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모친인 지송죽 고문이 아흔이 넘는 나이에도 등기이사직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경영활동을 일체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명예직’이라는 게 남양유업 측 설명이지만,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 구성원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경영활동 일체 참여하지 않는 ‘이상한’ 등기임원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남양유업 이사회는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광범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고, 홍원식 회장과 그의 장남인 홍진석 상무, 양동훈·이상우 사외이사 참여한다. 남은 한자리는 홍원식 회장의 모친인 지송죽 고문이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10차례에 걸쳐 이사회를 개최했다. 2명의 사외이사는 물론 이광범 대표와 홍원식 회장, 홍진석 상무 모두 100% 이사회 출석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단 한 명, 지송죽 고문은 한 번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는 2018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 여부가 처음으로 공개된 2018년 역시 지송죽 고문은 총 15차례 열린 이사회에 모두 불참했다.
1929년생으로 아흔이 넘은 지송죽 고문은 앞서도 고령의 나이와 경영활동의 성실성 여부 등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월 3년 임기로 재선임이 강행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이사회 불참엔 달라진 것이 없었다.
남양유업 측은 “지송죽 고문은 명예직 차원에서 등기임원에 등재돼있으며, 경영활동에는 일체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회는 물론, 남양유업에서 다른 어떠한 활동도 하지 않고 있으며 보수 또한 받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송죽 고문은 남양유업의 비상근 등기임원이다. 비상근이긴 하지만, 등기임원과 비등기임원의 차이는 명확하다. 등기임원은 해당 기업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의 구성원이자, 그에 따른 법적 책임을 진다.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것도, 주요 사업계획 및 투자계획을 최종 결정하는 것도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기임원에 의해 좌우된다. 반면, 비등기임원은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고, 엄밀히 말하면 근로자에 해당한다.
특히 남양유업은 지송죽 고문이 ‘명예직’이라는 점을 떳떳이 밝히지 않고 있기도 하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부터 이사회 구성원들의 선임배경을 명시하고 있다. 홍원식 회장은 “경영업무 총괄 및 대외적 업무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홍진석 상무는 “경영전략부문에 대한 업무역량 강화 및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라고 설명한다. 이광범 대표와 2명의 사외이사도 마찬가지로 왜 선임했는지,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송죽 고문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등기임원의 이사회 출석은 책임경영과 성실경영의 척도로 최근 부쩍 강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이 사내이사의 이사회 출석률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상당하다. 사외이사의 경우 이사회 출석률에 따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기준이 마련돼 있지만, 사내이사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해에도 거듭해서 이 같은 지적을 촉구한 바 있다.
지송죽 고문의 행보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 및 흐름에 정면으로 반한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개선의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지송죽 고문의 등기임원 유지 검토 여부 등은 전달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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