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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주식금수저
[반짝반짝 주식금수저⑲ 샘표] 코로나19 사태 속 억대 주식 사들인 초등학생
2020. 04. 06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수저계급론’은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상징하는 신조어다. 태어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져있다는 슬픈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헌법엔 계급을 부정하는 내용이 담겨있지만, 현실에선 모두가 수저계급론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중에서도 ‘주식금수저’는 꼼수 승계와 같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세상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식금수저’ 실태를 <시사위크>가 낱낱이 파헤친다.

샘표그룹 오너일가 5세 미성년자 2명이 최근 샘표 주식을 매입했다.
샘표그룹 오너일가 5세 미성년자 2명이 최근 샘표 주식을 매입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어려움과 혼란이 닥친 가운데서도 ‘주식금수저’들의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간장 등 식품기업으로 유명한 샘표식품의 지주회사 샘표는 최근 최대주주 측 소유주식 변동을 공시했다. 여기엔 오너일가 4세 박용학 상무가 9일 동안 12억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였다는 내용과 함께 새로운 특수관계인이 3명 등장한다.

이 중 2명은 박용학 상무의 미성년자 자녀이자, 박진선 샘표그룹 대표의 손자들이다. 2012년생 A군은 9,300주, 2016년생 B양은 895주를 장내매수 방식으로 신규 취득했다. 매수는 지난달 18일에 이뤄졌으며, A군은 약 2억4,800만원, B양은 약 2,300만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아울러 A군과 B양 모두 취득자금의 조성경위 및 원천에 대해 ‘수증’이라고 밝혔다.

◇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한 주가… 그들에겐 ‘절호의 기회’

A군과 B양이 샘표그룹 지분을 취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말, 박진선 대표의 부인이 6명의 손자에게 지분을 증여했는데, 이때 A군과 B양도 나란히 3만주를 처음 보유하게 됐다. A군은 우리나이로 6살, B양은 첫 돌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이들이 증여받은 주식은 당시 시세로 약 10억원에 해당된다.

이후 A군은 약 한 달 뒤 주식 5,000주를 장내매도로 처분해 2억2,000여만원을 현금화했다. 그럼에도 한 달 사이 주가가 오른 덕분에 당시 주식자산 규모는 10억원으로 유지됐다. A군과 B양은 지금도 각각 2만5,000주와 3만주의 샘표식품 주식을 보유 중이다.

이런 가운데, A군과 B양의 이번 샘표 주식 취득은 그 시점이 특히 눈길을 잡아끈다.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 전반에 큰 충격이 드리운 시점에 주식매입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A군과 B양이 주식을 장내매수한 3월 18일은 전 세계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큰 충격을 받았던 때다. 우리나라도 그 충격파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정확히 3월 18일, 코스피는 4.9% 급락해 10년 만에 1,600선이 붕괴된 바 있다.

코로나19 수혜주가 아닌 샘표 주가 역시 급락을 면치 못했다. 올해 초만 해도 4만원대 안팎을 유지하던 주가가 3월 들어 3만원대 중반으로 떨어지더니 3월 중순엔 3만원대도 무너졌다. A군과 B양이 주식을 매입한 3월 18일엔 종가가 2만5,700원으로 떨어졌고, 다음날엔 2만1,600원의 종가를 기록하며 바닥을 쳤다.

다행히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강도 높은 대책이 발동되면서 주식시장은 반등을 시작했다. 샘표의 주가도 지난달 31일을 기해 다시 3만원대로 올라섰고, 연일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의 표현을 빌리면 결과적으로 A군과 B양은 ‘발목’에 해당하는 주가로 샘표 주식을 취득하게 됐다. A군의 경우 2억4,800만원을 들여 매입한 주식의 가치가 불과 20여일 만에 3억원으로 뛰었다. 벌써 5,000여만원의 이익을 올린 셈이다.

물론 A군와 B양의 주식 보유가 그 자체로 불법인 것은 아니다. 다만, A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절세 및 자산증식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또한 10살도 채 되지 않은 아이들이 억대 주식을 보유하고, 수백만원의 배당금을 챙기는 모습은 일반 서민 및 청년들에게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안겨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주식금수저’들의 지분 확보 타이밍으로 활용했다는 지적은 떼기 힘든 꼬리표가 될 전망이다.

◇ 경영권 분쟁의 아픈 과거, 주식 보유 서두르는 이유?

한편, 샘표그룹 오너일가 5세들이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지분 확보에 나선 배경엔 ‘과거사’도 상당부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경쟁으로 몸살을 앓았던 만큼, 차기 후계자들이 일찌감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샘표그룹은 과거 가족 간의 갈등으로 위기를 마주한 바 있다. 이복형제임에도 불구하고 2세 경영을 함께했던 고(故) 박승복 회장과 고(故) 박승재 사장이 1997년 3세 승계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것이다. 당시 고 박승복 회장은 자신의 아들인 박진선 대표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기며 이복동생 고 박승재 사장을 해임했다.

이후 양측은 지분경쟁 및 법적공방을 벌였고, 결과적으로 고 박승복 회장과 박진선 대표가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고 박승재 사장이 2006년 어머니가 같은 형제들과 합심해 24.1%의 지분을 사모펀드 마르스1호에 넘기면서 갈등은 다시 시작됐다. 마르스1호는 샘표그룹에 각종 의혹 및 문제를 제기하며 수년간 갈등을 이어갔다. 그러나 샘표그룹 측은 마르스1호의 공세를 끝까지 막아냈고, 2012년 마르스1호의 지분을 공개매수하며 갈등에 마침표를 찍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