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 대구 수성구갑 김부겸 후보와 주호영 후보가 지난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출근길 인사 시작전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4‧15총선 대구 수성구갑 김부겸 후보와 주호영 후보가 지난 2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출근길 인사 시작전 악수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 총선을 앞두고 여야 중진 의원들의 생환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대구 수성구갑 4선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운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의원의 5선 고지 달성 여부는 민주당에게도, 김 의원 자신에게도 정치적 의미가 크다. 전국정당을 꿈꾸고 있는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미래통합당 텃밭인 대구‧경북(TK)에서 다시 당선자를 내야만 꿈의 고지에 한 단계 더 다다를 수 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TK 지역에서 유일하게 김 의원이 당선됐고,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북 구미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 장세용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당은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도 TK에서 ‘민주당 바람’이 불기를 기대했었다.

김 의원도 민주당의 험지 중 험지, 사지로도 불리는 대구에서 다시 승리를 거둬야만 민주당 내에서 ‘TK 맹주’ 위상을 확실히 굳히고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질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보수 초강세 지역으로 진보 진영에게는 철옹성 같은 TK에서 재선에 성공할 경우, 김 의원은 ‘지역구도 타파’ 아이콘으로 등극할 수 있다.

경기 군포에서 내리 3선(16~18대)을 지낸 김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2012년 19대 총선 때 고향인 TK로 내려와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다. 이어 김 의원은 2014년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에서도 낙선했지만 2016년 20대 총선에 재도전해 승리의 기쁨을 안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김 의원의 5선 가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TK는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이 되면서 그 여파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미래통합당은 ‘정권심판론’으로 집중 공격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래통합당이 수성갑에 투입시킨 주호영 의원도 위력이 강한 후보라는 점에서 김 의원은 쉽지 않은 승부를 펼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특임장관 출신인 4선 중진 주호영 의원은 대구 수성구을에서 차출돼 김 의원 잡기에 투입됐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2일 이후 여론조사 결과 흐름도 김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국민일보·C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4~5일 대구 수성갑 거주 18세 이상 남녀 5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결과 주호영 의원이 47.5%를 얻어 김부겸 의원(42.7%)에 비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50대 이상과 40대 이하의 세대별 지지도 차이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50대에서는 주호영 58.2% 김부겸 34.0%, 60대 이상에서도 주호영 73.3% 김부겸 19.6%를 나타냈다.

반면 김 의원은 40대 이하 연령층에서 주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40대에서 김부겸 63.0% 주호영 31.0%, 30대에서는 김부겸 54.7% 주호영 38.3%였다. 18~29세에서는 김부겸 47.9% 주호영 31.1%로 집계됐다.

서울신문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4~5일 수성갑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 포인트)를 실시한 결과에서는 주 의원이 47.1%로 김 의원(39.9%)을 오차범위 내에서 7.2%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코로나19 사태 등 주요 정국 현안에서 여당 내 야당 목소리를 내며 정부여당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던 김 의원은 열세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인물론’으로 민심에 호소하며 대권 도전까지 선언했다.

김 의원은 지난 2일 수성구 범어네거리에서 출정식을 하며 “총선을 넘어 대구를 부흥시키고, 지역주의 정치와 진영정치를 청산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나라를 확실히 개혁하는 길을 가겠다”며 “8년 전 대구에 내려오면서부터 도전을 시작한 포부가 있었고, 대구에서 시작해서 대한민국을 바꾸어보겠다는 꿈과 포부”라고 강조했다.

이어 “(총선과 대구시장 선거) 두 번은 패배하고, 한 번은 승리해 이제 다시 도전한다”면서 “정치 인생의 전부를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 기필코 승리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김 의원이 대권 도전을 선언하자 주호영 의원도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총선에서 승리하면 저 역시 통합당 대권 후보군에 들어간다”며 “민주당에서 대권 후보가 되려면 친문 세력 소위 ‘문빠’ 들의 허락이 있어야 하는데 그들의 지지가 관건 아니겠느냐”고 맞받아쳤다.

주 의원은 “김 후보의 대권 도전 선언이 이번 총선의 대의인 문재인 정권 심판에 물타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구·경북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둬 통합당 내 대구·경북의 위상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의원 측은 7일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역 분들이 인물을 보고 찍을 것인지 정당을 보고 찍을 것인지 고민을 하고 계신 과정이라고 본다”며 “대구에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인물을 키워달라, 인물을 보고 선택해 주시라고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번 수성구갑 선거는 김 의원이 내세우고 있는 ‘인물론’과 통합당이 부각시키고 있는 정권심판론, 즉 반(反)문재인 정서의 결집도, 세대결 표심 등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구 지역 여론 흐름에 정통한 한 지역 기자는 <시사위크> 통화에서 “김부겸 의원이 지난 4년 동안 지역을 위해서 한 일이 뭐냐라는 비판 여론과 보수정당이 들고나온 문재인 정권심판론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김 의원을 외면하는 분위기도 있다”며 “그러나 젊은 층에서는 김 의원에 대한 지지가 괜찮은 편이기 때문에 김 의원 입장에서는 남은 선거운동 기간 동안 타깃을 잘 정해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