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치 아웃’(감독 곽정)이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스톰픽쳐스코리아
영화 ‘서치 아웃’(감독 곽정)이 침체된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스톰픽쳐스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잔인하게 청소년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간 온라인 게임 ‘흰긴수염고래(Blue Whale)’를 모티브로 한 영화 ‘서치 아웃’(감독 곽정)이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돼버린 SNS 범죄를 통해 ‘현실 공포’를 선사한다는 각오다. 얼어붙은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까. 

“당신의 삶은 어떤 의미인가요?” SNS 메시지가 도착한 후, 죽음이 시작됐다. 경찰 준비생 성민(이시언 분)과 취준생 준혁(김성철 분)은 같은 고시원에 살던 소녀의 자살 사건에 의혹을 품게 되고, 흥신소 해커 누리(허가윤 분)와 SNS 계정을 추적하게 된다. 의협심에 시작한 수사가 걷잡을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세 사람도 SNS 범죄의 표적이 되고 만다.

‘서치 아웃’은 개인의 일생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SNS 범죄의 실체를 추적하는 스릴러다. 2013년 러시아에서 ‘흰긴수염고래’라는 온라인 게임을 한 청소년들이 연속적으로 자살을 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SNS에 있는 가상 게임 그룹에 가입해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등 간단한 신상 정보를 입력하면 지정된 관리자가 내주는 미션을 50일간 달성하는 게임이다.

SNS 범죄로 현실 공포를 유발하는 ‘서치 아웃’. /스톰픽쳐스코리아
SNS 범죄로 현실 공포를 유발하는 ‘서치 아웃’. /스톰픽쳐스코리아

게임 초반에는 관리자가 정한 지정곡 듣기, 공포영화 보기 등 쉬운 미션이 주어지지만 단계가 올라갈수록 칼로 자신의 팔에 흰긴수염고래 새기기, 면도칼로 가족 한 명 찌르기 등 잔혹한 미션이 주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최종 미션으로 이어지며 현실과 게임을 구분하지 못한 수많은 청소년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충격적 사건이다.

‘서치 아웃’은 청소년이 주 타깃이 됐던 실제 사건에서 SNS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로 확장시켰다. SNS에 아무렇지 않게 하루를 공유했던 개인의 일상이 표적이 된다는 소재가 현실 공포를 유발한다.

이와 함께 SNS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살고 있지만, 외로움과 공허함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는 사람들이 범행의 주요 타깃이 되는 모습은 사회적 외로움과 SNS의 이면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며 씁쓸함을 안긴다.

‘서치 아웃’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위부터) 이시언과 김성철, 허가윤 스틸컷. /스톰픽쳐스코리아
‘서치 아웃’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위부터) 이시언과 김성철, 허가윤 스틸컷. /스톰픽쳐스코리아

하지만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와 긴장감,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신선한 소재로 출발했지만 진부한 전개가 이어지며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짜임새도 헐거워 몰입을 방해한다. 극을 이끌어 가는 주요 캐릭터들도 평면적으로 그려져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반전 요소 역시 충분히 예측 가능해 큰 재미를 안기지 못한다.

배우들은 무난한 활약을 펼친다. 먼저 이시언은 경찰 준비생 성민으로 분해 진지함과 능청스러움을 오가는 연기로 극을 이끈다. 김성철은 SNS 인플루언서지만 현실은 자존감 낮은 취준생 준혁 역을 맡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로 스크린 첫 주연을 소화하게 된 허가윤은 기대 이상이다. 해커 누리를 연기한 그는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연출을 맡은 곽정 감독은 “SNS로 소통하는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공허함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며 “SNS가 현대인의 일상에 크게 자리 잡은 만큼, 현실 공포를 전달하는 스릴러의 장르적 재미 요소와 함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영화”라고 소개했다. 판단은 관객의 몫이다. 4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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