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손목밴드 착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77.8%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 대상자들이 무단으로 격리지를 이탈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자 정부는 자가 격리 대상자에게 ‘손목밴드’를 착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런데 해당 대응책이 인권침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손목밴드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자가격리자 손목밴드는 설치된 스마트폰과 연동해 위성항법장치(GPS)로 자가격리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 해당 스마트폰과 20m 이상 멀어질 시 정부 모니터링 조직에 연락이 가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에서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민 대다수는 자가격리자의 손목밴드 착용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손목밴드 착용에 대한 인식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한 결과 ‘코로나 예방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이 77.8%으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8명이 손목밴드 착용을 찬성하는 셈이다.  

홍콩은 지난달 1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홍콩으로 들어오는 승객들에게 전자 손목밴드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뉴시스

반면 ‘인권침해 요소가 있으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16.5%로 나타났다. 손목밴드는 직접적으로 인체에 착용하는 구속 감시로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성범죄자가 착용하는 ‘전자발찌’와 유사한 형태이기 때문에 착용자가 불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도 9일 성명을 통해 손목밴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최영애 위원장은 “자가격리 기간 중 이탈자가 속출하면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긴급 조치를 취하려는 정책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권 침해 요소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손목밴드와 같이 개인의 신체에 직접 부착해 실시간으로 위치정보를 확인하는 수단은 개인의 기본권 제한과 공익과의 균형성, 피해의 최소성 등에 대한 엄격한 검토와 법률적 근거 아래에 최소 범위에서 실시돼야 한다”며 “자신의 위치가 실시간 모니터링된다는 생각에 검사를 오히려 회피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손목밴드 착용 의무화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으므로 신중하게 결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9일 성명을 통해 “손목밴드 착용은 자가 격리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이 처분은 현행법 상 명시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조치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 있다”며  “나아가 자가격리를 잘 준수하는 대다수의 국민들까지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불합리함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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