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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배우 허가윤의 당찬 각오
2020. 04. 1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허가윤이 첫 스크린 주연작 ‘서치 아웃’(감독 곽정)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배우 허가윤이 첫 스크린 주연작 ‘서치 아웃’(감독 곽정)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가수도 6년 만에 데뷔했는데, 배우로는 3년 밖에 안 됐다. 앞으로 더 열심히 보여주겠다.”

걸그룹 포미닛 메인 보컬에서 배우로 새로운 길을 걸어가고 있는 허가윤은 연기를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 자신을 둘러싼 선입견까지 풀어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오랜 시간 꿈꿔온 일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우’ 허가윤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났다.

허가윤은 2009년 걸그룹 포미닛으로 데뷔, 메인 보컬로 활약했다. 2016년 7년간의 가수 생활을 끝내고 배우로 전향한 그는 영화 ’아빠는 딸’(2017), ‘배반의 장미’(2018), ‘마약왕’(2018) 등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작은 역할이지만, 안정적인 연기로 존재감을 뽐냈던 허가윤은 영화 ‘서치 아웃’(감독 곽정)으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서치 아웃’은 개인의 일생생활에 깊숙이 파고든 SNS 범죄의 실체를 추적하는 스릴러다. 2013년 러시아에서 ‘흰긴수염고래’라는 온라인 게임을 한 청소년들이 연속적으로 자살을 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극 중 허가윤은 명석한 두뇌를 지닌 흥신소 해커 누리를 연기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계정의 IP를 추적하는 것부터 SNS 상에 흩어져 있는 범죄 단서들을 모으는 등 사건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허가윤은 무난한 활약을 펼친다. 털털하고 시크한 매력부터 상처를 간직한 인물의 내면까지 안정적인 연기로 표현해 눈길을 끈다. 특히 무대 위 화려한 모습을 잊게 만드는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는데, 배우로서 허가윤이 얼마나 다양한 필모그래피를 쌓아갈지 기대하게 만든다.

배우 허가윤이 연기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냈다.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배우 허가윤이 연기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드러냈다.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지난 9일 <시사위크>와 만난 허가윤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또 “앞으로 배우로서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각오를 밝히며, 신인 배우다운 열정을 드러냈다.

-스크린 첫 주연작인데, 개봉을 앞둔 기분이 어떤가.
“우선 (관객들이) 어떻게 볼까 기대도 되고, 지금까지는 짧게 나왔지만, 긴 호흡을 보여줄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나도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하다. 기회를 준 (곽정)감독님도 너무 감사하고, 배움을 많이 얻은 영화라 기대하고 있다.”

-쉽지 않은 시기에 개봉하게 돼서 아쉬움도 있을 것 같은데.
“솔직히 아쉽긴 하다. 그런데 (개봉이) 계속 미뤄졌던 상태다. 그래서 개봉한다는 것 자체에 더 의미를 두고 싶다. 다들 고생해서 열심히 촬영한 건데 개봉도 못하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개봉해서 선보이게 돼 기쁘다.”

-누리 캐릭터에 어떻게 접근했나.
“누리가 초반부에서는 시니컬하고 센 모습이다. 점점 본인 얘기를 하면서 상처도 있고 우울증도 있었던 인물임이 나타나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다르게 갖고 가야 해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표현하고자 했다. 누리가 똑똑하고 컴퓨터를 잘 다루는 인물인데, 사실 내가 컴맹이다. 봤을 때 어색하지는 않아야 하니까 타자치는 연습도 하고 잘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노력했다.

해커 역할이기 때문에 그 당시 나왔던 비슷한 작품은 거의 다 찾아본 것 같다. 그런데 누리가 젊은 청년이었기 때문에 너무 전문가적이진 않게 차이를 뒀다. 또 누리를 떠올렸을 때 꾸미고 다니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체크 셔츠, 티 하나 걸치는 게 생각났고 머리도 잔머리 없이 하나로 꽉 묶었다.”

