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준이 ‘부부의 세계’를 통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JTBC스튜디오
배우 박해준이 ‘부부의 세계’를 통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JTBC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뭐니 뭐니 해도 박해준은 역시 ‘악역’이다. 배우 박해준이 분노를 부르는 열연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다수의 악역을 소화하며 탄탄히 쌓아온 내공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부부의 세계’를 통해서다.

박해준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종합편성채널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연출 모완일, 극본 주현)를 통해 ‘국민 불륜남’에 등극,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영국 BBC 최고의 화제작 ‘닥터 포스터’를 원작으로 하는 ‘부부의 세계’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부부의 연이 배신으로 끊어지면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이야기. 

지난달 27일 첫 방송된 ‘부부의 세계’는 6.3%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분 좋은 출발을 한 데 이어, 지난 11일 방송된 6회가 18.8%(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입가구 기준)까지 치솟으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JTBC 드라마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부부의 세계’에서 박해준은 영화감독이자 엔터테인먼트 사업가 이태오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태오는 겉으로는 능력 있는 아내 지선우(김희애 분)만 바라보는 남편이자 완벽한 아빠로 보이지만, 외도를 멈추지 못하고 내연녀를 임신까지 시키는 인물이다.

‘부부의 세계’에서 뻔뻔한 불륜남 태오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박해준(위). /JTBC스튜디오
‘부부의 세계’에서 뻔뻔한 불륜남 태오로 분해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박해준(위). /JTBC스튜디오

박해준은 이상적인 남편의 모습부터 뻔뻔한 불륜남의 얼굴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시청자들의 ‘미움’을 제대로 받고 있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고 현실을 합리화하는 태오의 저열한 바닥을 속속들이 담아낸다. 선우에 대한 열등감과 욕망으로 비틀려있던 내면을 몰입도 높은 연기로 표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 

김희애와도 폭발적인 시너지를 뿜어낸다. 불행을 마주한 선우와 찰나의 배신으로 늪에 빠진 태오는 진실과 거짓, 진심과 위선이라는 대척점에 서서 심리전을 펼치며 치열하게 경합하는데, 선우로 분한 김희애가 분노와 절제를 오가며 폭발하는 감정을 표현하면, 박해준이 감정을 증폭시키고 파괴력 있게 받아치며 완벽한 합을 이뤄낸다.

박해준의 열연은 선우의 감정을 극대화하고, 이로 하여금 시청자들을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많은 대중과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만큼 그가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방증. 박해준의 존재감은 ‘부부의 세계’를 이끄는 또 하나의 원동력이다.

1976년생인 박해준은 2007년 당시 나이 31세로 배우로서는 꽤 늦은 나이에 데뷔했다. 연극 ‘그때, 별이 쏟아지다’로 연기 활동을 시작한 뒤 연극 무대에서 주로 활약했다. 이후 2012년 영화 ‘화차’에서 사채업자 역할을 맡아 본격적으로 스크린 행보를 시작했다.

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2013), ‘탐정: 더 비기닝’(2015), ‘미씽: 사라진 여자’(2016), ‘침묵’(2017), ‘독전’(2018), ‘악질경찰’(2019), ‘힘을 내요, 미스터 리’(2019), ‘나를 찾아줘’(2019) 등과 드라마 ‘미생’(2014), ‘원티드’(2016), ‘나의 아저씨’(2018), ‘아스달 연대기’(2019)등 다양한 작품에서 묵직한 역할을 소화했다.

‘독전’(왼쪽)과 ‘악질경찰’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악역을 소화한 박해준. /해당 영화 배급사
‘독전’(왼쪽)과 ‘악질경찰’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 악역을 소화한 박해준. /해당 영화 배급사

박해준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다양한 연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왔는데, 특히 독하고 센 캐릭터 연기가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독전’과 ‘악질경찰’ 속 활약이 눈길을 끈다.

‘독전’에서는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 분)의 밑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조직의 임원 박선창 역을 맡아 조진웅·차승원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결코 눌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존재감을 뽐냈고, ‘악질경찰’에서도 거대한 악의 오른팔 권태주로 분해 센 캐릭터를 연기했다.

‘부부의 세계’ 태오는 지금까지 박해준이 연기한 악역과는 결이 다른 인물이다.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을 해낸 셈. 시청자는 그의 행동, 대사 하나에 분노를 쏟아내며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고 있다. 박해준의 악역은 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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