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스쿨존 내 규제가 더욱 엄격해질 예정이다. 운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 뉴시스
지난해 말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관련 법 개정안인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한달도 안돼 개정 여론이 들끓고 있다. 4·15 총선 후보자들마저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 뉴시스

시사위크=서예진 기자  지난해 말 국회에서 통과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관련 법 개정안인 ‘민식이법’이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4·15 총선 후보자 중에서 ‘민식이법’의 처벌 규정을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소속 이준석 후보는 자신의 입법공약에 ‘스쿨존 사고 처벌 완화법’을 포함했다. 골자는 ‘교통사고 가해자가 고의가 아닌 과실인 경우가 많으므로, 스쿨존 사망사고에 대해 무조건 3년 이상의 징역형은 과잉처벌이다. 엄중 처벌 대신 과속카메라와 안전시설을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충남 아산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소속 박경귀 후보도 지난 4일 국회의원 후보자 토론회에서 ‘민식이법’ 처벌 규정에 대해 “너무 지나치게 징벌적 형벌이 되선 안 된다. 운전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은 과실이 전혀 없을 때 뿐”이라며 “어떻게 인간에게 과실이 전혀 없을 수 있는가. 운전자의 과도한 희생이 따를 수 있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이같은 지적을 한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민식이법으로 인해 과잉 처벌을 받는 억울한 운전자가 생긴다’는 여론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만들어진 지 얼마 안 되는 법안에 대한 개정 여론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민식이법’으로 통칭되는 법안은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개정안으로 구성돼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스쿨존에 신호등과 과속 단속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특가법’ 개정안은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한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 안에서 어린이를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하면 처벌을 강화하는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특가법 개정안이다. 특가법 제5조 제13항(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에 따르면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로 인해 최근엔 ‘민식이법’ 개정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자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로 간주하는데, 이러한 중대 고의성 범죄와 순수과실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 형량을 받는다는 것은 이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모든 어린이 교통사고에 위와 같이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특가법에도 단서가 달려있다.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 할 의무를 위반해 어린이(13세 미만)에게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 한한다.

즉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낸 경우에 한해 처벌하는 것이다. 해당 단서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생겼다. 

특가법 개정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은 “스쿨존은 교통사고의 위험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구역이라는 점, 교통사고처리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1호에도 스쿨존 내 어린이에 대한 상해사고 발생 시 이를 12대 중과실의 하나로 규정한다는 점, 스쿨존 규정 속도인 30㎞ 미만으로 운전하거나 어린이 안전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음에도 발생한 사상사고까지 가중처벌을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검토 의견을 냈다.

이에 법사위에서 수정된 대안에 따르면 특가법 개정안은 ‘스쿨존에서 규정속도 30㎞ 이상으로 운전하거나, 안전운전 의무를 소홀히 해서 13세 미만 어린이를 죽거나 다치게 한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박경귀 후보의 지적에 대해 상대 후보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과거에 최고형이 1~3년인 것을 3년 이상 무기징역으로 올린 것이지, (최저형량을) 올린 것이 아니다”라며 “시행된 지 얼마 안 된 법이므로 6개월이든 1년이든 시행 후 수정을 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강 후보는 ‘민식이법’ 입법을 주도한 의원이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민식이법에 의한 양형은) 근본적으로는 법원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이 사안은 과거에도 처벌을 했지만 이거(특가법 개정안)에 못지않은 처벌을 했고, 지금은 더 세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센터장은 “아이들은 차가 달려올 때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어서 어른이 조심해야 한다”며 “‘민식이법’은 아이는 취약한 존재이며, 도로 상에서 보행자가 약자이므로 (성인인) 운전자가 조심하자는 국민의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법을 어떻게 개정할 지는 국민이 선택할 문제”라며 “(양형 기준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민식이법’으로 인해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가중 처벌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또한 ‘교통사고 가해자가 고의가 아닌 과실인 경우가 많으므로, 스쿨존 사망사고에 대해 무조건 3년 이상의 징역형은 과잉처벌‘이라는 주장도 ’어린이 보호‘라는 법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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