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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저 산 너머]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얻고 싶다면
2020. 04. 2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가 얼어붙은 극장가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리틀빅픽처스
영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가 얼어붙은 극장가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리틀빅픽처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시대를 위로한 진정한 어른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다룬  영화 ‘저 산 너머’(감독 최종태)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아름다운 영상미와 웃음과 감동을 자아내는 따뜻한 이야기, 아역 배우들의 깜찍한 시너지를 앞세워 ‘힐링 무비’의 탄생을 예고한다.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극장가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

1928년 일제강점기, 7살 소년 수환(이경훈 분)은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평생 옹기장수로 살다 병든 아버지(안내상 분)와 행상을 다니며 힘겹게 생활을 이어오고 있는 어머니(이항나 분)를 위해 빨리 돈을 벌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어느 날 처음 사제서품식을 보게 된 어머니가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어떤 소명을 느끼게 되고, 형 동한(전상현 분)과 수환에게 함께 신부님이 됐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한다. 동한은 순순히 어머니의 뜻을 따르지만, 수환은 “인삼장수가 되겠다”며 신부가 되기를 거부한다.

“내 마음밭 특별한 씨앗을 키운 건, 가족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수환은 어머니의 현명한 가르침으로 인해 자신의 마음밭에 심어진 믿음의 씨앗을 깨닫게 되고, 새로운 꿈을 키워가며 저 산 너머에 있을 진정한 고향을 찾아 길을 나선다.  

‘저 산 너머’는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 가족의 사랑 속에서 마음밭 특별한 씨앗을 키워간 꿈 많은 7살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종교, 신앙을 초월해 모두를 품었고 모두가 사랑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신부가 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어린 시절을 다룬 첫 극영화로, 고(故) 정채봉 동화 작가가 김수환 추기경의 삶과 정신을 엮어냈던 원작을 영화화했다.

‘저 산 너머’에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이경훈. /리틀빅픽처스
‘저 산 너머’에서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시절을 연기한 이경훈. /리틀빅픽처스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들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주는 보통 전기 영화 구조와 달리, 특정 시절을 깊이 있게 다룬 점도 좋다. 전기 영화 특유의 지루함을 덜어내고, 몰입도를 높인다.

맑은 영혼의 7살 아이 수환이 믿음을 키워가는 성장담을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순수하면서도 진하게 담아내 마음을 흔든다.

자신보다 생일이 빠른 조카와의 신경전, 첫사랑 순자와의 깜찍한 로맨스, 수업시간 방귀 에피소드 등으로 웃음을 자아내더니, 자신의 몸집보다 커다란 항아리에 그리워하는 이의 얼굴을 새기며 진심을 다해 기도하는 수환의 모습으로 뭉클한 감동을 안긴다. 작은 체구로 저 산 너머 고향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수환의 뒷모습도 코끝을 찡하게 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에게 힘이 돼주던 가족의 사랑과 현명한 어머니의 가르침은 왜 그가 종교지도자를 넘어 그토록 많은 이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는 인물로 성장하게 됐는지 짐작하게 만든다. 그가 걸어온 길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얻게 된다.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저 산 너머’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저 산 너머’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

영화의 8할은 2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아역 배우 이경훈이 담당한다. 귀여운 외모로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더니, 안정적인 사투리 연기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7살 소년 수환의 순수함과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가는 감정의 변화를 잘 소화해내며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참된 교육을 통해 수환을 바른길로 이끄는 강인한 어머니로 분한 이항나와 아이들이 믿고 따르는 독실한 아버지를 연기한 안내상은 묵직한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고, 배우 강신일도 수환과 동한 형제를 천주의 길로 이끄는 정신적 지주 윤신부 역을 맡아 깊이를 더한다.

여기에 수환의 형 동한 역의 전상현부터 수환의 첫사랑 누나 선자를 연기한 이슬비, 수환과 동갑내기지만 조카였던 진구로 분한 김동화 등 아역 배우들은 깜찍한 열연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러닝타임 112분, 오는 30일 개봉.