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서 눈에 띄는 합계출산율을 기록 중인 전남은 도내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매년 저출산 극복 우수시책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눈에 띄는 합계출산율을 기록 중인 전남은 도내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매년 저출산 극복 우수시책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멀게만 느껴졌던 4월, 봄이 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모두가 어려운 시기입니다. 평범한 일상이 무척 소중한 것이었다는 걸 새삼 깨우치게 되네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강조되고 있다 보니, 불편을 겪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아이를 키우는 저희 같은 경우엔, 다른 무엇보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지인들과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쉽고 답답합니다.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면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즐겁게 놀 수 있어 좋고, 어른들 역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육아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서로에게 힘이 될 수 있었는데 말이죠.

다행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만큼, 조속히 마무리돼 우리 모두 평범한 일상을 되찾길 바랍니다. 저희 역시 하루빨리 주변 아빠엄마들과의 소통을 재개할 수 있길 간절히 바라고요.

오늘은 이러한 아쉬움과 답답함을 적극적인 소통으로 저출산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한 지역의 이야기로 달래볼까 합니다.

매년 2월 말이면 전년도 출생·사망 관련 통계의 잠정 결과가 발표됩니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는데요.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수는 30만3,100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30만명대 붕괴는 가까스로 피했으나, 여전히 최악의 수준을 면치 못한 결과입니다.

특히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은 2018년 처음 1아래(0.98)로 떨어진 데 이어 0.06p 더 하락한 0.92를 기록했습니다.

출생아수, 출산율 등 출산 관련 지표가 줄줄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019년 인구 자연증가는 8,000명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2018년 2만명 대비 70% 이상 감소한 수치이자,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입니다. 무엇보다 인구 자연증가로 기록된 마지막해가 될 가능성이 상당합니다. 실제 지난해 11월부터 인구 자연증가가 자연감소로 돌아섰고, 이것이 지속되고 있죠. 마침내 인구절벽에 도래한 셈입니다.

지난해 전남은 전국 시도별 합계출산율에서 2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지난해 전남은 전국 시도별 합계출산율에서 2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시사위크(자료=통계청)

이처럼 출산 관련 통계에서 희망적인 내용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눈길을 잡아끄는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지역별 통계입니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이 0.92를 기록한 가운데, 시도별로 가장 높은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것은 세종시의 1.47이었습니다. 세종시는 그 특수성상 각종 출산 관련 지표에서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 중인 곳이죠.

제 눈길을 잡아끈 건 2위 전남입니다. 전남은 지난해 잠정 합계출산율 1.24를 기록했습니다. 이 역시 수치 자체로는 심각한 편입니다만,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높습니다. 0.72의 서울과 비교하면 무려 0.5p 이상 높고, 강원(1.08)·충북(1.05)·충남(1.11)·전북(0.97)·경북(1.09)·경남(1.05)·제주(1.15) 등 다른 도단위 지자체와 비교해도 단연 높습니다. 세종시를 제외하고, 전국 시도단위에서 합계출산율이 1.2를 넘는 유일한 곳입니다.

출생아수 감소폭도 마찬가지입니다. 전남의 지난해 잠정 출생아수는 10만8,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3.5%의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출생아수가 유일하게 증가한 세종시, 0.7%의 감소세를 기록한 강원도에 이어 좋은 기록입니다. 충북(-11.7%)·충남(-7.8%)·전북(-10.2%)·경북(-9.9%)·경남(-9.2%)·제주(-5.7%) 등 다른 지역과의 차이가 뚜렷하죠.

이는 비단 지난해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최근 수년간으로 기간을 넓혀 봐도 전남의 출산 관련 지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낫습니다. 물론 전남이 과거부터 비교적 높은 출산율을 기록해온 곳이긴 합니다만, 저출산문제의 심각성이 통계상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다른 지역의 지표가 크게 흔들린 것과 달리 전남은 꾸준히 ‘선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남 지역이 세종시처럼 저출산문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환경을 갖춘 곳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출산문제와 연결되는 여러 인프라, 가령 일자리·의료인프라·보육시설 등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낫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다른 지역과 비교해 환경적으로 특별하게 달라진 것도 없습니다.

