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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른다’] ‘시국 드라마’ 그 이상의 메시지
2020. 04. 06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시국 드라마'라는 평을 얻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 SBS '아무도 모른다' 공식 홈페이지
'시국 드라마'라는 평을 얻고 있는 SBS 월화드라마 '아무도 모른다' / SBS '아무도 모른다' 공식 홈페이지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작품이 ‘시의성’을 갖추면 그 시너지는 생각보다 크다. 올해 초 종영한 SBS ‘낭만닥터 김사부2’가 대표적인 예다. 경기남부 권역 센터를 둘러싼 아주대학병원과 외상센터장을 맡았던 이국종교수와의 갈등 사실이 알려지며 ‘낭만닥터 김사부2’는 더욱 두각을 드러냈다. ‘시국 드라마’ 타이틀을 얻고 있는 ‘아무도 모른다’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더욱 모아지는 이유다.

지난 3월 2일 첫 방송된 SBS ‘아무도 모른다’(연출 이정흠, 극본 김은향)는 ‘좋은 어른들을 만났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의 경계에 선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을 지키고 싶었던 어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현실에 무방비 상태로 던져진 아이들, 사학재단 비리 등 사회적 문제를 과감히 꼬집으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특히 ‘신생명 교회’라는 신흥 종교 집단과, 비밀을 품고 추락한 소년 고은호(안지호 분)과의 연관성이 서서히 드러나며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는 밀레니어 호텔, 한생명재단 등 ‘신생명 교회’를 중심으로 한 여러 단체들이 얽히고설켜 벌어지는 악행들과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아이들을 방임하고 있는 학교의 모습을 꽤나 많은 분량 속에 다뤄내며 사회의 부조리함을 거침없이 그려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신생명 교회’로 그려진 종교가 특정 종교를 떠오르게 만든다는 반응을 이끌어내며 ‘시국 드라마’라는 평을 얻고 있다.

위기에 몰린 아이들과 이들을 위한 '올바른' 어른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SBS '아무도 모른다' / SBS '아무도 모른다'
위기에 몰린 아이들과 이들을 위한 '올바른' 어른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SBS '아무도 모른다' / SBS '아무도 모른다'

물론 시의성과 맞아떨어지는 요소가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아무도 모른다’는 특정 종교나 학교 비판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작품은 아니다. 불안정한 가정에서 자란 고은호(안지호 분)을 비롯해 주동명(윤찬영 분), 하민성(윤재용 분) 등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향해 관심을 기울여주지 못하는 어른들의 민낯을 꼬집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메인 주인공 차영진(김서형 분)의 활약보다도 아이들의 불안정한 모습이 회를 거듭할수록 작품 중심에 서며 ‘어른’ 시청자들의 마음 한 켠을 묵직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방송분에서 차영진이 친한 친구의 사고와 삼촌의 죽음에 상처받은 하민성에게 “네 탓이 아니야. 너의 잘못은 은호가 당한 폭력을 외면한 딱 거기까지야.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너와 상관없어”라고 위로하는 장면은 위기에 선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이라는 것을 알리며 시청자들에게 더욱 큰 울림을 자아냈다.

“종교나 학교는 소외되고 방치된 아이들을 보듬어야 하는 책무가 있는 집단이다. 그들을 보호하고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되어야 할텐데 요즘 ‘나쁜’ 혹은 ‘제 기능을 못하는’ 학교와 종교가 많다. 이 드라마는 종교, 학교를 본격적으로 비판하는 드라마는 아니다. 다만, 제 역할을 못하는 어른들에 대한 은유로 교회와 학교를 활용하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 같은 드라마를 만드는 입장에서 가장 바라는 것은 이런 내용이 ‘이 시국 드라마’라는 평을 받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오는 게 아닐까.”

이정흠 감독은 ‘시국 드라마’ 반응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중 1위는 ‘자살’이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 조사 결과, 9~24세까지의 자살률은 2017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7.7명에 달한다. 최근 3년간 자살 및 자해한 청소년도 매년 2,000명 이상에 달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무도 모른다’가 던지는 메시지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게 다가온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의 기준을 ‘아무도 모른다’는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도 모른다’가 전하는 ‘시국 드라마’ 그 이상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