-누리와 비슷한 점이 있다면.
“누리처럼 나도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스타일이다. 어렸을 때도 숙제가 있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끝내야 하는 스타일이다. 하다 그만하고 내일 하게 되면 다른 느낌이 들어서 아예 다시 하고 싶어지더라. 또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부분도 비슷한 것 같다. 다른 점은 누리는 컴퓨터를 잘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다는 거다.(웃음)”

-주요 캐릭터들이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인데, 그들의 고충이나 고민에 공감한 부분이 있다면.
“누리는 겉으로 보기에 강하고 하고 싶은 다하는 친구처럼 보인다. 요즘 청년들도 어른들이나 선배 입장에서 봤을 때 할 말 다하고 스트레스도 받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청년들도 분명 여린 마음이 있을 거고 상처도 있을 거다. 그걸 감추기 위해 더 세게 말하는 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누리도 상처가 있기 때문에 더 강한 척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나도 할 말을 하지 않으면 몰라주니까 조금 더 강하게 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또 가수 시절에도 똑 부러지게 말하지 않으면 흐지부지 진행되거나 피해를 받을 때도 있으니 그럴 때는 나도 더 강하게 누리처럼 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많이 됐다.”

‘서치 아웃’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김성철과 허가윤, 이시언.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서치 아웃’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김성철과 허가윤, 이시언.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이시언(성민 역), 김성철(준혁 역)과 호흡은 어땠나.
“(이)시언 오빠는 자연스럽고 맛깔나는 연기를 잘 하지 않나. 내가 무안을 주는 대사를 쳐도 더 크게 받아치니까 촬영하면서도 너무 웃겼다. 그래서 누리의 시니컬한 모습이 더 잘 살아났다. 애드리브도 많이 하더라. 자칫하면 무겁고 진지할 수 있는 영화인데, 중간중간 피식 웃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다. (김)성철은 같은 헬스장에 다닌다. 그래서 대화를 더 많이 나눴다. 첫 주연이라서 모르는 게 많았는데, 서로 아이디어도 교환하고 감독님과도 상의하면서 쉽게 편하게 호흡을 맞췄다.”

-SNS를 보면 포미닛 멤버들과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서로 응원도 해주나.
“사실 만나면 일적인 얘기는 안 한다. 더 조심스러워진 것 같다. 전에는 같은 일을 하고 같은 팀이었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았는데 지금은 아니잖나. 일일이 다 얘기하진 않는다. 요즘 뭐 하냐고 묻는 게 개인의 일이고, 사생활일 수 있으니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그냥 만나면 서로 장난치고, 진짜 가족처럼 편하게 지낸다. 사적인 얘기를 더 많이 나눈다.”

-포미닛은 허가윤에게 어떤 의미인가.
“잊지 못할 기억이다. 멤버들과 만나면 아직도 옛날 얘기를 한다. 그만큼 너무 많은 경험과 추억을 줬고, 배움을 얻었다. 포미닛으로서의 시간과 추억들이 다 감사하다. 절대 학생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은데, 포미닛 때로 돌아가면 다시 살아볼 의향이 있을 만큼 행복했다.”

-가수 활동 계획은 없나.
“연기에 집중하고 싶다. 이왕 이렇게 시작한 거 배우로서 보이고 싶다. 노래는 안 한다고 해서 내 목소리가 없어지는 건 아니잖나. 우선 연기로 많이 보여드리고 나서, 뮤지컬을 할 수도 있는 거고 이벤트로 앨범을 낼 수도 있다. 메인 보컬로 나를 좋아해 줬던 팬들의 입장에서는 노래를 아예 안 하는 것도 서운하실 수 있으니 나중에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연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걸그룹에서 배우로 변신한 허가윤.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걸그룹에서 배우로 변신한 허가윤.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가수 활동을 하면서 연기를 병행하는 경우도 있는데, 본인은 그렇지 않았다. 배우로 전향한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다. 입시를 준비할 때도 연극영화과에 가고 싶었고, 수시에도 합격했다. 그런데 당시 소속사 대표가 포미닛으로 데뷔를 할지, 대학에 갈지 선택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당연히 데뷔를 택했다. 또 메인 보컬이다 보니 행사나 공연에 빠질 수 없었다. 후렴을 비울 수 없는 거다. 그래서 다른 활동을 할 수 없었다. 소속사에서 항상 어르고 달랬다. 연기는 언제든 할 수 있으니 지금은 보컬로서 능력을 보여주라고 했다. 가끔 스케줄 가능할 때 카메오 정도 기회를 주셨는데, 연기에 대한 갈증이 많이 쌓였다. 팀 활동이 끝나고 배우를 택하게 된 이유다.”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다 하고 싶지만, 일단은 그동안 똑 부러지고 할 말 다 하는 센 역할을 했다. 그런 역할이 아닌 걸 해보고 싶다. 순수하고 수줍음도 타고 그런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포미닛 자체가 강한 이미지라 나도 그렇게 보더라. 실제로 만나면 ‘생각보다 차분하네, 여성스럽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직은 가수 때 이미지가 크니까 그것과 반대되는 역할을 하고 싶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실제 모습은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편인가.
“나도 내 성격을 잘 모르겠다.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사회생활을 빨리 시작하다 보니 상황에 맞게 변하는 모습을 나도 느끼더라. 되게 다양한 성격이 있는 것 같다. 낯가림이 있어서 차분하지만, 친해지면 다르고 상황에 따라 또 변한다. 요즘 나도 내 성격을 알아가는 중이다. 그런 부분이 연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연기로 풀어보려고 한다.”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힘든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다. 캐릭터에 맞춰 가도 포미닛 허가윤으로 보고, 아이돌 출신이다 보니 항상 밝을 거라고 생각하더라. 텐션도 높고 활기찰 거라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오디션이나 미팅에 가서 그런 척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쉬는 동안 생각이 바뀌었다. 우선 ‘나’를 보여주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들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내가 맞춰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제 내 진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