해남군이 지난해 11월 7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지자체 1위를 자축하며 주민들과 유모차 행진을 하고 있다. /해남군청
해남군이 지난해 11월 7년 연속 합계출산율 전국 지자체 1위를 자축하며 주민들과 유모차 행진을 하고 있다. /해남군청

그렇다면 비결이 뭘까요. 제가 주목한 부분은 선의의 경쟁과 시너지 효과입니다. 전남은 2016년부터 도내 22개 시군을 대상으로 ‘저출산 극복 우수시책 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시군의 저출산 극복 노력을 독려하는 한편, 우수사례를 발굴·확산시키기 위한 평가입니다.

평가는 그 해 저출산 관련 자체 시책사업과 출생아수·출산율·저출산 관련 서비스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살핍니다. 또한 시상식을 겸한 워크숍 행사에서는 우수사례를 선정해 구체적인 소개가 이뤄지고, 각 시군 담당자들이 모여 의견 및 경험을 공유하기도 하죠.

전국적으로도 저출산문제 해결 우수사례에 꼽히는 해남군은 이 평가에서 역시 돋보인 바 있습니다. 2016년 ‘신생아 양육 및 건강권 확보시책’과 ‘저출산 인식개선 범군민 운동시책’으로 우수사례 1·2위를 휩쓸고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엔 고흥군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전남 최초의 출산장려 모바일앱 서비스 구축 △생애주기별 주민서비스 전달체계를 대폭 개선 △여성농업인의 육아 지원을 위한 ‘여성농업인 기 살리기’ 추진 등이 그 배경이었습니다.

2018년엔 전국 최초로 산후도우미 인력 양성 및 원거리교통비 지원 조례를 제정한 진도군이, 지난해엔 돌봄플러스 육아통합지원센터 조성 및 결혼 출산지원 등에 관한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신생아 탄생 기념 나무 심기 사업을 펼친 영광군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이밖에도 그동안의 평가를 살펴보면, 전남의 각 시군이 실행에 옮긴 여러 저출산 대책 중엔 출산장려금처럼 익히 알려진 일반적이고 기초적인 방안도 있고, 조례 제정과 같은 상징적인 조치도 있고, 각종 톡톡 튀는 아이디어도 있습니다.

이처럼 전남은 각 시군별로 저출산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그 중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선정해 다른 지역으로 전파시키고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독려하고, 벤치마킹하고,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전남 내에서도 여건 및 특성이 다른 지역이 존재하긴 합니다만, 대체로 서로 비슷한 곳도 적지 않다보니 더욱 뚜렷한 효과를 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일찌감치 저출산문제 해결 우수 지역으로 꼽힌 곳이 전남 내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전국 최고 출산율을 자랑하는 해남군입니다. 해남군은 이미 2008년부터 전국 최초로 출산장려팀을 꾸려 각종 저출산 대책을 실행에 옮겨왔고,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해남군의 이러한 노력과 그에 따른 긍정적인 평가 및 전국적인 관심은 인근 다른 시군에 좋은 자극제이자 롤모델이 됐습니다. 이후 해남군을 뒤따른 다른 지역들 역시 출산율 증가 등의 효과를 보고, 이들이 다시 롤모델 역할을 하게 되면서 전남 도내 전반에 저출산문제 해결의 선순환이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전남 지역 22개 시군이 이어가고 있는 선의의 경쟁 및 시너지효과는 수치상으로도 그 성과가 나타납니다. 앞서도 살펴봤던 전남 지역의 합계출산율 뿐 아니라, 각 시군별 합계출산율 변화 추이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대상을 수상한 영광군이 대표적인데, 줄곧 1.5~1.6대를 기록했던 합계출산율이 2018년 1.8로 껑충 뛰었습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뜻과 지혜, 마음을 모으면 그만큼 더 좋은 방법과 결과를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출산율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는 전남의 이러한 모습이 다른 지역으로도 전파되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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