으로 높아지곤 한다. KCC 입장에서 보면, 이대성이 떠날 경우 보상선수조차 받을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트레이드를 둘러싼 손익계산이 이대로 마침표를 찍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떤 반전이 찾아올지 알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로 리그가 조기 종료됐듯 말이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리그를 조기 종료시킨 현 시점에서, 두 팀의 손익계산이 한쪽으로 기울어졌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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