-‘마약왕’(감독 우민호) 출연도 화제가 됐는데.  
“‘마약왕’은 시작부터 의외였다.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될 거라는 기대를 하나도 안 했다. 영화 오디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경험 삼아 갔던 거다. 그런데 우민호 감독이 내가 포미닛인 걸 모르고, 신선하게 봐주신 거다. 나이에 맞는 역할은 아니지만, 괜찮겠냐고 연락이 와서 하게 됐다. 나중에 우민호 감독님이 (포미닛인걸) 알고 미안하다고 하셨는데, 당시에는 몰라서 더 좋았다. 신선하다는 말이 그렇게 칭찬일 줄 몰랐다. ‘마약왕’에 카메오로 출연한 대선배들이 정말 많다. 그중 나도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허가윤.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허가윤. /디엔와이, 스톰픽쳐스코리아

-연기의 재미를 느낀 순간이 있다면.
“할 때마다 재밌긴 하다. 새로운 경험이라 좋다. ‘마약왕’을 하면서 송강호 선배님을 만난 것도 신기한데, 직접 연기 조언도 해주시고 그런 부분이 정말 좋았고 많이 배웠고 신기했다. 모든 현장이 그렇지만, ‘마약왕’은 특히 더 그랬다. 한두 장면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도 현장에서 얻어 간 게 정말 많았다. 좋은 경험으로 남았다.”

-연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느끼는 대로 할 수 있다는 거다. 가수는 이미 다 짜인 플랜이 있다. 콘셉트도 회사에서 정하고, 그 콘셉트에 맞게 작곡가가 노래를 써준다. 춤도 누가 만들어준 걸 배워서 하는 거다. 옷도 입혀준 대로 입는다. 그런데 배우는 내 생각을 말할 수 있고, 주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 매력이 있더라. 가수는 한번 외워놓으면 어디에 가서든 하지만, 배우는 작품을 하나 하더라도 매 신, 상황마다 달라지는 게 재밌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받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전에는 긴 호흡의 작품을 한 게 없었기 때문에 연기보다는 어디에 나왔구나 정도의 얘기였다. 이번에는 잘하든 못하든 연기적으로 무슨 평가든 나올 수 있는 것 같아서 좋다. 나쁜 평가가 나오면 고치면 되는 거고, 좋은 말이 나오면 기쁘게 받아들이면 되는 거니 다 좋다. 관객들에게 어떤 피드백이 오더라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앞으로 다짐이나 계획은.
“연기적으로 더 보여드리려고 한다. 최근 쉬는 시간을 가졌는데, 7년 동안 가수 생활을 하면서 너무 바빴고 쉼이 없었고 여유라는 걸 느껴보지 못했다. (가수 활동이) 끝나고 나서 공허함과 외로움이 확 오더라. 조급함도 생기고, 불안함도 느꼈다. 그래서 최근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된 것 같다. 가수도 6년 만에 데뷔했는데, 배우로는 3년 밖에 안 됐다. 그렇게 쿨하게 생각하면서 앞으로 더 열심히 보여주자는 마음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