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제주시청 별관에 마련된 이도2동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신중하게 투표에 임하고 있다./뉴시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0일 제주시청 별관에 마련된 이도2동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신중하게 투표에 임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김희원 기자  4‧15 총선이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막판 승패를 가를 부동층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 진보’ 진영 갈등이 격화되면서 이미 지지층은 총결집했고, 막판 표심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의 선택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공표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는 부동층이 줄고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래통합당 지지율은 정체 상태를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결과,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3%포인트 상승한 44%로 집계됐다. 통합당은 23%로 변화가 없었다. 정의당은 전주보다 2%포인트 오른 6%, 국민의당 3%(1%포인트 하락), 열린민주당 3%(1%포인트 상승) 순이었다.

부동층이라 불리는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18%로 일주일 만에 4%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말부터 30% 안팎이던 무당층은 이번 조사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10%대로 줄었다.

비례대표 정당 조사에서는 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막판 상승세를 보이며 통합당의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을 앞섰다. 시민당은 전주보다 2%포인트 상승한 23%를 기록했으며 미래한국당은 1%포인트 하락한 22%였다. 이어 정의당 13%, 열린민주당 8%, 국민의당 6%, 민생당 2.6% 순이었다. 투표 의향 정당을 밝히지 않은 부동층은 3%포인트 하락한 22%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이종걸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0일 대전 중구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사전투표 캠페인을 하고 있다./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이종걸 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0일 대전 중구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합동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사전투표 캠페인을 하고 있다./뉴시스

◇ 민주당, ‘코로나19 국난 극복 메시지’ 부각

자체 분석 결과 통합당에 비해 우위를 선점했다고 판단한 민주당은 승기를 굳히기 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 극복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막판 말 실수로 구설에 휩싸이지 않도록 ‘입조심’ 단속을 하며 통합당의 ‘막말 파동’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0일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열린 시민당과의 공동 선대위 회의에서 “이번 선거는 코로나 국난 극복, 경제 위기 극복, 국정 안정 선거”라며 “민주당과 시민당을 뽑아주면 국정을 안정시켜 코로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경제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근택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통합당 중앙윤리위원회가 세월호 관련 막말 파동을 일으킨 차명진 후보(경기 부천병)에 대한 징계 수위를 ‘탈당 권유’로 정하자 “차명진을 후보로 살려두는 통합당의 수준도 참담하기 그지없다. 국민과 부천시 유권자들을 두려워한다면 결코 이런 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꼼수징계, 면죄부 징계를 내린 것에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에서 열린 황교안 후보의 차량유세에 참석해 지지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일대에서 열린 황교안 후보의 차량유세에 참석해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 통합당, ‘n번방 폭로 카드’ 만지작

통합당은 김대호 서울 관악갑 후보의 ‘세대 비하’ 논란에 이어 차명진 경기 부천병 후보까지 ‘세월호 텐트 발언’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통합당은 당초 가장 핵심 전략으로 부각시켰던 정권심판론이 바람을 타지 못한 상태에서 막말 파동까지 터지며 상황이 악화되자 막판 판세를 뒤집을 반전 카드에 골몰하는 분위기다. 통합당 안팎에서는 이번 주말 여당을 공격할 ‘한 방’으로 성착취 동영상 제작유포 사건인 ‘n번방’과 관련해 ‘폭로’가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이진복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n번방’과 관련된 많은 제보가 있었고, 선거 중에 이를 제시하려고 한다”고 밝혔고, ‘주말에 공개되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사항은 보고를 못 받았는데 제가 알기로는 그렇게 할 계획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여권 인사가 연루됐다는 내용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를 듣긴했다. 구체적으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앞서 유튜브 ‘신의 한 수’에 출연해 “저쪽(여당)에서 터질 것이 있다. 그걸 막기 위해 온갖 방법을 쓰고 있다”면서 “많은 제보가 있었고 점검이 상당히 됐다. 주말쯤 국민들이 보시면 가증스러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통합당은 명확한 사실이 확인되기 이전 폭로할 경우 역풍을 우려해서인지 “주말 발표는 와전 된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성은 ‘n번방’ 근절 대책 태스크포스(TF) 위원과 정원석 선대위 상근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갖고 “n번방 관련 이슈는 폭로성이 되면 안되기에 쉽게 밝힐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많은 제보가 들어왔는데 의심 제보에 여권 인사가 포함된 건 맞다”면서도 “그런데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체크한 건 없다. 주말에 ‘한 방’을 발표한다는 것은 와전된 부분이 없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통합당의 이 같은 ‘한 방’ 폭로 움직임에 대해 지난 8일 공개된 팟캐스트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패색이 짙은 쪽이 발버둥을 치고 공작 정치가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제가 파악한 게 있는데, 거의 전모를 파악했기 때문에 당에서 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1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상황에서 흔들기를 위해 마지막 순간에 기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n번방’에 누군가 연루됐다는 식의 마타도어”라며 “해명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기 위해 (총선에) 임박해 누가 연루됐다는 의혹 제기를 하나의 카드로 들고나올 가능성은 예상됐고 야당에서 조금씩 구체화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 전문가 “차명진, 부동층 표심에 마이너스” 

전문가 그룹은 부동층의 표심을 가를 막판 변수로 통합당의 ‘막말 파동’ 여파와 ‘n번방 폭로’를 꼽았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시사위크> 통화에서 “통합당이 차명진 후보에 대한 징계 수위를 제명이 아닌 탈당 권유로 낮추면서 지도부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며 “차 후보가 앞으로 선거운동을 하면 할수록 부동층 표심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당의 막말 논란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고 지금 남은 변수는 ‘n번방 폭로’ 가능성이 있다”며 “중도층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민주당 지지층도 흔들 수 있을 정도로 여권 인사가 개입된 분명한 정황이 있는 것인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 평론가는 “통합당의 막말 파문으로 중도나 부동층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본다”며 “통합당 김종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도 차 후보에 대한 징계 수준에 대해 한심하다고 했을 정도이기 때문에 표심에 어머어마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통합당의 ‘n번방 폭로’ 움직임에 대해서는 “여권 핵심 인사 연루가 확실하다면 파장이 크겠지만 ‘아니면 말고’식으로 터트렸는데 팩트가 없다면 막판에 자폭하는 것이다. 거대한 역풍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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