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통해 ‘비디오 게임’ 제안…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 전개
지난해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재와 정반대… “국내 도입에 반영돼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25일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 5가지 중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기'를 포함시켰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신화통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달 25일 집에서 할 수 있는 활동 5가지 중 하나로 '비디오 게임을 플레이하기'를 제안했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이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신화통신

시사위크=송가영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실시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게임’을 언급해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집에 머물며 할 수 있는 활동 중 하나로 ‘게임’을 제안한 것인데, 앞서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으로 분류한 WHO의 입장에 변화가 생길 지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WHO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집에 머무르며 할 수 있는 활동 5가지’ 중 하나로 ‘비디오 게임을 하는 것(Play active video games)’을 제안했다. 이는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국제질병으로 분류한 이후 정반대 행보다.

이와 함께 글로벌 대형 게임사들과 “떨어져서 함께 게임하자”는 의미의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 해시태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 캠페인은 외부 여가 활동 대신 각자 집에서 게임 등 여가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활동이다. 

이번 캠페인에는 액티비전 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빅 피쉬 게임즈, 플레이티카, 스냅, 유니티, 트위치, 아마존 앱스토어, 플레이티카, 글루모바일, 넷마블 북미 자회사 카밤, 잼시티 등이 참여했다. 이들 게임사는 캠페인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이용자들에게 보건 지침에 적극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바비 코틱 액티비전 블리자드 최고경영자(CEO)는 “사람들이 서로 안전하게 연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은 즐거움이라는 목적이나 의미의 측면에서 이용자들을 연결하는 완벽한 플랫폼”며 “우리는 가치있는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니콜로 로랑 라이엇게임즈 CEO는 “사회적 거리두기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상승세를 둔화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 캠페인은 이 위기를 뚫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세계 수십억명의 이용자들은 게임을 함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레이 챔버스 WHO 미국 대사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게임사의 동참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테드로스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는 레이 체임버스 대사의 글을 인용하며 “플레이 어파트 투게더 캠페인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겨내자”고 답했다.

이에 한국게임학회(이하 학회)도 환영 입장을 내놨다. 학회는 2일 입장문을 통해 “WHO가 뒤늦게나마 게임의 가치를 인식하고 게임을 적극 활용하는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과거 행적이야 어쨌든 게임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국내 게임사들의 적극적인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교육용 게임의 도입 및 활용을 제안했다. 

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가 ‘게임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WHO의 입장 변화로 이어질 지 주목하고 있다. WHO가 발표한 이번 조치는 지난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분류한 것을 사실상 번복한 셈이기 때문이다. 

WHO 위원회는 지난해 5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에 등재하는 ICD-11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하면서 부정적인 측면을 줄곧 강조해왔다.

ICD-11 개정안은 △게임에 대한 통제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 △부정적 결과에도 게임을 12개월 이상 중단하지 못하고 지속하는 경우 등을 게임이용장애로 분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WHO의 조치에 국내외 게임사들과 이용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내에서는 보건복지부가 게임질병코드 등재에 따른 도입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지난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자 업계는 ‘게임산업 후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자택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에 따른 게임 이용 시간도 큰 폭으로 증가하자 WHO가 게임에 따른 물리적 거리 능력을 인정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한다.

미국의 통신사 버라이즌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방역이 시작된 3월 3주차 오후 7~11시의 온라인 게임 이용률은 전주 대비 75% 올랐다. 이탈리아에서는 게임 스트리밍 시청 시간이 코로나19의 확산 전보다 66%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한 이후에도 의학계, 교육계 등에서 여전히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며 “정부가 지난해 국내도입을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 중인데 현재 WHO의 행보에 따른 판단도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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